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앙코르 유적지를 찾아
1, 두 유적지
캄보디아를 찾는 사람들의 주요 목적은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톰의 두 거대한 유적지를 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앙코르 유적지가 없었다면 어쩌면 캄보디아를 찾을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여기에 많이 오기 시작한 것은 이 년쯤 되었다고 한다. 벌써 일본 관광객들이 유행처럼 다녀갔다고 한다. 씨엠립은 인구 10여만쯤 되는 작은 관광도시라고 한다. 시골 정류장처럼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는 작은 공항이 있다. 많은 호텔들이 야자수에 둘러싸여 있을 뿐 나머지 시가는 보잘 것이 없었다.
<오른 쪽이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해자, 다리를 건너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건물들>
(1) 앙코르 와트
씨엠립에서 6킬로 지점에 있다. 차를 타고 외곽으로 가다가 보니 밀림이 나타났다. 한참을 더 들어가니 못 같은 것이 보였다. 이 못(해자)의 폭은 200m인데 이 못이 앙코르 와트를 둘러싸고 있다. 그 길이가 물경 5.5Km다. 이 물은 인공호인데 맑고 푸른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 해자를 한참 돌아가니 가까이 유적지가 보이고 차를 내린다. 입구는 해자를 건너는 다리로 되었는데 그 길이가 250m이고 폭이 12m다. 그 안에 1,000개 이상의 건축물이 있다. 건축물들은 모래돌과 벽돌 및 황토로 축조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12세기초 30년에 걸쳐 스리야바르만 2세때 완성된 것으로 비쉬누를 숭상하는 흰두교의 사원이다. 왓은 태국말로 절, 사원이란 뜻이며 16세기 경 소승불교가 도입되어 이 사원이 힌두교 사원에서 불교사원으로 바뀌어 질 때 앙코르의 뒤에 붙여진 것 같다>고 한다.
< 앙코르 왓트이 맨 앞 정면의 모습 >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종교적 건축물로써 그 규모와 사원의 숫자가 단일 최대의 유적지라고 한다. 1937년에 앙코르를 탐사했던 고고학자 Dickason은 앙코르왓의 웅장함과 그 건축미와 신비스러움은 파라오의 피라미드보다 더 웅대하고 사자한의 타지마할보다 더 아름답다고 표현하였다>고 한다. 피라미트도 타지마할도 그림에서 밖에 보지 못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앙코르 와트는 조상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사원이었으므로 출입문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흰두교에서 서쪽은 죽음을 상징하는 방향이다. 불교의 서방정토처럼…
< 이 건물 안은 긴 회랑을 이루고 있다 >
거대한 건축물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자세한 설명을 들어 보자.
멀리서 이 사원을 보노라면 긴 통로가 중앙으로 연결되는 지상의 거대한 석조물로 보이기도 하나 가까이 가서 보면 수많은 층을 이루는 탑들로서 많은 예술적인 조각과, 방과, 베란다와 정원 등이 계단으로 이어지는 각각 다른 층 단에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면에서부터 높이는 전체적으로 크게 3개 층으로 나뉘면서 자그마치 213m나 된다.
< 가파른 절벽 계단을 기어올라 상부탑을 향하고 있다 >
맨 밑층은 사원의 전체 면적을 다 차지하면서 시작하여 위 층 단으로 올라가면서 면적은 적어지고 높이는 더 높아진다. 다음 층 단과의 사이에는 많은 기둥이 세워진 긴 회랑으로 구분되어있다. 맨 위의 3층 단에는 5개의 큰 탑이 세워+져 있는데 4개의 탑이 사방 끝에 세워지고 제일 높은 탑이 가운데에 세워져 있다. 이 5개의 탑이야말로 앙코르왓의 가장 훌륭한 건축물이다. 이 탑들의 배열을 QUINCUNX식 배열이라고 한다. 탑은 원추형으로 층층이 쌓아 올라가다가 상부는 연꽃 봉오리 모양을 하고 있다.
건축설계상 독특한 기법을 이용하여 특정한 위치에서만 5개의 탑을 다 볼 수가 있다. 또 많은 건축물, 구조물 등과 정원들도 대칭을 이루는 설계로 되어있다. 회랑과, 방과, 통로들의 지붕은 곡선으로 경사지게 만들어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길고 좁은 산등성이 같이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그 모양새가 뚜렷하여 각기 구분이 되고 있다. 각 층 단과는 계단으로 연결되어있다.>
저 멀리 공중에 열기구가 하나 떠 있었다. 그것을 타고 공중에서 이 유적지를 조망한다고 한다. 정말 좋은 발상이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저렇게 하늘을 날면서 관광을 할 수 있다면 이 아름다운 유적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저 울창하고 아름다운 밀림들과 지평선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광을….
