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기발간분

시동인지31집 2009년도

저 언덕 넘어 2023. 11. 5. 09:46


시 동인지
글 밭
 제31집|2009






김윤한 권오규 임관혁 권기태 강희동 강수완 이형복 이선남 김혜원 전대진 김성재 김진회

글밭동인회
우리들의 말

  바쁜 일상의 틈새를 비집어 시심(詩心)을 뿌리고 일궈온 ‘글밭’ 31집을 엮어낸다. 전문 시인들처럼 삶의 지혜를 일갈(一喝)하는 깨달음이나 가슴을 후려치는 미학을 드러내놓지는 못했는지 모르지만, 늘 그러해 왔듯이 ‘글밭’의 시들은 투박하고 진솔하다. 서울도 부산도 아닌 지역 안동에서 창간 이후 40여년 동인지를 펴내온 ‘글밭’의 걸음은 한결같다. 대단한 시 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척박한 삶 속에서 시심을 일깨워주는 시야말로 대단한 시라는 소박한 믿음이 그것이다.
  대중 속의 친근한 시에서 전문 영역 속의 낯선 시로 미끄러져 달아나는 오늘날 시들의 행렬을 일탈해, ‘글밭’은 안동 옛 양반이나 황소처럼 느릿느릿 대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일상 속의 시심을 일궈낼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들이나 평론가에만 읽히는 시만 남았다는 이 시대의 흉흉한 소문의 벽을 허물어나갈 것이다.
  ‘글밭’ 동인들이여, 시가 꼭 어떠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서두르지 말고 평생을 그저 시심을 껴안은 채 일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대중들과 함께 악수를 나누듯 시심을 나눠 볼 일이다. 시심이 출렁이는 세상이야 말로 진정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차 례

우리들의 말 3

김윤한
이블린 글레니 10
벌초하며 12
나팔꽃밭 14
거미줄 15 
놀라운 밥상 16 
쓰라림  17
풍경 18

권오규
가야산 실개천 20
눈(雪) 21
고향 22
길가는 여자 23
참꽃  24

임관혁
섬진강에 가면 26
새벽 닭  27
아버지  28
참꽃  29
경칩  30
가는 길  31
구름 낀 날  32 
못다한 말 한마디 33 
독도 갈매기 34

권기태
퇴직 이후  36
꿀밤 줍기ㆍⅠ  37
꿀밤 줍기ㆍⅡ 38
강물을 건너며 40
고려청자 42
곳 집 43
두 명의 나 44

강희동
유월 46
고혈압 47
소백산이 부르거든 그냥 48
진달래 49
복수초 50
낙엽 51
가을비가 드려다 본 방 52
오리무중(五里霧中) 53
봄 날 54

강수완
제주돌이 따스하다 56
‘차마고도’를 보다가 57
풍경 58
배꽃 59
선운사 꽃무릇 60
벚나무의 사연 61

이형복
겨울바다 64
로꾸꺼 66
마음 68
비 오는 날 69
작은 행복 70



이선남
아이라뷰 할거나! 72
밴댕이 속 74
처음 75
상처  76
고목 77

김혜원
돌  80
고목 81
돌멩이의 행려(行旅)  83
겨울 바닷가에서  84
열리지 않는 책 86
투명 인간 아이들  88

전대진
태양의 예언 92
화분 1  93
물고기와의 해후 95
연시 1  97
화분 2  99
낮잠  101
동거 1  102

김성재
납골당 짓던 날 106
길안 가는 길 108
어느 폐가에서 110
부재중  112
추석 114
욕조에 누워서 116
보고싶고미안하고고맙고사랑하는데  118


김진회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온 건 아버지였다 122
사과 사세요 124 
낡은 계절 125 
아련한 계약  127 
즐거운 날 128

∥작품해설∥ 이위발
황소처럼 일구어가는 詩心이 출렁이는 풍경 속으로 129

글밭 略史 152







김 윤 한




이블린 글레니ㆍ벌초하며
나팔꽃밭ㆍ거미줄 놀라운 밥상ㆍ쓰라림ㆍ풍경


  시인의 말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이라는 가사의 유행가가 있었다.
  여태껏 어떻게 살아 왔는지 되돌아보니 그 유행가 가사처럼 그냥 ‘정처 없’이 예까지 걸어온 게 아닌가 싶다.
  한 때는 새벽에 잠깨어 문득 나이를 생각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세월은 참 쏜살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쏜살’은 화살을 쏜 것을 말한다. 화살을 쏘면 최고 시속이 250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무심하게 보낸 세월을 후회도 하지만 어쩌랴 ‘오늘도’ ‘정처 없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것을.
  다만 어릴 적부터 지니고 다니던 ‘시 쓰는 버릇’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견한 일인지 한심한 일인지.
이블린 글레니

음악은

 

 

소리가 춤추는 것이다. 
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스코틀랜드가 낳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
그녀가 맨발로 무대에 서는 것은 
발끝으로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협연하는 오케스트라의 소리들은 
뺨이나 살갗의 떨림으로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야 한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블린 글레니
그녀는 온 몸으로 소리를 듣는다. 
그러므로 그녀의 연주는 .
이승에서 하나 뿐인 몸뚱아리 그 자체이다 
서글픔을 딛고 눈부시게 일어서는
영혼의 떨림이다.
그녀가 연주하는 마림바 소리가
전류가 되어 찌르르 명치끝을 향해 달려온다. 
베토벤도
스메타나도
그녀의 연주를 머리카락 곧추세워 듣고 있다. 
음악은
영혼이 춤추는 것이다.


벌초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듯 
해마다 가을마다 어김없이
조상님 산소에 벌초를 해왔던 것일까 
지난해 베어낸 칡넝쿨이며 억새풀들이 
지난해보다 더 무성하다.
봉분부터 차근차근 돌아가며 서툴게 낫질을 한다. 
송장메뚜기들 무심히 뛰노는 무덤가
단풍잎들 붉은 만장처럼 펄럭이고 
가을 풀벌레들 워이워이
상엿소리 요령소리로 다시 들린다. 
무덤 속에 눕기 전까지는 이 조상님도 
손바닥 침 탁탁 뱉어가며 나처럼
또 다른 조상님 무덤 이렇게 벌초를 했으리라. 
해마다 풀은 날카로운 낫질에 베어져 죽지만 
다음 해면 다시 무성하게 돋아나듯이 
조상들은 풀들처럼 죽어 무덤이 되고 
후손들은 하나씩 다시 살아나서
마침내 무덤이 되고 조상들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조상이 되지 않으리라. 
구차한 무덤 더 보태지 않으리라.
한 마리 까마귀 되어
아득한 허공으로 미련 없이 떠나가리라. 
계절 바뀌어도 서러운 이승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나팔꽃밭

  무더운 여름 해질 무렵이었다.
  산동네를 걸어 오르는데 평소 못 보던 나팔꽃들이 비탈 가득 피어 있었다. 목선 고운 어느 여인네가 일부러 심어 가꾼 모양이었다. 그 옆에는 호박꽃도 함께 앉아있었다.
  자동차로 지날 때는 전혀 보지 못한 풍경이라 나팔꽃밭을 유심히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줄기들이 얼마나 무성한지 흡사 높은음자리표들이 얽혀 있는 듯했다.
  그렇게 나팔꽃밭을 지나치는 순간 어디선가 맑은 트럼펫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이어서 트롬본 소리, 호른 소리, 이어서 뿡뿡거리며 커다란 수자폰 소리도 들려왔다.
  서툴기는 했지만 흡사 시골 여자고등학교 브라스밴드의 신나는 행진곡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큰북과 작은 북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하도 신기해서 뒤돌아보자 이상하게도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신 거기에는 붉은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 여러 가지 나팔꽃들이 저녁 햇살에 동화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거미줄

보이지 않게 쳐 두었던 거미줄이 
이슬 맞아 그물처럼 빛난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숨어서 기다리는 
거미, 그리고
헤진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의 
푸른 힘줄 불거진 저 팔뚝.
나 역시도 일용할 양식을 위해 
보이지 않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지만 
결국은 거미줄에 걸리고
결국은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한 마리 벌레 
가엾은 한 마리
고등어에 불과함을 본다.


놀라운 밥상

검푸른 파도에 떠돌던 
멸치 떼들 푸른 고등어
사람소리 들리지 않는 심심산골 
고요를 벗해 자란 고사리들
이 세상 험한 길 돌고 돌아 
저마다 한 접시씩 놓여져 있다. 
까마득한 조상들이 먹던 쌀밥들 
한 톨 한 톨씩
수천 번씩 씨앗으로 이어져 오늘 
한 공기 보석처럼 빛나고 있구나. 
배춧잎이며 싱싱한 오이
푸른 채소들은 오히려
찬란하게 빛나는 소중한 꽃들이다. 
온 세상을 휘돌아
오랜 시간을 흘러서 
밥상 위에 이렇게
소중한 인연으로 함께 모였구나 
놀라워라 지상에 단 하나 뿐인 
이 찬란한 향연.


쓰라림

  자주 가는 연수원 식당, 희망의 상징 녹색 티셔츠를 입은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는 아이들 오륙십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는 자장밥이었다. 식사하는 풍경이 왠지 너무 차분해 보였다.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모두들 열심히 숟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몇몇 아이들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이 고라니의 눈망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아이들이 주말에 집을 떠나 이 연수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까 식당 종업원에게 물었다. 보육원에서 온 아이들이라 했다.
  아. 이 많은 아이들이 모두 고아라니.
  식당 바깥에는 흐드러진 벚꽃들이 바람에 하염없이 떨어져 날리고 있었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랬다.


