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9. 타이빼이를 떠나면서

저 언덕 넘어 2007. 8. 23. 04:27
 

9. 타이빼이를 떠나면서


  짧은 여정이 아쉬웠다. 볼 곳이 많았다. 세계적인 규모라는 고궁 박물관과  그리고 북부에 위치한 온천도시 베이또와  양명산…. 사람이 사는 곳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역사적인 자취와 위인들의 삶의 흔적이 있고 인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 놓은 예술이 있다. 또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독특한 문화의 자취와 풍속과 기이한 볼거리는 어디든지 풍성한 것이다. 더욱이 나와 같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여행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이 번 여행이 더욱 그러하였다. 타이빼이가 멀어지면서 다시 한 번 여기에 올 날이 있길 기대하면서 우리는 공항으로 갔다.


10. 대만 여행의 여적


                                               (1)

                                      

 타이빼이 시민들은 참 친절했다. 서울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또 하나 놀란 것은 영어가 잘 통한다는 것이었다. 내 영어야 보잘 것 없지만 내가 더듬더듬 길을 물었을 때 그들은 유창한 영어를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중년의 신사한테 길을 물었는데 그는 영어를 아주 잘 했다. 그리고 얼마나 친절한지 택시 기사한테 상세히 설명을 곁들여 차비까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헤어질 때도 인사를 아주 잘 했다.


  한 번은 길을 가는 아줌마들한테 길을 물었는데 영어를 또 그렇게 잘 했다.  수수한 차림을 한 그녀는 동네 아줌마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명상실에서 많은 대만 동수들은 이어폰을 끼지 않고서도 강연을  잘  듣고 있었다. 또 나에게 타이빼이 관광 안내를 해준 고진휘(高振輝)씨도 그랬다. 그는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었다.

 <02-2841-4871 손전화 0932-922-300> 나는 올 때 고맙다고 전화를 해주고 싶었으나 사실은 내가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그렇게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영어교육을 어떻게 했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영어를 잘 하나? 내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그렇게 많이 공부한다고 하면서도 회화가 안 된다. 요새는 영어특구니 조기 어학연수니 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러면 요새 아이들은 잘 하는지 모르겠다. 참 호사스럽고 큰 낭비고 불합리한 이야기다. 도대체 몇 주 만에 어떻게 영어를 잘 할 수가 있나?  또 그런 것을 기화로 자격도 없는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우롱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가?


                                                              (2)


  여행의 마지막 날 호텔 앞에서 용산사 가는 택시를 탔다. 아줌마 운전기사였다.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대만은 참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용산사 앞에서 내릴 때 택시비를 주느라고 부산을 떨다가 그만 카메라를 놓고 내렸다. 내려서 금방 그 사실을 알고 돌아서서 택시를 찾았으나 벌써 간 곳이 없다. 참으로 망연자실 하였다. 호텔에 돌아와 안내의 아가씨들한테 사정을 말했다. 혹 카메라가 온 다면 후사하겠노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 단념하고 공항으로 갔다.


  물건을 잃으면 잠으로 기분이 나쁘다. 아깝기도 하려니와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다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기분을 정말 잡쳤다. 아내와 아들한테서도 핀잔을 들었다. 하기야 벌써 두 번을 말썽부린 그 카메라가 결국은 내 것이 되지 못하고 이국에서 그것도 나의 실수로 잃었으니 누구를 한탄하랴! 나는 좀 하는 일이 엉성하다. 하기야 사람이 실수가 너무 없어도 탈이지만 나는 그렇게 야무지지 않은 면이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좋은 여행이었으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런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다 내 잘못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은근히 운전사를 탓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만에 대한 것을 생각하기만 하면 그 사진기 때문에 좋지 않은 생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놓아라, 미련을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