또 <앙코르 와트는 석조 건축물로 만들어진 우주의 축소판으로 지상에 있는 우주의 모형이다. 중앙의 탑은 사원의 정 중앙에 세워져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하며 5개의 탑은 "메루"산의 5개의 큰 봉우리를 나타낸다. 성벽은 세상 끝을 둘러 싼 산맥을 뜻하고 있다. 그리고 둘러싼 호수는 우주의 바다를 상징하고 있다.>
입구를 들어가 멀지 않은 곳에 도서관으로 썼다는 건물을 지나자 왼쪽으로 아름다운 연꽃이 빨갛게 피어있는 커다란 연못이 있다. 연못을 조금 못 가서 왼쪽으로 돌아 40m 쯤 좁은 길을 따라가면 큰 나무가 있으며 거기에서 앙코르 와트의 5개의 탑을 모두 볼 수 있다. 여기서 보는 일출 때의 경관은 대단히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배경을 뒤에 두고 잠시 사진을 찍었다.
앙코르 제국은 1353년 시암족(지금의 태국)에게 정복을 당한다. 이후 4세기에 걸쳐 크메르 민족은 시암족과 챰족 (지금의 중부 베트남 지역)의 침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불운한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도읍지를 지금의 프놈펜 근처로 옮기게 된다. 이로부터 앙코르 지역은 사실상 태국이 관할하고 불교 승려들에 의하여 관리, 유지되어 왔다고 한다. 그 뒤로 사람들에게 잊혀진 뒤 수많은 세월 위로 깊고 푸른 정글의 숲들로 뒤덮이게 된다.
㈁ 앙코르톰
<앙코르 톰의 입구>
오후에는 앙코르 왓에서 1,700m쯤 떨어진 앙코르 톰으로 갔다. 여기는 옛 크메르 왕조의 마지막 도읍지라고 한다.
<국가의 통치를 위한 건축물들과 승려들, 성 내의 관리들, 군인 등의 거주지역 등을 이룬 도시로 성벽으로 둘러싸였다. 앙코르 와트 북쪽 에 위치한다.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 사이 자야바르만 7세때 지은 바이욘 양식의 불교 사원이다>.
앙코르의 또 하나의 명물은 주변의 밀림에 있다고 한다. 특히 앙코르톰을 따라서는 울창한 밀림들 가운데 흰색의 낙엽수 거목들이 있다. 그야말로 열대우림지역의 많은 강수량과 강렬한 햇빛 비옥한 황토위에서 죽죽 뻗어 키가 장대한 거목들이다.
지금은 많이 부서진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당시 몽고의 사신 주 대관이 쓴 그 당시의 앙코르에 대한 기록을 보자.
<"왕궁의 중앙에는 황금탑 바이욘이 우뚝 섰고 주변은 12개가 넘는 작은 탑들과 수백 개의 돌로 만든 방으로 둘러싸여 있다. 두 마리의 황금 사자가 양쪽에서 지키고 있는 황금 다리가 동쪽으로 놓여 있고 다른 쪽에는 여덟 개의 황금 부처가 돌로 된 방을 따라 늘어섰다. 청동으로 된 황금 탑 (바퓨온) 의 북쪽에는 바이욘 보다 더 높을지도 모르는, 밑에 10개도 넘는 방이 있는 탑 (피메나카스)이 있었다.
이 탑의 북쪽 1/4리 쯤에 왕이 기거하는 왕궁이 있었다. 왕실 위에는 또 다른 황금 탑이 있었으며 이 탑들을 보고 외국에서 온 상인들 마다 참 부유하고도 숭고한 캄보디아라고 감탄하였다" 한다.>
앙코르 톰도 잉코르 와트처럼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앙코르 톰은 중앙 축을 중심으로 4구획으로 나뉘어 불교 우주론의 소우주를 상징하고 있다. 바이욘 사원은 정확히 이 축의 중심에 위치하여 하늘과 땅의 연결을 뜻한다. 앙코르 톰을 둘러싼 사면의 성곽은 우주를 둘러싼 벽이며 또 "메루"산을 둘러 싼 산맥을 뜻한다. 지금은 말라버린 주변을 둘러싼 해자(垓字)는 우주의 바다를 뜻하였다.> 이것은 앙코르 왓트와 비슷한 상징을 하고 있었다.
<코끼리 테라스의 모습>
이 성 내에 있는 유적지들은 "바이욘, 바퓨온, 피메나카스, 코끼리 테라스, 문둥왕 테라스, 쁘라 팔리리, 탭 프라난, 쁘라삿 스쁘랏" 등 무수하게 많았다. 이 유적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부서진 것들이 많았다.