풍경

마당 끝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
알맞게 그늘 드리우고
그 앞에는 조그마한 연못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지. 
연못가에는 찔레꽃 피고 
벌들 윙윙거리면 좋겠지. 
그 아래 가끔씩
눈이 까만 어린 뱀 한 마리 
나타나기도 하고
멀리서 뻐꾸기도 울고 
강아지 길게 하품을 하고 
나는 거기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

 

 

권 오 규





가야산 실개천ㆍ눈(雪) 고향ㆍ길 가는 여자ㆍ참꽃

시인의 말
생활 자체가 詩다.
어설프게 문자로 나타낼 필요도 사실은 없다. 
그래도 적어야 했다는 것이
아픔이었다.


가야산 실개천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지여!

어디서나
풍속 쫓아 시집 사는 
억척 아지매여!

굳센 믿음으로 
역경을 헤치며 
고향 찾아 길 떠난 
불굴의 나그네여!

어디서 와서 
무엇을 가지고 
어디로 가는가
미더운 생(生)의 이웃이여!


눈(雪)

물이 얼어서 내리는 것에 불과한 것인데 
비가 얼어서 내리는 것에 불과한 것인데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평소의 마음이 깨끗지 못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만지지도
안을 수도 없이 
다만
맞고만 서 있어야 하리.


고향

산이나 물가에 
마른 풀섶은

내 
고향.

자유, 민주, 평화 
몰라도

사랑만은 
풍족한 곳.

그리움 가지로 
아무 것 없어도

마르고 닳은 
마른 풀섶은

오직 영원한 
나만의 고향.


길 가는 여자

사랑이 
간다

미움이 
간다


덩어리

생명이 
간다

죽음이 
간다


참꽃

내 별로 나쁜 감정은 없소이다. 
얘한테 만큼은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임 관 혁




섬진강에 가면ㆍ새벽 닭ㆍ아버지ㆍ참꽃
경칩ㆍ가는 길ㆍ구름 낀 날 못다한 말 한마디ㆍ독도 갈매기


시인의 말
능금이 익는 계절 아름답지만 
언제나 그랬듯 지키지 못한 
약속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쓴다고 다 시가 될까
의문 속에 또 한해를 보낸다.


섬진강에 가면

매화꽃 피는 
섬진강에 가면 
물빛 가득
가슴에 채워 올란다

매화 향기 그윽한 
섬진강에 가면 
달빛 가득
가슴에 채워 올란다

매화 꽃잎 휘날리는 
섬진강에 가면
고운 정 가득 
가슴에 채워 올란다


새벽 닭

잠든 혼을 
깨우리라

깊이 잠든 
영혼을 깨우리라

썩어버린
양심을 깨우리라

울대 세워 
핏대 세워

울리라 
울리라

목 빠지도록 울어 
오는 새벽을 알리리라


아버지

몇 년을 벼루고 
몇십 년을 벼루고 
손 탁 털고 
흙먼지 탁 털고
밭고랑 안 뵈는 곳에 가 
논도랑 잊고 한번
남 사듯이 사신다더니
논 내음 밭 내음 못 잊고 
흙 내음 차마 못 잊고 
밭갈이 논갈이로
칠순 넘기신 아버지




참꽃

좋아라 
꽃 피면
참꽃 피면 
좋아라

참꽃 피면 
봄 오는 걸 
참꽃 피면
님 오시는 걸

서러워라 
꽃 지면 
참꽃 지면 
서러워라

참꽃 지면 
봄 가는 걸 
참꽃 지면
님 가시는 걸



경칩

감았던 눈도 뜨인다 
닫았던 입도 열린다 
멀었던 귀도 뚫인다 
흐르는 물소리 들려 
기분 좋은 날
봄이 오려나 보다 
꽃도 피려나 보다


가는 길

흙은 밟고 지나간다 
모래는 털고 지나간다 
자갈돌은 차고 지나간다 
바위는 못 본 듯 지나간다 
돌산은 돌아 지나간다
부딪침이 없는 발은 상처가 없고 
상처 없는 사람은
상처의 아픔을 모른다



구름 낀 날

해가 보이지 않는다 
햇볕이 없다
새도 나래를 접는다 
개구리가 운다 
신명도 잠이 든다 
그믐밤 같은 날
우울증에 걸린 하늘 아래 
아무도 웃는 이가 없다


못다한 말 한마디

마주 보면 수줍어 못다한 말 한마디 
만나면 부끄러워 못다한 말 한마디 
떠나면 서러워 못다한 말 한마디 
마즈막 길에도 끝내 못한 말 한마디 
사랑해요





독도 갈매기

오르리라 
아침 해 따라
높이 날아오르리라

두 나래 하나되어 
두 다리 하나되어
높이높이 날아오르리라

황사 바람 불어와 
내 길을 막아도 
벚꽃가루 날아와 
내 눈을 가려도

날아 오르리라
높이높이 날아 오르리라 
님들이 보고파하던 땅 
한눈에 보일 때까지





권 기 태



퇴직 이후ㆍ꿀밤 줍기 강물을 건너며ㆍ고려청자
곳집ㆍ두 명의 나
  시인의 말
  길을 간다.
  가라앉은 하늘만큼이나 무게를 더해가는 가을. 잿빛 하늘과 가로에 뒹구는 낙엽 으스스 전신을 스미는 찬바람. 이름 없는 들꽃들이 땅 위에 떨어지는 아픔만큼 가을은 춥고 쓸쓸 하다.
  빈 들판 말라붙은 꽃대궁, 팔을 벌려 하늘을 쳐다보는 나목들을 흔들며 지나가는 가을은 풍성한 여운 보다는 살아온 인생의 한 획을 점찍어 가는 매듭에 서는 것 같아 싸늘한 촉감을 더 느끼게 한다.
  풀꽃 하나가 작은 씨앗을 여물게 하기까지 그들은 무수한 시간 속에서 해와 바람을 만나 고 때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아픔 같은 것을 견디어오면서 마지막 지나가는 가을 햇살의 잔영을 받고 있는 풀꽃은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엄숙한 생명을 읽어가고 있다.
  발끝에 채이는 낙엽만큼이나 푸짐하게 산 한해가 발자국도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게 도시의 가을은 잉여인간이 강물처럼 무리지어 흘러가고 있어도 더욱 고독한 것 일까?
  가을은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친구를 생각하게 하고 그리 독하지 않는 몇 잔에 술을 그립게도 한다.
  이 가을에 묻혀 사는 시인들을 생각하고 이 가을 진정한 시를 낳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무거운 죄인이 되어 가는가 보다.
  무식한 내가 시를 쓴다고 외도를 한 세월도 퍽 오랜 것 같다.
  오늘은 추수한 들 가운데 허수아비가 되어 풀벌레 소리 들으며 함초롬히 이 한밤을 새우고 싶다.

 

 

퇴직 이후

혼란한 속에서도 침묵하며 살아온 삶들이 
가치를 상실하고 하나 둘 지워져 간다 
일상에서 격정의 사랑들을 하늘로 날렸다 
응어리진 갈등과 애욕도 강물에 띄웠다 
외롭고 쓸쓸한 파도가 온몸에 밀려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긴 여정이었다

손때 묻어 정겨운 책장에서 지워지는 애증들 
40년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먼지를 닦아 낸다 
김을 매고 씨 뿌리는 머슴으로 시작하는 일들 
오늘은 체념하지 못해 허기진 늑대처럼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 한가운데 들길을 달린다 
숲 속에서 들쥐 메뚜기 고라니들이 도망친다

계층과 조직의 틈새에서 울음 울던 날들의 
채찍 맞은 상채기를 깃봉에 달아 높이 들었다 
인내와 끈기로 살아온 날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새로운 앞날을 즐겁고 건강하게 시작하기 위해 
땀을 쏟으며 날마다 밝은 태양을 맞아
새날 황금빛으로 쏟아지는 새벽을 마시자


꿀밤 줍기ㆍⅠ

아침 산행 길에 꿀밤을 줍는다
통통한 꿀밤 알은 사랑스럽고 앙증맞다 
아침에 두 주머니는 가득히 줍는다
한 열흘간 주워 모우니 두 말은 넘었다

왕복 십오 리 산길을 힘차게 돌아오는 
산행은 좋은 하루를 맞아 온다
꿀밤을 주우며 맞이하는 나의 아침은 
보석상자를 맞이하는 새악시가 된다

후두득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도토리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의 진통인가 
우리는 다람쥐 대신 꿀밤을 줍는다 
틈새 가랑잎에 숨어드는 꿀밤은
솔숲을 밀어내고 참나무 세상을 만든다

밤새 겨울 양식을 준비하던 다람쥐가 
바위 틈새에 잠이 들어 고요한 아침이다 
나는 잎새에 숨어서 뿌리를 내리는
꿀밤을 찾아 두리번거린 지 열흘이 되었다


꿀밤 줍기ㆍⅡ

샤워로 땀을 씻으며 머리새를 빗질하고 
복장을 갖추면 식탁엔 꿀밤묵이 차려진다 
떨떨한 꿀밤묵은 청정한 자연 음식이라 
상쾌한 아침상엔 꿀밤 이야기가 화제꺼리다

아내와 동행하는 산은 오르기 상대에서 
요즘은 꿀밤 줍기 경쟁자로 바뀌었다 
늘 느려서 경쟁이 되지 않는 상대지만
나보다 많이 주워 기쁜 웃음을 보이곤 한다

땀 흘린 산행은 곱빼기 아침밥이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더해지면 
시간에 쪼들리며 전철에 매달려가는
굶고 출근하는 도회지 아이 생각이 난다

소나무가 없는 참나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늘 푸른 솔이 없다면 삭막한 산이 되겠지 
꿀밤 줍는 일을 할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후년이 되면 참나무는 온 산을 잠식하리라

꿀밤은 빻아서 걸러서 끓여서 묵을 만든다 
물에 담궈 두면 열흘간은 두고 먹어도 된다 
훗날 참나무 숲이 되면 나는 아침 마다 
꿀밤을 주우며 즐거운 날을 보낼 수 있을까


