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5국

10 빙하 찾아 가는 길

저 언덕 넘어 2018. 10. 15. 16:23

 1. 라에달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나간다. 빗발이 간간이 떨어지는 날씨다. 아 참 아름답구나! 아주 가파른 산들이 호텔앞과 뒤를  감싸고 파란 풀밭이 넓게 펼쳐진 너른 정원  건너 호수가--아니 이것은 바다가 내륙 깊은 곳까지 호수처럼 잠긴 협만이고 이것이 피요르다--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산안개가 흩어져서 절벽같은 단애를 에워싸기도 하면서 둥실둥실 떠다닌다. 그 그림자가 고요한 물에 가라앉아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하고


 저 멀리 새떼들이 물위에 떠다니고 있다. 저 건너엔 호텔들인지 집들이 모여작은 동네를 이루고 있다.


  호수(바다지만 차라리 호수라고 부르자)한 켠 산밑으로는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 도로가 나 있고 그 도로쪽으로 요트들이 모여서 아직 아침잠을 깨지도 않고 고요히 정박된 채 누워있었다. *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이다. 그런데 저쪽으로 출구가 있는 듯 산과 산 사이로 호수가 이어지는 듯 보인다. 저 길로 곧장 따라 가면 노르웨이해가 나오고 그 너머로는 북해로 이어지겠지... 문득 그쪽으로 내 마음은 달린다. 오래 전 이 나라의 조상인 바이킹들이 대양을  향해 노를 저어갔듯 말이다. 





  이제 우리는 호텔을 떠나 오늘 여정을 시작한다. 빙하를 보고 송네피요르를 관광한 뒤  플롬라인을 타고 산악여행을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지정 풍경로드인 아울랜드 산맥 풍경길을 지나 오늘 숙소가 있는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인 게일로로 떠난다.



2. 빙하를 찾아서


  호텔을 떠나 빙하 찾아 가는 길은 정말 험준하다. 한참을 가니 터널이 나온다. 험한 산악을 쉽게 가는 길은

두더지처럼 땅을 뚫고 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뚫을 때 노르웨이에 와서 많이 배웠단다. 그런데 이곳의 굴은 그 안에 보니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굴안이 잘 정돈되어 있는데 여기는 그냥 발파한 흔적이 그대로 있는 듯하다. 아주 긴 터널을 몇 번이나 지났다.

   그 중에는 길이가 24.5km로 세계최장의 자동차터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폭 8차선으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자동차터널의 기네스북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곳을 가니 너른 피요르의 깊고 검푸른 물을 산맥이 떡 가로막고 있다. 길이 끊어진 것이다. 그 폭이 2킬로미터라던가 대단하다.사방은 높은 산이 단애를 이루고 우리를 위협하듯 가두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적군에게 사위를 포위당한 군사들처럼 막막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갈 길이 끊어진 곳에 큰 배가 정박되어 있다. *


  우리를 기다리는 배가 버스를 싣고 우리도 거기 탔다.여객선인 주 알았는데 유람선이다. 배안을 둘러보니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있고 아주 너른 선실이 있다. 함상에  오르니 사방에 막힘이 없이 드러나는 경관이 시원하다. 배가 출발한다. 그 너른 피요르 위에는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또 하나의 배가 있다. 이 깊고 너른 호수가 바로 피요르인 것이다.

 

   배에서 내려 다시 버스길을 간다.상당히 먼 길을 왔다. 그러더니 이제는 들도 보이고 언덕도 보이는 좀 넓은 계곡길을 계속 간다.




 

  경치가  아주 아름답다. 그러나 내려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차창을 통해 그것도 움직이는 버스 속에서 피사체를 향해 찍은 사진을 보며 글을 쓰려니, 벌써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풍경을 떠올려 글로 적어보려니 그때의 감흥이 살아나지 않는다. 또 오가는 비로 차창에는 김도 서리고 빗방울도 흘러내린 사진이라니!...


  가다가는 제법 큰 마을도 나타난다. 숲들에 둘러싸인 집들이 둘레둘레 보이고 학교인 듯한 건물도 보인다.




 

  마을을 벗어난 곳에는 숲에 둘러싸여 외롭게 자리한 아늑한 집들도 있다.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아름답게 흘러내리는 개천들의 물이 급한 속도로 흘러내린다.




  제법 폭이 너른 시냇물이 강물처럼 흘러 내리는 저곳에 내려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 몇 마디 말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잡아끌어 거기서 하룻밤이라도 잘 수 있는 자동차 여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 동안 이어지는 이 계곡길에서 펼쳐지는 이 일대의 풍경이  이번 노르웨이 여행 중에서 정말 뛰어난 곳이다. 정말 달력에나 나올 법한 저 아름다운 마을 풍경에 잔뜩 취한 나는 끝을 모를 황홀감에 사로잡혔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늑한 산골의 목가적인 풍경에 아늑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마음의 빈 곳으로  안타까움 한 자락이 스쳐온다. 허리가 좋지 않아 장시간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는 것 때문에  여행을 같이 올 수 없는 아내 때문이다. 돈을 아끼기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니 이상한 사람 같아서 평소에도 정말 여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늙어서 이제 얼마남지 않은 노년의 시간을 함께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같이 즐기면 좋으련만 .... 내 눈가에 한점 이슬이 맺혀온다.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같이 함께할 사람이 있을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산이 점점 높아가고 골짜기가 깊어가면서 풍경은 더 좋아진다. 우리들 인생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의 길이  될수록 평탄하게 펼쳐지는 것을 사람들은 원하지만 많은 애로를 겪으면서 험난한 역정을 지나면서 구비구비 전개되는 역경 속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순경에서 쉽게 얻어지는 행복보다 더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산세를 보니 이제 저만큼 이 아름다운 골짜기 여행도 서서히 끝날 모양이다.

  긴 긴 골짜기를 벗어났다. 서서히 내리막을 지나 새로

운 지대가 나타난다. 산은 다시 계속된다. 상류어디선가에서 개울물이 힘차게 내려온다. 수풀이 우거진 곳도 있고 밭들도 더러 보인다.






   하늘에는 안개가 많이 보이고 안개는 산봉우리에 걸쳐 있다. 산줄기를 따라 폭포가 내린다. 좌우를 둘러보아도 폭포들이 산정상에서 골짜기를 따라 거의 수직으로 물줄기를 뽐내면서 내린다. 그것도 여기저기 폭포들이 경쟁하듯 흘러내린다.




   조금을 더 가니 분지가 하나 나타난다. 계속 가니 저 멀리 아주 너른 폭포 같은 것이 보인다. 저기가 뵈이야 빙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