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플롬 산악열차 이야기
구드방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플롬역에 온다.**
플롬역은 관광객들로 들끓었다. 철도의 종착역인 작은 산악마을 플롬은 에울란피오르와 내뢰피오르, 그리고 송네피오르로 연결되는 피오르 유람선 여행의 시작점이다.
작은 포구에는 여러대의 관광선박들이 기다리고 있다. 옛 플롬역 역사를 개조해 플롬 산악철도의 역사적인 자료를 모아 놓은 플롬스바나 박물관(Flamsbana Museum)도 있었다.
박물관 옆에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상품들이 진열된 곳이 있어 구경을 한다.
1940년 8월 1일 개통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Oslo)에서 베르겐(Bergen)을 연결하는 베르겐선(Bergensbanen)의 지선이다. 베르겐선의 뮈르달역(Myrdal Station)에서 에울란피오르(Aurlandsfjord) 안쪽 끝의 작은 포구에 있는 플롬역(Flåm Station)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총 길이 20.2km의 단선궤도 산악 관광열차이다. 노르웨이 국립 철도((NSB, Norwegian State Railways)에서 소유·운영한다.
우리는 열차를 타고 간다. 조금을 가더니 점점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높은 산이 좌우로 차창밖으로 보이고 저 밑으로는 계곡이 깊다.계곡을 따라 작은 산동네들도 보이고 집근처의 자그마한 발들도 보인다. 개울이 물줄기를 이루면서 계곡 밑으로 흘러내려 간다. 열차가 지나는 여기가 플롬스달렌(Flåmsdalen) 계곡이라고 하는데 구불구불하고 험준한 산악지형과 깊은 협곡이 이어져 있어 웅장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 철도는 1923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어 약 20년간의 난공사끝에 완공되었다.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총 11개 역과 20개의 터널이 있으며, 표고차는 863m이고 최대 경사는 55도에 이른다. 최고속도는 시속 40km이며, 운행 소요시간은 약 50분이다. 겨울철을 제외한 5월부터 9월까지 하루 9~10회 운행하며, 연간 50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플롬 산악철도를 이용한다.
얼마나 힘 든 공사였을까? 어떤 곳은 경사가 너무 높아서 기차가 곧 기우뚱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20년간 공사를 하였다니 참 대단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철도를 만드느라고 고생을 했나? 그러한 노고들이 있어 이방의 나그네가 오늘 이렇게 편하게 구경을 할 수 있다.
나는 젋은 날 한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왜 이렇게 고달프게 살아야만 하는가 하고 회의에 잠긴 적이 많았다. 그러한 노고가 다 돈 때문만인 것도 같아서 산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적도 많았지만, 어느 날 나는 깨달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의 이런 노고 때문에 이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노고가 남을 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깊은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철도를 만들던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생각을 했으리라. 그래서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그의 귀가길이 한층 가볍기도 했으리라.
올라가면서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록들에는 여기저기 곳곳에 빙하들의 자취가 잔설처럼 언뜻언뜻 보이고 거기서 녹아 흐르는 폭포들이 그 우렁찬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사람들이 탑승한 칸은 안내방송과 모니터화면을 모두 한국어로 해 주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관광서비스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엿볼 수 있었다.
열차가 가다가 종착점인 뮈르달역을 4.4km 지점을 앞두고 있는 효스포센역(Kjosfossen Station)의 전망대에서 5분간 정차하였다. 93미터의 웅장한 효스포센(Kjosfossen)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빙하가 녹아 흐른다는 폭포수가 능선 너머에서 솟구쳐 흐르듯이 흘러내리는데 그 크기가 이제까지 내가 노르웨이에서 본 폭포 가운데서 제일 규모가 크다. 멀어서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아마 대단한 소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듯 하다.
사람들이 그 웅장하고 멋진 광경을 사진에 담느라 너도나도 팔을 올려 키를 높이고 셧터를 누른다. 무엇이든지 대단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관광 시즌에는 여행객을 위해 폭포의 물보라를 배경으로 노르웨이 목동들의 전설 속 요정인 훌드라(Huldra)를 재현하는 춤 공연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저기 지금 폭포 오른쪽 붉은 점으로 보이는 게 요정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날 밤 신기한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훌드라 요정이 나타나 마을 남정네들을 홀린다. 이 기이한 음악소리를 들은 마을의 남자들은 요정의 뒤를 따라 산 위로 올라갔고, 훌드라 요정은 따라온 남자 모두를 양으로 변하게 하여 폭포 속으로 몰아 사라지게 한다. 그 이후 사라진 남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전설이 프롬스탈렌 마을에 전해져 내려온다 한다.
이런 요정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Sirene)을 비롯하여 세계각지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온다. 이것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민간전승 설화로서 내용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전설로 전해오는 꼬리가 9개 달린 천년 묵은 여우 구미호 처럼 치마 밑으로 여우 꼬리가 보이는 숲의 요괴 '훌드라'는 구미호가 한복을 입고 나타나듯 스칸디나비아 여인들의 전통 의상(혹은 알몸)을 입고 나타나 숲에서 만나는 남성들을 홀린다고 한다.
다시 우리는 뮈르달 역을 향해 기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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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보이는 것은 폭포다. 그리고 암석으로 된 큰 바위산들....
이건 자작나무들이다. 산에 바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흙이 있어 이렇게 숲들도 보여준다. 그러나 고도가 높으면 저지대의 숲과는 다르다. 군데군데 서 있는 송전탑들이 보인다.
우리 열차가 가는 종착역인 뮈르달 역이다. 고산지대에 있는 이 역은 말하자면 조그마한 역사가 있는 간이역이라 할 수 있다.이역에서 베르겐과 오슬로를 갈 수 있는 차를 갈아탈 수가 있으니까. 우리는 다시 플롬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가게 된다. 우리는 이 역에 내려 잠시 쉰다. 저 밑으로 몇 채의 집들이 보인다. 휴양시설인 것 같다. 그 외에는 거의 볼 것이 없다.
우리는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르면서 보았던 풍경들을 다시 보는 것은 한결 흥미가 덜한 탓도 있지만 나는 그만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계곡의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을 것이지만 차를 타고 보는 데는 전망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도 많은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