강물을 건너며

바지를 걷어 강물을 건너던 날은 
오십년 전의 추운 겨울날이었다 
외갓집으로 심부름 가는 날
강물에는 얼음이 깔려서 살이 베이곤 했다
오늘은
오대조 산소 가는 물한리 내성천 
살얼음이 끼인 강물을 건넌다
물이 불어나면 아랫도리를 벗어 든다 
열여섯 때 객지로 떠나면서부터는 
강물을 건널 일이 없어졌다

추석 성묘길에 옛 기억의 강을 
구두와 바지를 벗어들고 건너보았다
풀섶에 들어서니 모기떼가 웅성거렸다 
쓰레기 전기제품 폐가구가 흩어졌다

발 밑에는 붉은 이끼의 융단이 깔려 있다 
기름띠 흐르는 검은 흙탕물에서
부글부글 가스와 악취가 코를 찌른다 
육순을 넘어 메마른 강은 시궁창이 되었다 
여울 너머로 백사장 모래톱으로
갯버들 여뀌와 엉컹퀴 넝쿨이 숨을 막았다

돌 밑에 손을 넣으면 다슬기 모여 살고 
돌고기들이 도망치던 청자색 하늘과 
어우러져 물놀이 하던 지내천 청바위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함께 꾸려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바람으로 구름으로 
청빈하고 가난한 나눔의 살림살이 
끊어질듯 이어가는 실개천 파란물 
갯여울 한편에 작은 움막 하나 그립다


고려청자

열길 용소의 푸른 물속에서 솟아난 
선녀의 자태로 다소곳이 앉아 
고궁의 유리방에 숨어 있는 님이여
한반도 강진땅 가마에서 지어진 몸매로 
내몽고 이스탄불 북송의 개봉 땅에서 
이 세상 사내들의 영혼을 불사르고 
일천이백 년 서역의 먼 길 돌아온 끈기 
푸른 날개짓하며 창공을 나는 청학들 
다섯 발톱으로 물살을 가르는 용트림 
비늘을 털고 하늘을 날으려 하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동방의 여인이여
쑥색 치마저고리 곱기도 하여라


곳집

외진 골짜기 토막집 한 채 
저승길에 동행하는 넋들이 
우글거린다
낮에는 박쥐가 낮잠을 자고 
밤에는 살쾡이 피 냄새 그리워 
찾아오는 곳
등 너머 솔숲에 부엉이 울어대고 
앞 냇가 용바위에는 물귀신이 
인어 되어 나온다
물안개 논둑길 따라 피는 
가을걷이 나들이 길에 
하늘 문이 열리고 
저승사자 나오는 소리 
오늘은 뉘를 데려 가는지 
북녘 하늘 마른 벼락 치고 
천둥소리 솔숲에 진다


두 명의 나

내 안에는 두 명의 내가 있다
오늘 만난 그녀의 뽀얀 가슴을 탐하는 
나의 바람기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양심의 소리로 
괴로워하는 또 다른 내가 있다

내 그림자처럼
고난 속에서도 나를 열심히 따르는 
나는 아내를 지우며
나는 아내를 비우며 
아내의 그늘 속에 들러서 
수시로
쉬어가는 편한 쉼터가 되지요

하늘은 구름을 모아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간다 
젊은 날의 추억이 핀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돌아온 현실은 실망과 곤혹한 
아픔으로 돌아와
또 다른 나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강 희 동



유월ㆍ고혈압ㆍ소백산이 부르거든 그냥 진달래ㆍ복수초ㆍ낙엽ㆍ가을비가 들여다 본 방
오리무중(五里霧中)ㆍ봄날


  시인의 말

 

다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작은 느낌들을 다루어 보았다.
있는 그대로를 일상 속에서 찾으려고 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너무 치열하게 사는 것도 낭비이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백하게 그려내는 방법에 치중 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일부가 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유월

아카시아 꽃댕기 주렁주렁 
웃음 번지는 산기슭
녹색 싱그러운 향기에 이끌려 
꿀벌 분주히
꽃가루 뜨거운 
시간에 입맞추고 
있다.


고혈압

강북 삼성병원 
공복의 채혈 
끈적한 혈관 속에
힘주면 끊어질 비수를 감추고
고압 전선줄 동여맨 도시의 골목을 
활보한다 등 푸른 생선의 신경줄 
바다로 향한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폭발을 서두르는 낮은 포복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불경기 속으로 
성난 병아리 울음 섞으며
종종종 달려간다.

 

소백산이 부르거든 그냥

첩첩이 들어앉은 산들이
겨울 흰 눈을 덮어쓰고 소백이
산은 산으로 이어져 능선으로 달리고 
능선을 쓰다듬은 바람을 골골이 내려 보내 
산 밑 엎드린 작은집 담백한 사람들 달래고 
절기마다 온갖 산야초와 들꽃들을
제 앞자락에 키워 마을로 내 보내고 
세류에 지친 자 마음 상한 자 계곡으로 
산속 깊숙이 불러들여 약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노래가 되는 소백이 
주름진 능선 계곡에 가슴마른 사람들 
흠뻑 푸른 물로 적셔 또 다시
우-우 나무들 일어선다
푸른 숲 풍성한 잎들 넘실거리며 
부드러운 바람 부채질에 희방수 흘러 
폭포가 되고 사랑이 되고 열매가 되고 
마음이 허허로운 자 소백의 주름 속에 
묻혀 잠시 쉬어가는 구름 되어 보련가 
이름 모를 풀이나 되어 보련가 
야생화나 되련가.


진달래

사월에
산 뻐꾹새 
절규

뚝 떼어
산빛 좋은 마루에 
널었더니

녹음 몰래 
분단장한 계집이
이 산 저 산 막 타네.


복수초

어디에도 
흔적 
없네

안개 더불어 
놀러 오던 밤
밤 세워 하얀 눈물 
강물에 퍼
버렸네

앙증맞은 
눈물 종지 
노란 꽃으로 
남겨 두었네

그리고 아무 
흔적
없네.


낙엽

눈물 나도록 노란 은행잎이 
하염없이 바람에 날리는 나무 밑에
이유 없이 병아리 종종걸음으로 구르다 
무성영화의 한 장면으로 흐르는 하늘 
낙엽이 싸락눈으로 흔들어 내려
나는 무심히 흘러가는 유행가 가락이나 되어 
그대 곁에 잠시 앉았다가 흩어지는 흔적


가을비가 들여다 본 방

어두운 
가을비

먼지 범벅된 유리창 가에 닿아 
나직이 속살대는 이야기

요즈음 전등불
왜 침침한지 알아

깜박 졸던 백열전구 
환히 밝아지며

세상이 어두울수록 
유리라도 맑아야지

순간, 가을비 세차게 유리창 씻어내고 
어둡게 깊어가는 가을밤

더욱 환해지는 
작은 방
오리무중(五里霧中)

안개꽃은 안개로 내려야 피나 
살구꽃 벙글듯 걸어 나온 안개

속살거리며 메마른 입술 적시면 
그대 안개 젖은 아침 저어 와 
느리게 안경을 닦는다

안개는 박수치며 일렁이는 햇살 막아서고 
강 언덕으로 춤추며 살아 오르는 이슬 군단

흐린 세상 건너온 자작나무 숲 뒤로 
물 먹은 낮달 하늬바람에 밀려와도 
잠 깨지 못 하는 아침

그대 아직 안개 속에 
젖어 깨지 못하는가.



봄 날

봄볕 간지럼에 꾸벅 졸고 있는 사이 
중천을 지나 길어지는 그림자 
복사꽃 눈으로 날리자
건너 산 뻐꾹새 울 때마다 
앵두 알 살찌는 처마 앞 
벌 나비 앵앵대는 정적 끝
볕을 쓸어 담는 장치마 끄는 소리 
뚫어진 문구멍 사이로 보면
하르륵 하르륵 처녀 속살 꽃잎 내리면 
부풀어 오르는 과육의 봄날 
생일이었다.


강 수 완




제주돌이 따스하다 ‘차마고도’를 보다가ㆍ풍경ㆍ배꽃 선운사 꽃무릇ㆍ벚나무의 사연


  시인의 말

 

세월은 빠르고 몸은 더디다. 욱신거리는 사방으로 다시 가을은 오고
가을 앞에서 이제 철이나 들어 잘 생긴 글 한 편 이루었으면 좋겠다.

 

제주돌이 따스하다

검은 돌이 따스하다
속엣 것을 다 내어 놓아 숭숭 구멍 뚫린 
무게도 나가지 않아 그저 허울뿐인 돌

자지러지는 유채꽃밭을 지그시 누르며 빙 둘러앉았거나 
선채로 바다에 몸을 담가 무릎이 다 드러났거나 
오래전에 죽은 누구누구의 무덤가를 쭈욱 지키고 섰거나 
제주돌은 따스하다

사방 바다뿐인 이 곳에서
내 속 숭숭 먼저 내어놓지 않으면 
우리가 한 세월 잘 건너갈 수 있을까

이쁘거나 섭섭하거나
버려서 온기 도는 제주 돌에게 
묘 한 수 배우고 돌아서는 봄
지끈대던 속엣 것 싹 내어놓길 잘했다


‘차마고도’를 보다가

선운사 동백 제 몸 통째 내리는 줄 진즉 알았으나 
하늘 가까운 그 곳 유순한 사람들이
제 한 몸 기꺼이 툭 툭 땅바닥에 내려놓는 
저 외경의 오체투지!

속절없이 지고 피는 꽃은 없더라


풍경

몹쓸 풍으로
걸을 때면 펄렁대는 손발이 
나비 같아지는 저 노인

무슨 급한 볼 일 있어서
염천에 대로를 저리 펄럭댈까마는

쳐다보는 이 아랑곳없이 
펄렁대는 요 세상 살아 있어서 
목숨이 영판 나비같지 않겠소?


