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4개국여행기

24. 고색창연한 거리의 로마 사람들

저 언덕 넘어 2006. 11. 17. 11:21
 

       24. 고색창연한 거리의 로마 사람들

  

  공항에 내려 로마로 가는 길은 좁은 강과 평원이 보였다. 들판을 흐르는 강은 강섶으로 마른 풀들이 무성하게 섰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모랫벌이 있는 그런 서정적인 강은 아니다. 지금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멀리 산들이 보이기도 했고, 강가에는 갈대 같은 풀들이 보였다. 로마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날이 어두워졌다. 지름길로 가는지 1차선의 좁은 도로가에는  헌 자동차들이 많이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어지러운 외곽지의 모습이다.

    

                                  언덕에서 멀리 보이는 로마 시내

 

   로마는 구릉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테베레강이 도심을 흐르고 있었는데 강폭은 좁고 강물은 흐려 보인다. 바라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우중충한 석조건물이었다. 돔 지붕을 한 성당 건물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길은 좁디좁아 관광객들은 작은 버스를 탈 수 밖에 없다. 생각해 보건대 중세의 길 그대로가 아닌가 한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다. 말하자면 로마는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동품 도시다. 그러니 현대식 건물로 뒤덮인 우리네 도시와는 영 다르다. 로마의 거리는 아스팔트길도 보였지만 옛날의 길들은 전부 작은 돌들을 박아 만든 길이다. 광장에도 전부 둘들이 박혀 있다. 그 돌들은 전부 중세의 돌이고 로마 시내 가는 곳마다가 전부 관광지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말한다면 수백 년이 넘은 기와집들이 있는 전통마을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좀 과장하면 환상열차를 타고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 타임머신을 타고 ) 마치 중세의 한 도시로 잠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특이한 곳이며 문화재가 너무 많아 연간 5,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유럽관광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든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는 말은  번성했던 로마제국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오늘의 관광객들한테도 실감이 나는 말들이다.


   소매치기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 흔히 사람이 모여드는 버스정류장이나 역 주변은 낯모르는 사람들로 붐비고 거기에는 으레 소매치기나 사기꾼들이 득실거리게 마련이다. 온 세계의 구경꾼들이 모여드니 그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소매치기가 많은 것은 당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탈리아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을 듣고 매우 가난한 나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은 국민소득이 이만 불이 훨씬 넘는 부자 나라다. 그래서 안내원은 여권을 잃지 않도록 단단히 겁을 준다. 그러나 내가 간 곳은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듯하였고, 그들은 관광객들에게 무관심한 듯이 보였다. 생각보다는 시장이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원래 사람들은 대부분이 선량한 것이고 그들 사이에 기생하는 좀도둑이란 그 숫자가 적으니까….그러나 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조심조심 여권 조심!

  

                                 비좁은 거리에 주차된 차들

 

  로마市 외각에는 원형 순환도로가 있다. 자동차는 유럽에서 가장 작은 소형차들만 다니고, 휘발유 값이 비싸고 길이 좁으므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주차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며 로마市長은 프라이드 정도의 소형차를 직접 운전한다고 한다. 차량은 흠집이 생겨도 고치지 않는 고물 차가 많다. 접촉사고가 많아 승용차의 앞뒤 범퍼는 고치지도 않고 소모품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고물 택시가 눈에 많이 뜨인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리처럼 좀 떠들썩하고 다혈질이라고 한다. 차들끼리 서로 엉기면 곧잘 시비가 붙는다고 한다. 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한참 싸우다가 신호가 바뀌면 씩 웃고 손을 흔들면서 가버린다고 한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길가에 나와 멱살을 잡고 핏대를 올리면서 온갖 욕설로 ‘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끝을 보려고 하지만 그들은 이내 여유를 찾는다는 것이다.


   대가족 제도이며 주택은 보통 3대에 걸쳐 완성하므로 평생 동안 집을 짓는 수가 많다. 1층에는 부부가 생활하다가 자식이 결혼하면 2층를 지어 함께 살고 손자가 결혼하면 3층을 올려 함께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처가에서 사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장가를 드는 것이다. 그러면 여자들은 좋고 남자들이 힘이 들겠지. 성격은 게으르고 낙천적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점심시간은 3시간, 평소에는 검소하고, 바캉스 때는 확실히 쓴다. 바캉스를 위하여 돈을 번다고도 한다. 시골집은 팔지 않고 휴가철에 1~2개월간 사용한다. 직장인들은 휴가에 대한 멋진 계획을 세우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휴가를 보내고 와서 휴가 갔다 온 이야기를 하면서 1년을 온통 휴가 이야기로 보낸다고 한다. 조상들 잘 둔 덕분에 돈 잘 쓰고 즐기는 재벌 후손들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