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하나님의 나라 바티칸 시국(市國)에 들어가다
로마 안에 있는 꼬마 나라, 바티칸 시국에 들어간다. 현재 교황이 있다는 바티칸 궁에서 그러나 나는 교황님을 뵈올 수가 없었다. 기독과는 거리가 먼 이교도이니 그런 영광을 기대도 할 수 없었지만 어쩐지 교황님께서 갑자기 나오실 것 같은 생각을 해보면서 바티칸 박물관을 구경한다. 대리석으로 만든 화려한 조각상들에 홀려 정신이 황홀하였다. 무수한 그림들이 있었는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그 중 백미라고 한다. 기독교를 잘 모르는 나의 마음도 저절로 경건해졌다. 끝없이 펼쳐지는 무수한 천정화를 쳐다보느라고 목이 밤까지 뻐근할 정도로 통증을 느꼈다.
성 베드로 성당 안의 천장 장식
기독교인들이 가장 찾고 싶은 성지로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성 베드로 성당도 보았다. 이 성당은 1626년 11월18일 하느님께 바쳐졌다. 성당이라기보다 이탈리아 미술의 정화로, 영원한 인류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한다. 성당 내부는 다양한 색깔의 대리석으로 마술을 부린 듯한 각종 조각상과 모자이크로 된 그림들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죽은 예수를 안고 슬픔에 잠겨 있는 마리아를 조각한 미켈란젤로의 명작품 피에타상과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베드로 상이었다.
실외에 나오니 성베드로 광장이 정말 거대하고 볼만하였다. 광장에는 기원전 이집트에서 가져온 25.5m짜리 오벨리스크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도리아식 기둥 284개를 늘여 세워 만든 반원형 회랑이 있다. 여기서 기이한 것은 4열씩 30행 가까이 나란히 선 기둥이 어느 한 점에서 보면 겹쳐서 보인다는 사실이다. 중세의 한 시점에 내가 서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꿈속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성베드로 광장에 개미처럼 보이는 관광객들
서양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고 기독을 잘 모르고 기독교미술도 잘 모르니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사람이란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적고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모르는 남의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폄하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나는 지금 그런 심정은 아니었다. 지금 여행이 벌써 일주일째가 되니 계속되는 관광으로 피로가 쌓인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니 본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자꾸만 헛갈린다.
이들 찬란하고 거대한 건축물들과 무수한 장식물들과 숱한 성화들을 보면서나는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가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또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수난의 삶과 베드로의 고난과 비참한 죽음과 저 화려하고 거대한 예술품들과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종교의 근본은 지고지순한 정신의 것인데 인간들은 그것을 꼭 물신화하는데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인가 보다.
지금 우리 한국 불교계에서도 세계 최대의 무엇, 동양 최고의 무엇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서 경배를 드리고 야단을 한다. 그러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거기에 바쳐야만 하는가? 차라리 그 돈으로 불우한 사람들에게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병원을 지어서 돈 없는 사람을 고쳐주고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이 살 양로원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렇게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을 짓느라고 중세 유럽에서는 면죄부를 팔게 되었고 오늘 우리나라의 교회(절)에서도 교인들에게 천국(극락)에 가는 여행비를 빙자하여 막대한 기부금을 거두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일은 도리어 종교에 해독이 되는 일들인데 인간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 해독에 빠진다. 마약이 나쁜 줄 알면서도 마약에 빠지는 마약 중독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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