배꽃

배밭은 뭉텅 잘리고 
배꽃은 줄었다
꽃이 줄자 차들이 늘었다
본래 제 것이었던 터를 길에 터억 내어 주고도 
배꽃은 태연히 흐드러졌다
휘영청 가지가지 간장종지 같은 저 꽃이 
보시한 덕분에
밤에도 한낮 같은 이 길을 쌩쌩 지나서 
오늘도 무사히 너에게 이른다
서로 많이 가지려고 안달난 세상에 
배꽃 같은 너를 만나
나를 뭉텅뭉텅 자르다 보면 
나도 이제 대낮 같은 길이 되는 
길 알고 싶어서
가만히 숨 고르는 애틋한 봄 밤.


선운사 꽃무릇

더는 찾지 않아서 잊혀지는 거라면 
잊혀지다 더는 떠오르지 않는 거라면 
사랑이 이런 거라면

속 타는 대궁 한 세상 구비구비 살다 가는 거라면
가다 가다가 더는 나아갈 데가 없는 자리 우두커니 꽃피는 거라면
사랑이 이런 거라면

내가 처음 당신 곁을 서성여 이루어진 인연이었다면 
당신이 내가 서 있는 풍경 속으로 단풍 지듯 들어왔던 거라면
사랑이 이런 거라면

만나지 못해 영 이별하지 못하는 목숨이라면 
이별할까 영 나서지 못할 문 밖이라면 
사랑이 이런 거라면

윤사월 산불처럼 번져가는 선운사 꽃무릇 
나 없이도 그대, 한 세상 무탈 하시길.

 

 

벚나무의 사연

예천 지나 문경 가는 길 
새로 닦은 넓은 길 말고
시내 끼고 흐르는 늙은 길 옆으로
봄 마다 환장하게 제 몸 허무는 벚나무가 있는데요 
처음엔 길을 따라 길만 보고 가느라
참게가 게워 놓은 흰 거품 같은 그 꽃만 보고 가느라 
물 옆의 길 꽃을 피운
그 나무는 볼 줄을 몰랐는데요 
어느 봄 날 원적사 가는 길에
우연히 본 그 벚나무의 굽은 등허리
아뿔싸, 한결 같이 한 곳으로 기울어 있는데 
씽씽 내 달리는 차가 무서워
둑 밑으로 몸을 숙인 것인지
바람이 헤픈 그의 등을 세게 한번 치고 지나갔는지 
물속에 제 새끼 둥둥 떠내려 보내
동동 거리며 밤새 찾아 나서느라 그랬는지
제 뿌리가 물속에 어룽어룽 닿아 있어 귀향하는 중인지 
벚나무의 사정이야 내 알 길 없지만
예천 지나 문경 가는 늙은 길 지날 일 있거든 
봄 밤 환장하게 게거품 게워낸 꽃
한 입 가득 물고 있는 벚나무를 만나거든
지금도 물 쪽으로 한껏 허리를 꺾고나 있을 
그 등짝 토닥토닥 눈길 한 번 주고나 오소 
나무의 사정이야 내 알 길 없지만.





이 형 복



겨울바다ㆍ로꾸꺼 마음ㆍ비 오는 날
작은 행복


  시인의 말
  

사물에 높고 낮음이 있듯이 우리 삶도 수많은 풍파를 겪으며 실패와 성공을 되풀이 하면서 살아간다. 올해가 윤년이라 무척 길게 느껴지는데도 항상 시간의 채찍질을 받으며 사는 건 나의 욕심이 지나친 탓일까? 얼마 전 서재의 책들을 모두 정리 하였다. 벌써부터 삶을 정리 하자는 뜻은 아니고 복잡함 이 싫고 주변을 말끔하고 정리하고 싶어진 탓이다. 항상 좋은 일만 생각하고 스스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려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결국 행복도 불행도 내 안에 있었던 것이 다. 이제부터 나를 다스리는 것을 배우고 너그러움과 용서를 배우려 한다. 머리로 쓰려고 하지 않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남기고 싶다.

 

겨울바다

경포호에 잠긴 둥근달 
그 안의 너
손을 ㄱ자로 꺾으며 
네온사인 불빛에 반짝이는
은파 위를 살랑살랑 걸어가며 
나를 유혹한다.

고개 들어 하늘 보니 
강렬한 달빛 너무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다.

겨울바다 독사 같은 바람에 
시린 눈망울 사르르 떨려오고
겨울 바다 야경에 취해 해변을 서성이다 
혼자 보기 아쉬워 문자를 보낸다

내 맘
그대 맘과 같으니 
허어~
어찌할까나
차가운 겨울바다 바람도 
미치도록 달아 오른
내 가슴을 식히지 못하네

로꾸꺼

생을 얼마나 살았다고
삶의 모든 것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가.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어찌 타인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보호색 띠는 ‘이구아나’처럼 
인간도 때론 아픔을 감추려고 강한 모습으로 위장한다.

나무와 새의 사랑 야야기처럼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고
결코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기차길 위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끊임없는 눈치쌈과
승부나지 않는 줄다리기를 거듭하다 
마침표를 찍는 것이
일상적인 삶의 모습

적막한 공간 
대화가 없는 곳
거실에선 바보상자만 혼자서 지껄이고 있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인연을 반대로 하면 연인 
거꾸로 보는 상상을 하면 
세상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마음(빗장)

오랫동안 마음에 빗장을 잠가 두고 살았다. 
더러는 귓전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신경이 쓰여 
코드를 뽑아 버리고 휴대폰 배터리도 빼 버렸다. 
세상과 담을 쌓고 싶은 생각에.

가끔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천정의 무늬를 따라 미로 게임을 한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벌떡 일어나서 머리를 방바닥에 박은 채 
벼름빡에 다리를 올려 물구나무를 한다.

내장의 모든 것이 뒤집혀져 난장판 되고 
오랫동안 통풍되지 않았던 아랫도리로 
공기가 방향을 바꾸어 역류하여
시원함과 더불어 야릇한 쾌감까지 느낀다.

피가 머리로 쏠리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눈알이 금세라도 불거져 나올 듯한 충동을 느낀다. 
그러다 지쳐 방안을 궁굴러 버렸다.

비 오는 날

비가 오면
두부장수 딸랑이 종소리 더욱 정겹고
초록 들판 풀들의 소록소록 샘솟는 소리가 
더욱 힘차게 들린다.

날지도 못하는 오리가 날갯짓을 퍼덕 거리자 
개구리는 졸린 듯 하품을 한다.
덩달아 여물역에 있는 소도 한번 힘차게 울어 보지만 
괭가리는 내내 잠만 잔다.

부엌에서는
허리 구부러진 할매의
고무신 개우는 소리가 자박자박 
빈대떡 굽는 소리에
입안엔 벌써 군침이 사르르.
작은 행복

햇살도 푸르른 날
홀로 대모산을 걷노라면
한 평 남짓한 적요함에 행복하다.

산 중턱에서 남실남실 내려오는 바람소리 
나뭇잎들이 덩달아 부딪치며 품어내는 향기소리 
종종종 앞서 걸어가는 까투리 발자국 소리

소리가 살아 있는 것이 모두 아름다운 날 
홀로 대모산에 오르면
이 큰 산이 내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마음이 넉넉해서 행복하다

서편 하늘 붉게 물든 저녁노을 
눈부시게 아름답고
여기저기 불 피우는 연기 있어 
가슴이 따뜻해 행복하다.





이 선 남




아이라뷰 할거나!ㆍ밴댕이 속
처음ㆍ상처
고목



  시인의 말
 

 글밭 동인회에 가입한지 3년째 또 부끄러움의 소산을 보내게 되었다
  원고 마감이 연기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고 보름달이 떠있는 밤바다에 나가 보았다.
  나의 꿈은 어둠 속에서 달빛 받아 흐린 바다 물결의 은빛 떨림보다 더 가늘어 안타까울 뿐인데 자판 앞에 앉아 있으면 까만 바다만이 떠오른다.
  좀 더 자신한테 솔직해야 하나보다 보이지 않던 주변이 어둠 에 익숙하면 보이듯이
내 마음을 비우고 생활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것이 보이리라 생각된다.
  얼마 남지 않은 이 해를 좀 더 나의 주변을 돌아보고 나 자신 에게 솔직하게 살아야겠다.


아이라뷰 할거나!

선미냐?
응 밥은 먹었냐아? 
아이고 아직 안먹었다구 
밥 먹어라이잉
그래 바빠아
그럼 아이라뷰 할거나 
응 아이라뷰 뿅뿅
그래 사랑허네 안녕 뽀뽀뽀뽀뽀
하루에 못해도 두 번은 대학원에 다니는 손녀딸과 
나누는 팔순이 넘은 할머니의 전화내용이다. 
막둥이의 극진한 할머니 사랑과
할머니의 애정어린 대화에서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매일을 빠짐없이 손주딸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순서가 바뀌어도 다시 한다.
이제는 순서도 바뀌지 않고 잘 하신다.
어쩌다 아침에 전화가 안 오면 걱정이 태산이시다. 
오늘은 선미가 바쁜가보다야 전화가 없어이 
처음엔 쑥쓰러워 하시던 아이라뷰가 이제는 
자동으로 아이라뷰 할거나 하신다.
사랑의 아이라뷰
손주딸이 시킨 단어가 이제는
할머니의 끝말의 자동 메시지가 되었다.
아이라뷰, 뿅뿅, 그래 사랑허네, 안녕, 뽀뽀뽀뽀뽀. 
손주딸의 별명이 뿅뿅이가 되었다.
아이라뷰우, 그래 사랑허네이.


