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행문-1

3. 낯익은 듯한 산하의 아침

저 언덕 넘어 2006. 12. 10. 11:53
 

3. 낯익은 듯한 산하의 아침


  항구에 가까울수록 어둠은 거의 걷히어 가고 동쪽 하늘에서는 붉은 기운이 짙어왔다.

 

                         어둠의 그림자를 벗고 있는 하까다 항(후쿠오카 항)

 

  가장 먼저 인상깊게 눈에 들어온 것은 산들의 능선이었다. 우리의 산들과 거의 똑 같은 모양이었다. 상당히 친근감이 들었다. 유럽땅을 밟았을 때 보이는 것은 주로 평원이었다. 산지들도 있었지만 주로 평원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아주 오랜 세월 전에는 일본땅은 우리땅과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빙하시대가 지나고 물이 낮은 지역을 빙하의 물이 들어차서 갈라졌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고서 알았다. 판의 이동으로 그렇게 된 줄 알았던 나는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막연히 알고 있던 것이 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과  다른데도 그것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믿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니까 하고 변명을 해버리지만 때로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산마루를 향하여 능선이 서서히 올라가고 다시 산마루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꽤 높은 산맥이 하까다(博多) 항 서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동녘에서부터 천천히 어둠이 걷혀가고 하늘이 밝아져오기 시작했다. 아직 잠이 덜 깬 도시는 불빛들이 졸고 있었다.

 

                   위 - 항구 뒤로 펼쳐지는 산맥은 너무나 친근한 우리의 산하와 흡사하다.

                  아래- 하까다항 멀리 수평선 너머는 대한 해협으로는 이어질 것이다. 

 

  갑판에서 바라보니 멀리 바다 쪽으로 육지가 빙 둘러싸고 있다. 매우 큰 만이었다. 항구는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바닷물은 그렇게 탁하지는 않아 보였다. 규슈 지방에서 가장 큰 항구라고 하는데 배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고가도로가 저 멀리서 항구 쪽으로 길게 이어져 와서 항구 쪽으로 왔다가 저 멀리로 사라지고 있다.  

                        오른쪽 둥근 지붕 건물이 하까다 항 여객 터미널 건물의 옥상이다

 

  배는 항구에 정지하고도 한 시간 이상 정박하였다. 여객 터미널 건물은 지붕이 둥근 아치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물들의 모습은 현대식 건물로 되어있고 그 뒤에 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도시와 항구들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일찍 운동을 나온 아줌마 하나가 부두 쪽에서 뒷걸음질로 걸으면서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배를 내렸다. 통관 철차는 좀 까다로운 편이었다. 일행 중 김 선생이 말하였다. 영국도 통관절차가 까다로운 것을 보면 섬나라 사람들은 특수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외국인들에 대한 검문이 매우 까다롭게 되지 않나 싶다고…, 일면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우리가 패트병 소주를 많이 들고 간 것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시내로 들어가 렌트카를 빌리러 갔다. 7인승 렌트카는 현대차인 트라제였다. 참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과 함께 더욱더 친근감이 갔다. 우리는 손수 운전을 하기로 했다. 국제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일본에서 산 적이 있는 장 선생은 익숙한 솜씨로 운전석이 뒤바뀐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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