2. 두 사원의 부조물들
두 사원에서 특히 눈에 띄고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벽화로 된 부조물들이었다. 앙코르 와트의 수많은 회랑의 벽에는 1,500명이 넘는 아름다운 천사 무희 "압살라"가 끝이 없이 나타난다. 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여성상들이 방문객들을 기쁘게 해 준다.
< 암살라들의 춤 >
<17세기 캄보디아의 시인이었던 "팡"은 이 압사라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이 수만의 우아한 모습들은 아무리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정신이 새로워지며, 마음을 뜨거운 감동 속으로 빠지게 한다. 그들은 남자의 손에 의해 조각된 것이 아니라 분명 신들에 의하여 탄생한 것이다. 살아 생동하고 사랑스러우며 숨쉬고 있는 여인들이다.">
압살라의 춤을 밤에 식당에서 보았다. 민속쇼의 한 무대였는데 낮에 본 조각상을 생각하면서 보니 아주 실감나는 구경거리였다. 아름다운 미희가 압살라의 모습을 하고 춤을 추었는데 그 의장이 볼만하였고 춤사위도 매우 관능적이었다. 동남아, 흔히 내가 태국의 춤으로 알고 있던 손가락의 미묘한 움직임이 강조되는 그런 춤이었다. 아름답고 황홀한 예술 앞에 사람들은 넋이 달아난 듯 하였고 사진을 찍느라고 부산하였다. 그렇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철학과 사상이 있다. 우리는 흔히 자기 나라 자기 민족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남을 비하하거나 얕본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자기를 남보다 항상 위에 두고 자만심에 빠진다. 어느 민족도 비천한 민족이 없고 어느 개인도 다른 이들보다 못하지 않다. 어느 특정한 시점에서 또 하나의 관점에서만 보는 오해일 뿐이다. 모든 존재 안에 불성이 있고 하느님이 다 평등하게 존재한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
< 또 다른 부조 조각의 주제는 크게 2가지의 주제였는데 인도의 전설과 경전, 그리고 앙코르 시대의 전승 기록 등이다. 이 부조 기법을 BAS - RELIEF라고 하는데 조각된 돌출부분의 강약에 기준을 두는 기법을 말한다. 앙코르 와트에서 쓰인 조각 기법은 조각의 주체를 남겨두고 그 배경을 파내는 기법이었다. 때로는 반대로 음각을 한 곳도 있다. >
내가 더 관심을 가진 부조들은 앙코르 톰의 바이욘에 있는 부조들이다. 거기 내부 회랑에는 신화의 내용이 조각되어있고, 외부 회랑은 앙코르 와트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다시 보인다. 그러나 이 곳에는 일상생활의 풍속화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시장 풍경, 고기잡이, 닭싸움이 있는 축제, 요술쟁이 등등이다. 석공들이 모래돌을 자르고 있고 대장장이가 쇳물을 녹여 붓고 있으며 요리사가 잔치를 준비하기 위하여 불을 지피고 있는 장면도 있다. 군사들의 행진과 전쟁에 사용된 무기들이 나온다. 코끼리 등에 설치한 큰 활을 궁수들이 쏘려고 준비하며 바퀴 위에 설치된 투석기도 보인다. 그리고 전쟁 장면과 행진 장면 같은 역사적인 기록도 보인다.
두 유적지에 남아있는 무수한 석상과 탑들과 조각들…. 거기에서 나는 당대까지 살아온 그 지역인들이 남긴 신화와 전설과 그들이 품었던 종교와 철학과 사상의 흔적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화였다.
그런데 육백년이 넘은 이 조각품들이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될 수 있었을까? 더욱이 앙코르톰의 것들은 현재 외부에 노출된 상태다. 물론 이 건축물들이 언제 부서졌는지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의 풍화작용도 있었을 텐데 아직도 그렇게 선명하게 보일 수가 없다. 또 현재처럼 그대로 보관했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처럼 남아있을까? 십 수 년 전까지 캄보디아 내전이 계속되는 동안 전투로 인한 상처가 건축물들에서 총탄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을 앙코르 톰에서 보기도 하였으니….
우리 역사에는 이런 거대한 건축물들이 왜 없을까? 이것은 우리의 풍토와 민족의 기질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 민족의 유전자 속에는 큰 기상이 없는 것일까? 우리 민족은 지나친 욕심이나 허세가 없이 살아온 탓일까?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배층의 수탈이 있었을까? 그리고 하층민들의 고통은 또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지금 캄보디아 후손들은 이 조상들의 유적지 때문에 많은 덕을 보고 있다. 로마 제국이 남긴 엄청난 유산 때문에 지금의 이탈리아인들은 조상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처럼….