밴댕이 속

오랜만에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단다. 
아들 며느리 딸 이야기에 한창이더니만 
어디에 아파트 사고 어디에 빌라 사서 
지금은 세 받아 이자 내고도 펀드 가입까지 
줄줄줄 쉬지 않더니만
다음에 부동산 같이 하자고 한다. 
그것만이 돈이 된다고
전에는 그 말만 듣고 경매까지 돈 들여 배웠는데 
이제는 배운 내용도 다 잊어먹었다.
무어라 이야기해도 요즘은 믿음이 안 간다.
그때 가봐야 알지 귀 얇은 난 친구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땅 투자하고 지금은 먼 산보고 있는데 본인은
아파트 빌라 해서 돈 벌었다고 하니 
나보고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
수화기를 멀리 대고 있다가 “그래 들어가” 했다. 
나의 밴댕이 속이 부그르르 뒤 틀린다.


처음

빗방울을 담은 풀잎이 무거워 보이네요. 
빗방울을 먹은 풀잎이 추워 보이네요. 
잊어질 것 같은 모습이 안타까워
두 눈을 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 자리에 눈물방울을 담은 당신이 앉아 있네요. 
손수건을 꺼내 눈물방울을 닦던 당신이 앉아 있네요. 
다가가 손을 내밀어 어루만져주고 싶던 당신이 앉아 있네요.
당황한 나의 모습 들킬까봐 맛도 알 수 없던 음식에 손이 갔네요.


상처

내 상처는 곪아 터질 것 같다 
아픈 곳을 자꾸만 쑤셔댄다.
불개미 늙은 개미 왜 나를 자꾸만 건드리시나
난 아무 힘도 없는데 난 다가오는 겨울이 무서운데
아직 굴도 파지 않은 불개미가 아직 먹이를 저장하지도 않은 늙은 개미가
내 주위에 남아 있는 수액을 빨아 먹고 있다. 
난 힘이 든다. 내 몸 하나 지탱하기도 힘든데
내게 아마도 굉장히 많은 수액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줄 수 있다면 다 주겠다. 그러나
난 아무 힘도 없다 이것이 마지막 힘이다. 왜 나를 택했을까
내가 그래도 너희들의 무서운 적과 동지로 하나가 됐다는 것이 괜찮다
다 가져가라 그러나 나의 자존심은 건드리지 마라
내 자존심은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는 것 이다.
제발 내가 죽기 전에 물러가거라 
다 가져가라 내 자존심만 남겨놓고
추운 겨울이 무서운 나는 이제 상처를 감출 마지막 잎까지도 버려야 한다.


고목

고목이라 생각했던 마음에 
이렇게 불꽃이 남아있으리라 
꿈에도 정말 상상하지 못했어요.

마지막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꾸는 
당신이 필요한 것을

당신이 나를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 부를 때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부를 때 
나도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서로의 믿음이 행복이라는 성을 쌓아
아무도 허물지 못하는 낙원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고목에 꽃이 피어 아름다운 성을 이룰 때
이 세상은 한 번 살아 볼만한 것이 아닐까요.



김 혜 원




돌ㆍ고목 돌멩이의 행려(行旅)ㆍ겨울 바닷가에서 열리지 않는 책ㆍ투명 인간 아이들

  시인의 말
  내가 쓴 시 속에 담긴 세상은 아직 여물지 않은 풋사과처럼 새콤하고 시퍼런 말들로 존재한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시는 없고 의미는 사라진 현실에서 별을 세듯 의미를 찾는다. 여기 저기 뿔난 듯 무수한 말 속에서 그 말들의 틈을 찾아서 여기에서 저기로 길을 나선다.
  돌멩이는 어디에나 있다. 강가에도 강물 속에서도 들판에도 저 높이 솟은 봉우리에도 무수히 박혀 있는 돌멩이들이 밟고 밟히고 무수히 세월을 견디고 있다. 비와 바람에 닳고 닳아 더욱 단단해지는 돌멩이는 삶의 풍파 속에서 자신의 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밀려 나가는 강가에서 돌탑을 쌓아본다. 5개의 돌멩이로 만들어진 돌탑은 누구를 닮아 있다. 벼랑 위에 위태로이 서서 중심을 잡고 있는 돌탑은 나다. 쌓을 때부터 위태로이 놓여진 돌탑은 바람이 쉽게 건들고 갈까 걱정된다. 비와 바람이 시험할텐데……. 돌탑을. 오늘은 무사히 견뎠을까. 삶을 사는 것 과 닮아 있는 돌탑 쌓기를 다음에도 해 보련다. 우
리는 하나의 돌멩이였는데 이제는 다섯이 모인 한 개의 위대한 돌탑이 되듯 그렇게 단단해 지자.




돌이 숨을 쉰다
강가 수면 위로 코끝을 디밀고 나와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 한다
가끔 물의 떨림이 느껴질 때면
고개를 돌려 청둥오리 한 쌍을 구경한다 
이내 따가운 해를 정면으로 맞으며
온 몸을 말리고 스스로를 달군다 
이 세상의 누군가는
뜨거운 돌이 되어 온 강을 따뜻하게 데우겠지 
겨울은 더 이상 차지 않다
강물 속에 담겨진 뜨거운 몸으로 
어디선가 돌이 숨을 쉬며
세상을 데운다

고목

가을 이른 아침 
고요함 속에
곱게 내려앉은 눈들이여
아침마다 내 얼굴 빤히 보았을 너는 
목마름을 축이던 하늘에서 뱉은 눈물인가

온 몸 비틀며 올라가는 마른 근육에서 
금새 터질 듯 팔딱거리는 혈관들 사이로 
향기를 솔솔 풍기며
살아 있는 풋풋함을 전한다

세월을 나타내듯
하루하루 비틀며 올라가는 몸이여
수많은 균열과 그럴 때마다 느끼는 공허를 어찌 감당했을까
갈라진 몸 안에는 바람이 통한다
그럴 때면 나는 가라앉고 점점 무거워지고 
너는 더욱 가벼워진다.

아침이면
낮은 자세를 취하며
몸을 활짝 펴는 
초록의 잎들이 
하늘을 살짝 찌른다


돌멩이의 행려(行旅)

돌은 뿌리 내리지 못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굴러가다 굴러가다 도착한 
그곳은 목적지가 아니다
한 평생 굴러야 하는 삶이기에 
또 떠밀려
낯선 땅에 주저앉으면 
돌들이 서로 볼을 부비고 
깨진 몸 한 구석을 살피며 
새어 나오는 숨을 몰아쉰다
떠나온 곳에 뒷산 언덕을 그리워하다 
이내 발길에 채이기도 하고
가느다란 빗줄기에 몸이 깎이고 
폭풍에 휘말려 험난한 계곡을 지나 
강어귀에 도착하면
맥을 탁 풀고
먼 산을 바라본다. 
강가에 밤이 되면
결 무늬를 곱게 세우며 
꿈꾸는 돌멩이 
옹기종기 모여
별을 바라본다


겨울 바닷가에서

겨울 바닷가에 
달이 뜨면
숨 죽이던 물고기들 나와 
삶이란 걸 산다

겨울 바닷가에
모래 위 썰물이 지나간 자리 
도드라진 상처처럼
움푹 패인 발자국들 
사방 천지에 널려 있다

시린 바람이
콧등을 베며 저 멀리 사라진다
다시 나를 향해 달려드는 시린 파도 소리에 
온 몸으로 막아서는 겨울 바닷가,
서럽고도 우울한 가슴을 들이대며
마음껏 후벼 파주길 기대하는 겨울 바닷가,
온 몸을 칭칭 감는 저 설움보다 덜한 겨울 바닷가에서 
자꾸만 짠 눈물만 바람 속에 날려 보낸다

파도가 뱉고 간 자리 
물 먹은 소라 껍질이 
반짝 울음을 삼킨다


열리지 않는 책

오랜만에 앉은 책상 
무슨 말을 하려는지 
꽁꽁 묶여진 내 책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나 좀 풀어 줘요.”
애원하는 눈빛들을 뒤로 한 채 
내 손에 잡힌 책 하나, 
자유분방 시집이다.
시들의 요람,
침묵하던 활자들이 활개를 친다 
도저히 눈이 시려 쳐다 볼 수 없다 
슬프다
내 눈이 머물던 그 자리가 
‘멍’으로 가득하다.
숨 쉴 곳 찾기가 이렇게 힘들까

오늘도 책상에 앉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꽁꽁 묶여진 책들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직도 책은 열리지 않는다. 
열리지 않는 책 속의 자유여


투명 인간 아이들

아이들은 투명 인간 놀이 중 
오늘도 내일도 자꾸만
그 놀이에 열중한다 
교실 중앙에도
구석 자리에도 
어느 곳에서도
투명 인간이 자리한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배우다 만 듯 
다 차지 않는 배터리처럼 
허전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투명 인간 놀이 중 
사회는 ‘살인’
도덕은 ‘똥덕’
국사는 ‘굼벵이랑 살아요’
교과서 표지에 새로 달린 이름들 
아이들의 낙서라 불리는 현실들 
온통 병들어 있는 현실 속에 투
명 인간 아이들은
‘사기와 도박’이란 낙서를 표지로 달고
현재를 산다 
미래를 산다

더 이상 통일을 꿈꾸지 않는 아이들 
“그런 거 안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순간 세상이 숨 막혀 온다.
저들을 키운 건 팔할의 어른들 
언제나 숨통을 조여 오는 
현실이여
투명 인간이 되어 사라지는 아이들 속에 
희망의 숨을 불어 넣자 아이들



전 대 진



태양의 예언ㆍ화분 1
물고기와의 해후ㆍ연시 1
화분 2ㆍ낮잠ㆍ동거 1


  시인의 말
  문지나 시화전에 ‘작가의 말’이란 걸 쓸 때마다 참 난감해진다. 나는 아직 사람들이 말하는 ‘작가’가 아닌데,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딱히 할 말도 사실은 없다. 그것은 동인지에 싣는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도 ‘작가’ 라는 말이 부끄럽고, 시도 부끄럽다. 그래서 더욱 더 할 말을 찾기 어렵다. 그래도 한 마디를 적어보라면,
  지금은 밤이고, 비가 내리고 있고, 9월이 며칠 남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철없이, 계속 쓸 것이다.


