6. 집 잃은 탕아들
내가 이 두 나라의 짧은 여행을 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를 ‘혼다’라고 하는 모양이다. 일제 혼다 상표의 위세가 커서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된 것일 게다. 우리도 어렸을 적에 화물 자동차를 ‘지엠씨’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한국전쟁 때 들어온 미군의 군용차였던 지엠씨 회사의 제품인 그 화물자동차가 너무 유명했던 것이어서 그렇게 되었던 모양이다.
위 - 삼성 간판, 아래 - 야마하 간판이 보인다.
하노이나 씨엠립 시가지에서 외국 제품들의 상표 간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동차로는 일본의 도요타, 스즈키, 한국의 현대, 기아, 대우, 휴대폰으로는 노키아 삼성 …. 그 외에 들은 바로는 엘지의 세탁기, 또 대우의 가전제품들, 화장품으로는 드봉, 또 대우 삼성 기아의 각종 대리점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기? 강대국들이란 결국 무엇인가? 자국의 제품을 다른 나라에 많이 파는 나라들을 말하는 셈이다. 거기서 우리는 후진국으로 뻗어가는 한국 경제의 실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임금이 싼 나라에 가서 공장을 세운다. 또 무역상들은 그들이 생산한 저가의 식료품이나 자원들을 수입해서 우리들이 싼값으로 이용하게 하거나 다시 가공 제조해서 수출한다.
모자라는 것을 교역을 통해서 주고받는 것은 아득한 원시 시대의 물물교환으로부터 이루어진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지금 국가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행위는 결과적으로 많이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수탈하는 행위이며 서로가 먹고 먹히는 치열한 약육강식과 다르지 않다. 선진 기술과 거대 자본을 가진 나라들은 후진국의 경제를 갉아먹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동물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먹이사슬로 설명을 하면서,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회사에 싼 임금으로 고용되어 살아가는 현지인들, 그들에게는 그것도 좋은 돈벌이라고 만족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많은 것을 가진다는 것은 남이 가질 것을 나누어 가지지 않고 혼자 챙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원적인 모습으로서는 옳지 못한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이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안다. 여기서 우리들의 생각은 일단 정지해 버린다. 그래서 아흔아홉 개를 가진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가진 한 개마저 빼앗아 백 개를 채우는 셈법을 자연스런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빼앗긴 자가 흘리는 눈물에 대해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어쩌면 인간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박애주의자의 한 사람이다. 언젠가 나는 TV 화면에서 인도네시아 어느 오지에는 원시공산사회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서 며칠마다 한 번씩 공동으로 사냥을 하는데 먹을 만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똑 같이 나누어 가진다. 이 얼마나 살기 좋은 사회인가? 거기가 바로 인류의 낙원이지 않을까?
돈이 신이 된 우리의 현실에서 지금 다시 그런 낙원으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자기 부모가 사는 집에서 너무 멀리 떠나와서 되돌아갈 곳을 잃은 미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이제 잃어버린 자기 집에 대한 생각마저 잊어버리고 부모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탕아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그 집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기억해야 하리라. 그리고 그 잃어버린 고향 쪽을 향해, 두고 온 부모를 생각하면서 뜨거운 눈물이라도 한 번씩 흘려야 하리라. 그러면 거기서 느껴지는 눈물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발견하면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도 생각날 것이다.
또 우리는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서도 가끔씩은 생각하여 하리라. 우리는 권력이든 명예든 돈이든 재능이든 무엇이든 소유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을 가지지 못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그것 앞에서 겸허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나면 그만 오만에 빠진다. 그래서 자기보다 적게 가진 자 앞에서는 우쭐거리고 더 많이 가진 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무엇이나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을 가지지 않았던 때의 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동남아기행문-1'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오, 나의 어머니 (0) | 2006.11.08 |
---|---|
7. 앙코르 유적지를 찾아 (0) | 2006.11.07 |
5.호치민 광장에서 (0) | 2006.11.06 |
4.씨클로를 타면서 (0) | 2006.11.06 |
3. 천하의 절경 하롱배이 (0) | 2006.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