제국은 융성기가 지나면 멸망한다. 성주괴공은 자연의 섭리다. 지금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저 거대한 제국은 언제쯤 멸망하려는가? 약소국을 전쟁으로 수탈하고 무수한 생령을 고난과 슬픔 속에 빠뜨리는…. 아니 저 제국의 후손들은 또 로마 제국의 후손들처럼 그 제국으로 이룬 결실을 또 오래오래 거둘 것이라는 이 역설 앞에 인간의 역사는 정의의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몸서리를 친다.
3 타프롬
앙코르 톰에는 많은 유적지가 여기저기 부서진 형태로 서 있었다. 그 중에서 나무 사원이라고도 하는 타프롬은 나무라는 자연이 버려진 인공의 건물들 위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참 좋은 볼거리였다.
우리는 광장으로 나와 그 광장을 가로지른 큰 도로를 건넜다. 그리고는 다시 밀림 속으로 난 길을 한참 걸어 들어갔다. 또 다른 유적지가 나타나면서 거대한 나무들이 부서진 유적지들의 돌건물 위에 거대한 뿌리를 들어내면서 웅혼한 기상을 뿜고 있었다. 나는 바위산이나 절벽 같은 데서 암벽에 붙어 자생하는 수목들은 더러 보았지만 성곽과 건물의 잔해 위에 저렇게 자라는 거대한 나무들을 본 적은 없다.
도대체 저 나무들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재어보지 않았지만 수 십 미터가 넘는 키에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둥치의 나무들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짓누르고 그 위용을 자랑하듯 우뚝 솟아있다. 돌탑 위에 자라나 그 뿌리가 돌 사이를 파고 들어가 그 돌탑을 무너뜨리고, 또 어떤 것들은 성벽을 무너뜨렸다. 거대한 뿌리와 뿌리들 사이에 둘러싸여 짓눌려 웅크리듯 보이는 조각상들도 있었다. 나무뿌리들은 구렁이처럼 돌더미를 얼기설기 타고 내려와 땅위에다가 힘차게 뿌리를 박고 다시 땅속으로 힘차게 널리 울룩불룩 뻗어 들어가 그 땅의 정기를 흠뿍 뽑아 올렸을 것이다. 땅의 정기는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 승천하려는 용처럼 하늘을 향해 그 기운을 뿜어 올리듯 굵은 줄기를 뻗어 올리고 있었다. 어떤 나무는 그렇게 몇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다가 죽었다.
세월이 또 얼마나 흘렀을까? 부러져 죽은 그 나무의 썩은 둥걸 속에 또 씨앗이 떨어졌겠지. 거기에서 나무가 자라 푸른 줄기를 뻗어 올리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죽은 나무속에 살아가는 나무도 있었다. 아, 생명이란 얼마나 끈질긴 집착이며, 처절한 몸부림이며 또한 저렇듯 숭엄하기도 한 것인가?
정글 왕국의 성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 곳은 통행로만 만들고 더 손상이 되지 않도록 보강한 것 외에는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하기야 여기에는 더 이상 사람의 손을 댈 필요가 없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제일 큰 볼거리며 가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원이 자연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해서 방문객들은 꼭 19세기 때 탐험가들이 처음 앙코르를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깊은 정글에 둘러싸인 타프롬 사원은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며 때로 로맨틱한 환상에 젖기도 한다. 무화과와 보리수 그리고 목화 나무들이 거대한 뿌리를 뻗어 지붕처럼 사원을 뒤덮고 있으며 담벽과 테라스의 틈 사이에 뿌리가 파고들어 찢어내고 있다. 나무의 몸통들은 돌기둥들을 휘감고 올라가고 있다. 돌에 새겨진 범어의 기록이 아직도 선명히 이 사원의 역사를 말해 준다.>
이 사원의 규모를 한 번 살펴보자.
<타 프롬은 그 당시 3,140개의 마을을 통치하였으며 79,365명이 이 사원을 관리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18명의 고승과 2,740명의 관리들과 2,202명의 인부들과 615명의 무희들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원에 남아있는 재산 중에는 500Kg이 넘는 황금 접시 한 쌍과 35개의 다이아몬드, 40,620개의 진주, 4,540개의 보석, 876개의 중국에서 온 커튼, 512개의 비단 침대 그리고 523개의 양산이 있다. 이러한 숫자가 비록 왕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과장된 것들이기는 하지만 타 프롬 사원의 중요성과 의미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안내원을 따라 나온다. 자꾸자꾸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밀림 속에 난 좁은 길을 따라 도로 나온다. 어디 멀리서 예리한 톱날이 돌아가는 굉음이 환청처럼 들리고 있다. 그 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매미소리라고 하였다. 정말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매미소리다. 내 뇌리에 환상처럼 남아있는 무너진 유적지를 나오면서 듣는 그 매미소리…. 참으로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둘러싸인 폐허의 유적지를 둘러보는 기이한 경험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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