태양의 예언

적막이 범람한
거리를 핥고 있네 저 남자 
구겨지고 쪼그라든 채 
적막, 적막
적막 위를 흘러가네 
아침이 온다는 것은

그 남자의 리어카에 쌓인 
누런 백지들이
오늘도 산더미가 될 거라는 
태양의 예언
그녀의 입술이 부르는

푸른 휘파람 
그의 어깨가
노래처럼 흘러가네

넘친 적막이 
그녀를 적시네


화분 1

말라버렸다 손톱 끝까지 
죽음처럼
새파랗게. 그녀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아주 오래된 어제 밤

입이 자라기 위해서는 
눈물을 먹어야 했지만
감옥이었다 내 
슬픔은
흐르지 못했다 그렇게 
셀 수 없는
어제가
밑둥을 적셨다 바스락 
바스락
그녀의

절규, 
내 귀는
철창처럼 뾰족했기에
그녀의 속삭임이 견뎌내기에는 역
부족이었다
눈물을 먹지 못한 목소리는 
나오다
갈라지다

추락했다 문득 
눈에 걸린 
그녀
눈물 없는 또 한잔의 
어제를 마신 채 막막히

앉아있다
늘어져버린 팔다리들 
달빛이

조용히 손톱에 
차오른다 
그녀의 손이

파랗게 마른다


물고기와의 해후

공공 화장실 세면대에서 죽어있는 
물고기 한 마리를 만났다 공허한

눈동자, 누구인가 
그녀를
이곳에 버려둔 채 도망친 이는, 그녀의 심장이 
적막처럼 나를 찌른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아가미 사이를 빠져나온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내
눈 속을 파고들어와 퇴화된 아가미를 지나 
맥박을 두드린다,
그들은 개미였고 잠자리였고 
푸른 지느러미의 열대어였다 
누수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뚝뚝뚝뚝

틀고 있는 눈동자들 그곳에는
죽은 그녀의 눈동자도 있었다 
조용히 춤추는 그녀의
푸른 손가락, 마치
아직 감지 못한 눈을 쓸어 
내리는 것만 같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어느새
그녀를 따라 헤엄을 치고 있는 나 뚝뚝

뚝뚝
나는 잠자리였고 개미였고 
푸른 지느러미의 물고기였다 
눈물을 틀고 있는
나와 나와 나와 
너와 너와 너와

연시 1
- 골목의 그녀

골목길을 돌다 그녀를 
만났네 파르르 날리는 
그녀의 머리칼이 살며시 
시멘트 바닥을 쓰다듬네

그녀가 내민 입술은
너무 뾰족해서 키스 자국마다 
발그레 멍이 드네 그렇게

돋아나는 새싹이라니 

총 총

총 그녀의
걸음이 파닥거리네

내가 내민 손길은 
너무나 거칠어서
발자국이 거미줄처럼 
번지네 그렇게 돋아나는
그늘이라니 골목에 
어느새 번져버린
발그레 발그레 
노을이라니


화분 2

말라버린 그녀를 
아직 보내지 못한 채

뾰족한 그녀의 입술 위에
일주일간 모은 눈물을 붓는다 쪼르르르 
그녀를 타고

뿌리까지 스며든다
선반 위에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에선 그래서
옛 연인의 향기가 난다 깜빡 
깜빡

찔러오는 그녀의 눈빛이 마치 
침 같다
구멍난 눈으로
오래된 멍자국을 흘려 보낸다 
그렇게 번지는

햇살이라니
그녀의 섬세한 침술에 
창이 열린다

어느새 밝아오는 
아침이라니


낮잠

보도블록, 잔디가 
섣불리 손을 뻗다 
데여버린
화강암
빗방울에 조심히 
자리를 펴는 흙 
엄마 엄마

엄마
내 발을 깨무는 
그 오무려진



옹알 
옹알

엄 마


동거 1
- 창문 내는 여자

아무도 오지 않는 
자취방 구석에서 
한참을,
천정만 긁고 있었네

쪽, 그때

갈라진 천정 사이로 
뾰족이 뾰족이 
얼굴을 내밀고 
기어오던 그녀

그녀는 눈곱만한 
햇살이었고

빤짝

발갛게 타는 몸으로 
기어 다니고 깨물면서
내 몸을 깎아내고 있었네 
속을 파내고
집게처럼 
파고들던 당신,

좁쌀 같은 태양, 
환하게 빛나던 불개미


김 성 재



납골당 짓던 날ㆍ길안 가는 길 어느 폐가에서ㆍ부재중 추석ㆍ욕조에 누워서   보고싶고미안하고고맙고사랑하는데

  시인의 말
  근래 몇 해 동안 유년 기억에 머물러 있는 아버지로 시를 썼다. 아버지는 현실을 살고 있는 나와, 문학적 장치들로 발현되는 나의 시 사이에 나타나는 괴리감을 없애주었다. 헛되게 가지고 있던 형이상학과 그럴듯하게 꾸미는 허례허식을 버림과 동시에 잊고 있었던 서정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버지의 그늘에만 있을 수는 없다. 더욱 성숙한, 그리고 발전된 나를 위해 이제 아버지의 그늘을 빠져나오고자 한다. 그래서 그동안 아버지로 쓴 시들을 이곳에 불태운다. 여기서 태운 재들은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아버지를 가슴에만 간직한 채, 꺼내지 않을 작정이다. 그래도 언젠 가는 아버지가 가슴 밖으로 나올 날이 있겠지. 그 날은 내 창작 이 영글어 ‘감상적 아버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시’가 되는 힘을 가질 때일 것이다.
  <글밭동인회>라는 이름에 너무 부끄러운 시편들을 내놓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시편들을 내기 위한 한 습작시인의 버림의 과정으로 모두가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납골당 짓던 날

좁은 방도 답답하다던  
마흔 살의 아버지를 
관에서 꺼내어 항아리에 
쑤셔, 박아, 넣었다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을 맞추는 할배 항아리들 
그리고 인제
아버지 차례

마흔 살의 아버지를 예쁘게 
앉혀두고
그 곁에 서른 살 사진을 
여투어 두었다

드르륵. 창을 닫으면 
서른 살 아버지의 얼굴에 
스물 넷 아버지가 겹친다 
창에 얼룩이 진다.

샐빛이 자꾸만 문을 두드린다 
이승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이승에서 처음 만난 것은, 
어둑발 내린 무성한 여름이었다


길안 가는 길

펄럭거리는 손짜장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자가용 속도에 쳐져 
보이지도 않을 
쓰러질 듯한, 간판

“아빠, 나 짜장면 먹고 싶어요.” 
열두시, 종소리가 울리면 
쪼르르 달려가 졸랐던
“허, 이 녀석이. 엄마한텐 비밀이다.” 
그렇게 맛있었던 자장면

천지2리
아버지의 자전거가
아침을 알리던 좁은 골목길 
내 자가용이 그 길을
밟아 들어간다 타박타박

“저게 뭐야. 다 무너져 있잖아요.” 
골목 끝 우리집,
이제는 마을회관이 들어선.

“걱정마. 금방 만들어 줄게.” 
뚝딱뚝딱
아버지가 빌려쓴 흙과 나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겠지

애써 웃으며 나오려는 
나의 눈에
터덜터덜 골목을 나오는 
내 자가용 꼬르륵 소리만 
자꾸, 자꾸 밟힌다


어느 폐가에서

빈 리어카에 낙엽이 어지럽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닭 우는 소리 
어쩌면 그것도 새벽이 들려주는 환청
종이가 된 장작 위를 거미줄이 흐느적거린다

아빠 달려 달려 달려 
세상에서 가장 빠르던 
나의 전용 자가용의 
푹 꺼진 바퀴와

아직 얼굴도 생생히 기억나는 
꼬돌이 꼬순이 꼬식이 꼬미
의 닭똥냄새도 나지 않는 닭장과

아버지가 참나무를 베면 
옆에서 가지를 줍던
다신 이곳에 돌아올 수 없는 
훌쩍 커버린 나와,

그리고 집이 허물어지면서 
제자리로 돌아간

흙과 
나무와 
아버지와.


부재중

타박타박타박 

‘비?’

“엄마 비와?”
“얘는, 비는 무슨.” 
치지직치지직 
“에에이…….”
열 두어해, 고혈압 아버지를 위해 
고기 대신 늘 밥상에 올랐던 
짭짤한 그 고등어

언제부턴가 어머닌 고등어를 굽지 않았다 
“냄새나고 기름 튀어, 그저
무 넣고 고춧가루 쳐서 조리는 게 최고지.” 
난 고등어조림에 눈길 한
번 준 적 없고 그녀는 
그런 나를 타박한 적 없다

벌떡

‘비?’

“여보 ㅂ… 고등어 구워?”
“네? 고등어 없는데, 갑자기 웬 고등어요?”
 타박타박타박
“아니이…….”
아침부터 비는 오지게 내린다 
없는 것은 고등어만이 아니다

이런 비오는 날이면 
퇴근길엔 으레
먹지도 않을 고등어 한 손이 
내 한 손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 손에게 주어진 일은
주머니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뿐.


