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자연환경
블라디는 북위 43.7도에 위치한다. 알마타 뉴욕 시카고등과 같은 위도다. 연 평균기온은 영상 5도, 1월의 기온은 영하14도라고 한다. 연해주 지역의 기후는 6개월이 겨울이라고 한다. 4월까지 눈이 내리고 10월부터 또 눈이 내린다고 한다. 하바의 겨울은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추위라고 한다. 겨울에 눈이 한 번 쌓이면 교통이 두절되는 지역이 많다. 우리가 간 7월말은 낮엔 더운 편이었다. 물론 한국처럼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밤에는 기분이 상쾌할 만큼 서늘하였다.
얼핏 생각할 때 겨울이 길고 위도가 42도 이상이니까 수목들이나 곡식들이 한국보다는 잘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오히려 정반대였다. 토질이 좋은 곳이 많은 듯 하였고 그런 곳은 수풀이 무성하고 나무들은 굵게 자라지 않고 키만 죽죽 벋어 높이 자라니 어찌 보면 도장 현상 같아 보인다. 이유를 들으니 여름이 짧지만 백야현상의 영향으로 낮시간이 기니까 일조량이 풍부하다고 한다. 연강수량도 1000 밀리미터로 적지 않다. 그리고 태풍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우순풍조하니 농사도 아주 잘 된다고 한다.
연해주의 땅에 난 풀이나 나무들은 우리와 거의 흡사한 종류들이었다. 낮은 산에는 침엽수가 거의 보이지 않고 각종 낙엽수들이 많이 보였다. 나무들은 이름을 알거나 이름은 모르지만 눈에 익은 것들이었다.
< 잎으로 봐서는 꼭 생육상태가 좋은 느티나무 같다 >
여정 중에서 본 이름을 아는 나무들은 다음과 같다. 신단풍나무 자작나무 참나무류 미루나무 수양버들 오리나무(올해 병이 많이 들었는데 여기도 병이 든 게 보였다) 머루나무 플라타나스 아카시아 추자나무 살구나무 라이락 해송 소나무 자작나무, 우정의 마을에서는 붉은 열매가 달린 마가목도 보았다. 또 미루나무 신갈나무 느릅나무 족제비싸리 앵두나무 가죽나무 엄나무 전나무 히말라야시이다 오가피 싸리나무 전나무 구상나무 낙엽송…. 하바에서는 소나무 가로수도 보았다. 또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도 보았다. 열매를 맺었는데 그 열매나 이파리들이 우리와 조금은 달라보였다. 이 지방의 상징나무라 했던가? 그런데 다 같은 수종이지만 지역이 많이 다르니까 모양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친형제가 아니라 친탁한 사촌쯤 된다고나 할까?
< 하바에는 소나무 가로수도 있지만 이 공원의 소나무는 병들어 있다(아무래도 기후에 맞지 않은가? >
나는 소나무나 전나무나 구상나무 같은 침엽수림을 보지 못하여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다. 북국이라면 겨울의 설산을 떠올리고 눈꽃이 핀 우거진 침엽수들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으니 깊은 산에 가면 침엽수림대가 있다고 한다. 러시아가 얼마나 큰가? 그런데도 내가 다닌 지역에서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의아하게 생각했으니 이 어찌 우물 안의 개구리를 닮아 우습지 않은가?
,오른쪽 아랫부분에 잎이 한국것보다는 넓은 질경이 풀이 보인다 >
풀들이나 꽃들도 우리와 흡사했다. 잔디 인진쑥 뚜깔 질경이 명아주 씀바귀 망초 토끼풀 난장이해바라기 너삼 쑥 달맞이꽃 갈대 머루 고사리 취나물 머귀…. 꽃으로는 접시꽃 나팔꽃 맨드라미 수세미 구절초 백합 백일홍 금잔화 코스모스 붓꽃 천인국과 잎모양이 연잎 비슷하고 꽃이 붉은 활연화도 보였다.
<가운데 붉은 꽃이 활연화 >
< 접시꽃이 만발한 고급 아파트의 정원 - 우스리스크 >
칠월 말인데 민들레가 핀 것이 보였다. 지각한 놈인가? 블라디의 한 식당 앞에 붉게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봉숭아꽃은 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붉은 색 이파리를 한 피마자와 댑싸리를 화단에다 심어 화초처럼 가꾸고 있기도 하였다. 피마자가 곡식인데 지역에 따라서는 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해바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 이삭이 보리 같은 풀 >
그런데 열매가 꼭 보리 같고 키가 아주 낮은 풀을 보았는데 그 모양이 내 생전에 처음 보는 풀이었다. 아무도 그 이름을 몰랐다.
<위- 우스리스크의 중앙시장의 야채과게, 하바의 시장의 것 >
수박도 모양은 조금 달랐고 복수박도 보였다. 토마토 양파 체리 등 과일은 중국 등지나 서시베리아 지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멜론은 타시켄트에서 온다고 한다. 러시아에는 차가버섯이 유명하고 꿀이 좋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이 꿀맛을 보라고 해서 보니 향이 우리 것보다 더 좋았다. 사과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멜론도 있다. 방울토마토도 있고 대추는 컸으며 포도는 좀 길쭉하였다. 어림짐작으로 우리 땅의 것들과 비교를 해보았다. 꽃은 6할이, 나무는 7할이, 풀은 9할이 우리 땅의 것들과 비슷하였다.
모기는 그야말로 쏘이면 괴로울 정도로 독한 모기들이 우리 땅의 모기의 할아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가의 가로수에는 재재거리는 새들의 소리가 요란했고 땅으로 내려앉아 먹이를 찾는 참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하늘에는 높이 떼 지어 나는 제비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참 반가웠다.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데 이곳이 덜 오염되어서 그런 것 같다. 남녘으로 가기 위해 수많은 제비떼가 모여 날아다니던 그 시절의 잃어버린 풍광을 이 연해주 블라디의 하늘에서 보고 나는 참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 수 있었다. 참으로 귀한 체험이었다.
<블라디 한 공원의 비둘기떼들>
연해주 원시림에는 1제곱미터에 23가지 풀이 있다고 하였다. 타이가에는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 표범 곰 등이 있다고 한다. 우스리스크 가는 국도 옆에서 호랑이 보호지역표지도 보았다. 험한 산과 우거진 숲 그 어디에 숨어 들어가 어슬렁거리고 지나가는 러시아 호랑이 한 마리를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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