추석

  차례를 지내고 온가족이 둘러앉았다 
  지금도 작은삼촌은 명절이면
  불난 얘기를 꺼낸다 
  작은삼촌의 졸업식 하루 전,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다

  어매요, 어예니껴. 저걸 다 어예니껴.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야야, 어야긴 멀 어야노. 개얀타. 집이사 마카 새로 지으만 되제. 항상 그랬듯이 할머닌 이렇게 삼촌을 타일렀을 거다. 맨날 개얀타꼬? 맨날? 맨날 개얀타는 게 일니껴? 우리 살림도 나 질 거라매. 그게 언자니 껴? 도대체 언자니껴, 야? 내 가다마의는 어딨노? 한 번도 몬 입어본 내 가다마의는 어딨노 말이다. 전기가 누전 됐니더. 다신 이런 일 없게 조심함씨더. 아버지는 경찰에 이리 얘기했던 것 같다. 행여 경찰아저씨가 잡아갈까봐, 나는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숨어서 눈을 꼭 감은 채 그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이 가고 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농협창고 하나를 얻었다. 어머니는 이웃집에서 이것저것 찬거리와 취사도구를 빌려왔다. 어무이요, 다 내 죌씨더. 내 죌씨더. 아이다, 야야. 니가 먼 잘못을 했게. 내가 업이 마내가 글체. 다 내 업이제. 별의 별 역경을 다 지내온 고부는 울 줄도 모르고 이리 국수를 말았을 것이다. 국수를 다 먹고도 누구 하나, 잘 먹었다고 트림 한 번 하지 않았다. 유학 가있던 큰삼촌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유독, 유독 삼촌의 손에 들려진 거봉 포도에 눈이 갔다. 일곱 식구는 창고에 더덕더덕 웅크린 채 잠을 잤다. 내가 잠들지 못한 이유는 가슴팍에 올려진 삼촌의 다리가 너무 무거웠고, 나는 그것을 치울 힘,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병신새끼, 니 땜에 이게 뭐로, 나는 형에게 뺨을 맞았고, 생전 처음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는 걸 보았다. 나는 맛도 못 본 거봉이 하늘에 떠 있었다. 배가 고팠다.

  윷놀이나 하고 고스톱이나 치지 
  뭐 좋은 거라고 맨날천날 술이로
  할머니 술상을 봐오며 한마디 하신다 
  마할 김가놈들 술만 잘 쳐먹어 
  아이고 어매요
  핏줄이 그란 걸 어야니껴. 
  김씨네 남자들은 그렇게 
  주구장창 술을 펐다

  목이 말라서 잠이 깼다
  그 때의 그 거봉이 밤하늘에 떠 있었다 
  그 때처럼 배고프진 않은데
  괜히 눈물이 났다


욕조에 누워서

타박타박
참나무가 타들어갈 때 
지글지글
가마솥의 물도 끓는다 
아빠 형아, 그리고 나

바닥이 보이는 가마솥 
박박 긁어 대야에 담고 
찬 물 두어 바게쓰에 
어푸어푸 고냉이세수

살금살금 기어간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열에 아홉은 걸린다 
오늘은 역시나 아홉.
엄마는 다시 솥에 물을 붓고 
그 물은 팔팔 끓는다

시뻘건 다라이에 들어가 
시뻘건 다라이살 될 때까지 
뽀득뽀득 벗겨진다

더운 물이 펑펑 나오는 샤워기 
찰랑찰랑 물이 담긴 욕조
몸을 누이고 느끼는 아늑함 
그때,
떠오르는 새빨간 대야 속 생쥐

가난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는 건 절대 아니다
지금 이 아늑함이 가장 행복하다 
그저 갑자기 떠올랐을 뿐.

그저 말이다


보고싶고미안하고고맙고사랑하는데

바둑을 가르쳐주고 
장기를 가르쳐주고
자장면을 사주고(엄마 몰래)
<장군의 아들>을 빌려와서 같이 보고 
가끔은 ‘멕시카나’ 통닭을 사오고(술에 취해) 
그러고 나면 엄마와 싸우고

퇴직을 당하고
걸을 때 비틀거리고 
말조차 점차 어눌해지고
괜히 미안하니까 화만 늘고 
담배도 술도
그 좋아하는 돼지고기도 못 먹고 
아들은 길거리에서 모른 척하고

마침내 세상을 등지다 
1997년
너는 할아버지를 이어서 경찰이 됐으면 좋겠다 
라고 늘 바라시던 아들은
술도 담배도 돼지고기도
아버지 닮아서 그렇게 좋아하는데

뒤태가 지 애비랑 똑같다고 
할머니 눈물 훔치게 만들고
못된 것만 닮아서 돈도 왼손으로 센다고 
엄마한테 야단맞고
한 올, 두 올 벗겨지는 머리카락 보면 사람들이 
천상 아버지라는데

10년의 세월은 잘도 흘렀다
2008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한텐 미안한데
난 아빠가 더 좋은가 보다
아무래도 엄마 피보다 아빠 피가 많이 섞였나봐 
보고싶고미안하고고맙고사랑하는데
그래도 미운 당신.


김 진 회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온 건 아버지였다
사과 사세요ㆍ낡은 계절 아련한 계약ㆍ즐거운 날



  시인의 말
  너무 힘겹게 살고 있어서 펜을 들기 무서운 나날들입니다. 무섭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 시를 쓰지 못하는 나날들입니다. 그래서 아직 저의 시는 저 먼 곳에 저를 내려다보고 있 나봅니다.
  시를 못 쓰는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 밖에 이야기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저의 아버지도 다 풀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벗어나려는 마지막 발버둥 을 또 한 번 해봅니다. 물론 그 발버둥이 끝끝내 실패할 것만 같은 예감은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실패한다 해도 언젠가 다시 펜을 들 힘이 생겨 무서운 세상에 무서운 말을 낳고 무섭게 살아갈 걸 알기에 저는 또 여기에 저와 아버지의 관계를 고발 합니다.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온 건 아버지였다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온 건 
아버지였다.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온 건 
아버지였다는
불편한 진실 하나를 외면한다.

사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광고란을 뒤적이고 
그 사이
아버지의 어금니 사이에도
녹이 슨다는 진실은 애써 외면한다.

기계가 되기 위해 집을 나서던 날 
녹슨 팔을 삐그덕 흔들던 모습을 
불편한 진실처럼
애써 외면한다.

기계가 되지 못하고 들어가던 날 
아직 온기가 남은 손 위로 
삐그덕 손을 올린 눈에는
녹물이 흘렀다.

녹물 삐그덕 떨어지던 날 
내 심장이 기계처럼 뛰었다.


사과 사세요

아버지에게서는 사과향이 나 
도시에서 자라 몇 번 본적 없는 
사과꽃이 떠오르지.

사과꽃을 처음 만난 우연한 여름 
향기를 기억 못한 우리는
거짓에 대해 속삭이기 바빴고 
땀을 많이 흘려
붉게 익지 못한 사과들이 
상품이 되어 대량으로 
팔려나가기 바빴지

덜 익은 사과들은 하청업체, 
납품업체, 식당 여기 저기, 
사무실에서, 현장에서 혹은 
떠나지 못한 사과밭에서
밤 세워 밭을 일구고 
사과꽃이 되었데.

차마 익지 못한 사과들이 팔려나간 
그해 가을에는 덜 익은 사과들이 
여기저기에서 사과향을 흘린다지 
아마


낡은 계절

오랜 겨울 난 아베를 떠나 참 오래도 
살았다. 아베가 나를 떠난 건지 내가 
아베를 떠난 건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심 하나가 가슴에 산다.

잊혀질만큼 오랜 시간 중에도 
나는 아베를, 아베는 나를 팔며 
생을 이었다.

서로에게 이유가 되었으면서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진심
다 자란 계절이 질투하는 
늙은 계절의 투정처럼
몇 번인가 찾아온 봄의 추위에도 
우리는 서로를 찾지 않았다.

서로를 떠나야하는 건 늙
은 계절이 시킨 일
꽉 찬 겨울 더 먼 이별이 기다린다.

아베처럼 기계가 되지 못한 이별 
녹슨 아들은 얼마 남지 않은 
아베의 재고량을 확인하고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온 
아베는 눈물 대신 기름을 흘린다.

떠나야할 때를 아는 건 
계절이 시킨
쾌활한 슬픔
낡은 아베를 떠난 녹슨 아들은 
참 오래도 산다.


아련한 계약

집 앞 계단에 때늦은 매미가 한 마리 누워있다. 
언젠간 떨어져야할 것들에 대한 반란인 듯
모로 누운 매미는 은빛 배를 위로하고 곧 있을 가을을 기다린다.

매미의 은빛 위로 그 역시 익숙해지는 낙엽들 
곧 있을 떠남을 준비하는 나무에게는
마음껏 울다간 설움인지
아직 남겨둔 황홀인지 모를 소리가 
흔적처럼 남아있다.

나무에게 머물렀던 짧은 흔적이 행복이라 
누가 그랬던가
매미는 은빛 배를 위로하고 곧 있을 작별을 기다린다.

익숙함은 시간에 놓인 아련한 계약 
헤어짐은 머물던 시간만큼 상처난 기억

지금 그의 머리를 스쳐가는 건
칠년이 넘도록 은둔한 땅의 흔적일 것이다. 
여기 그가 남겨둔 소리의 흔적은 
익숙해지는 것들에 대한 반란일 것이다.


즐거운 날

가자, 즐거운 날
나의 집으로 들어온 그녀에게서는 
빈집의 향기가 난다.
잠이 들지 않기 위해 잘라버린 눈꺼풀을 
이불 위에 덮으며,
그녀를 죽이는 밤, 
가자 즐거운 날, 
죽음 대신 덮은
그녀에게서는 떠난 가족의 냄새가 난다.


∥작품 해설∥

황소처럼 일구어가는 詩心이 출렁이는 풍경 속으로

이 위 발(시인)

1. 글밭으로 들어가면서

  누군가 말했다. 시가 무엇이냐고? 시는 “사람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는 “사람이 탈을 쓰고 칼을 들고 한바탕 춤을 추는 것”이라고, 시는 “시인이 창조하는 제2의 자연”이라고, 김종삼 시인은 “잘 모르는” 것 자체가 시라고도 했다. 시가 무엇 인가를 한가지로 함축해서 ‘이것이다’라고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동서양의 대표적인 시인 백 명이 시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고 해도 정답이 될 순 없다. 이렇듯 시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시인 엘리어트는 “시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다”라고 했다.
  시를 쓰는 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씩은 겪었을 이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타인에 의해서든 자신에게든, 글 밭 동인들은 무엇이라고 답을 했을지 궁금하다.
  청나라 문장가인 오교(吳喬)는 시를 ‘술’이라고 했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고 술을 마시면 취하게 된다. 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밥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시인들이다. 술에 취한 황홀함의 경지가 밥보다 더 절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밭에 들어서면서 무척 망설였다. 31년의 세월을 지닌 동인지에 처음으로 해설을 쓴다는 의미에서도, 개성과 취향이 다른 여러 명의 시를 분석한다는 의미에서도, 하지만 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답하진 못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시를 해석한다는 것도 술에 취한 것과 같다면, 얼큰하게 한번 취해보고 싶은 심정으로 글밭에 들어 온 것이다.
  이번 글밭 31집에 실린 78편을 서너 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쉽게 읽힌 시도 있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며 곱씹듯 읽은 시도 있었다. 이번 호의 작품들은 형식을 떠나 감성에 호소하는 시도 있고,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분명한 시들도 여러 편 눈에 띄었다. 년 말이면 지역문인단체들이 엮은 여러 문집들이 출간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또는 시인으로서, 한 해의 성과물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일 수도 있기에, 모두들 좋은 글로서 좋은 시로서 평가 받기를 원할 것이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북돋우고 줄기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나무를 애써 가꾸지 않고서 갑작스레 꽃을 얻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를 북돋아주듯 진실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줄기를 바로잡듯 부지런히 실천하며 수양하고, 진액이 오르듯 독서에 힘쓰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듯 널리 보고 들으며 두루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것을 헤아려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이다.”
  다산 정약용이 글공부를 하러 온 변의지라는 사람에게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를 일러 준말이다. 다산의 말처럼 좋은 글을 쓰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좋은 시란 어떤 시를 말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정리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정의를 하는 그 순 간부터 이미 낡은 틀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시는 살아 꿈틀거리며 진화하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이다.
  좋은 시란 새로운 언어로 표현된 시, 새로운 인식을 도출한 시, 새로운 감동을 주는 시, 라고 안도현 시인이 주장하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란 단서를 달았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일 것 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새로움이다. 시에서 발견이 있고, 감동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진실이 있고, 독창성이 있다고 해도, 새로움이 없다면 좋은 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 다. 왜냐하면 시는 과거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이 문집을 읽는 독자와 함께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심정으로 글밭의 시와 놀아보기를 권한다. 강은교 시인이 이야기 했다. “그 전에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고 했는데, 이제는 시하고 논다 고…….”

2. 풍경,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근래 문예지에 실린 시들을 보면 대부분이 어두운 자의식의 터널 속에 갇혀 있거나, 분명한 의미를 끄집어 낼 수 없는 어려운 작품 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오랜만에 밝은 시를 읽는다. 강희동 시의 시적 어법은 그리 낯설지 않다. 낯익은 전개방식을 통해서도 자신의 시세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달래>는 제목만 봐서는 소월을 뛰어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만큼 시인들이 제목을 정할 때 고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암 박지원은 글을 병법에 비유하면서 “글자는 군사요, 글 뜻은 장수요, 제목은 적국과 같다.”는 글을 남겼다. 단숨에 적진으로 쳐들어가 적군을 포획하듯이 제목부터 장악을 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제목은 시 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만큼 중요한 건 사실이다.

     사월에
     산 뻐꾹새 
     절규

     뚝 떼어
     산 빛 좋은 마루에 
     널었더니

     녹음 몰래 
     분단장한 계집이 
     이산 저산 막 타네.

     - 강희동 <진달래> 전문

  “작은 느낌들을 다루어 보았다. 있는 그대로를 일상 속에서 찾으려고 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너무 치열하게 사는 것도 낭비이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백하게 그려내는 방법에 치중하려고 한다.”는 시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뻐꾹새 절규를 떼어 빛 좋은 마루에 널었더니”, “분단장한 계집이 이산 저산 막 타고 있는”이미지는 시를 읽는 이의 마음도 붉게 타게 만든다.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효과까지 극대화 시킨 시다. 짧은 시의 매력이 이것이라는 듯이 마음껏 뽐내고 있는 <진달래>다. <유월>시 또한 맛깔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카시아 꽃 댕기 주렁주렁 
웃음 번지는 산기슭
녹색 싱그러운 향기에 이끌려 
꿀벌 분주히
꽃가루 뜨거운 
시간에 입 맞추고 
있다.

- 강희동 <유월> 전문

  아카시아와 더불어 6월을 상징하는 찔레꽃, 수국, 모란, 꽃창포, 장미도 유월의 꽃들이다. 그 중에 향기가 제일 독하기로는 아카시아가 제일이다. 한 여름의 문턱을 넘기 전 아카시아의 진한 향내에 취해 찾아드는 벌, 꽃가루의 뜨거운 시간에 입 맞추는 유월, 그 유월이 지금 눈앞에 펼쳐진다.
  김윤한의 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2006년 안동작가에서 발표한 시들은 지우고 지워도 새로 돋아나는 아픔, 무겁고 견디기 힘든 자의식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이번에 수록된 시들을 보면 주변의 소박한 것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찰의 눈 또한 예사롭지 않다. “나는 거기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공간은 어디인가? 연못가인가? 아니면 그대 마음인가?

마당 끝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
알맞게 그늘 드리우고
그 앞에는 조그마한 연못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지. 
연못가에는 찔레꽃 피고 
벌들 윙윙거리면 좋겠지. 
그 아래 가끔씩
눈이 까만 어린 뱀 한 마리 
나타나기도 하고
멀리서 뻐꾸기도 울고 
강아지 길게 하품을 하고 
나는 거기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

- 김윤한 <풍경> 전문

  “어릴 적부터 지니고 다니던 ‘시 쓰는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 하고” 오늘도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김윤한 시인의 바라보는 <풍경> 은 <거미줄>을 통해 허무한 일상의 풍경이 치열한 삶의 양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숨어서 기다리는 거미” 와 “헤진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의 불거진 팔뚝”이 대비되면서 화자는 “거미줄에 걸린 거미처럼 옴짝달짝 못하는 한 마리 고등어” 가 되어 버린다.

보이지 않게 쳐 두었던 거미줄이 
이슬 맞아 그물처럼 빛난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숨어서 기다리는
거미, 그리고
헤진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의 
푸른 힘줄 불거진 저 팔뚝.
나 역시도 일용할 양식을 위해 
보이지 않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지만 
결국은 거미줄에 걸리고
결국은 그물에 걸려
옴짝달짝 못하는 한 마리 벌레 
가엾은 한 마리
고등어에 불과함을 본다.

- 김윤한 <거미줄> 전문

  김혜원은 “내가 쓴 시 속에 담긴 세상은 아직 여물지 않은 풋사과처럼 새콤하고 시퍼런 말들로 존재한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다. 시는 없고 의미는 사라진 현실에서 별을 세듯 의미를 찾는다. 여기저기 뿔난 듯 무수한 말 속에서 그 말들의 틈을 찾아서 여기에서 저기로 길을 나선다고,
  그 길을 걷다보면 우리들이 흔히 보게 되는 돌을 만나게 된다. “돌은 뿌리내리지 못한다/비가오고 바람이 불면/굴러가다 굴러가다 도착한 그 곳은/목적지가 아니다/한 평생 굴러야 하는 삶이기에/또 떠밀려/낯선 땅에 주저앉으면/돌들이 서로 볼을 부비고/깨진 몸 한 구석을 살피며/새어 나오는 숨을 몰아쉰다/떠나온 곳에 뒷산 언덕을 그리워하다/이내 발길에 채이기도 하고/가느다란 빗줄기에 몸이 깍이고/폭풍에 휘말려 험난한 계곡을 지나/강어귀에 도착하면/맥을 탁 풀고/먼 산을 바라본다.”
  돌멩이의 기나긴 여정은 우리네 삶을 닮았다. 화자의 인생여정도 돌멩이처럼 험난하지만, “결무늬 곱게 세운 밤이 되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별을 보며 꿈을 꿈꾸고”, 또 다른 돌은 “돌이 강가 수면 위로 코끝을 디밀고 나와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이내 따가운 해를 정면으로 맞으며 온 몸을 말리고 스스로를 달구면서” 이 세상 의 누군가에 의해 “온 강을 따뜻하게 데우듯이”어디선가 돌들이 세상을 데우고 있다.

이 세상의 누군가는
뜨거운 돌이 되어 온 강을 따뜻하게 데우겠지 
겨울은 더 이상 차지 않다
강물 속에 담겨진 뜨거운 몸으로 
어디선가 돌이 숨을 쉬며
세상을 데운다

- 김혜원 <돌> 중에서 일부분

  김혜원 시인이 바라보는 풍경은 좀 더 세밀하고 치밀하다. 돌을 통해 삶의 여정을 보듯이 이른 아침<고목>에 내려앉은 눈을 보고 “목마름을 축이던 하늘에서 뱉은 눈물”로 묘사하고,<겨울바닷가>에 선 “파도가 뱉고 간 자리/물 먹은 소라껍질이/반짝 울음을 삼키기” 도 한다.

3. 풍경, 말을 건네다

  시를 쓸 때마다 고민을 하는 것이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가슴으로 쓸 것인가, 손끝으로 쓸 것인가, 감성을 앞세워 쓸 것인지, 지성으로 쓸 것인지, 김춘수 시인은 “일상 속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느끼느냐 하는 능력을 감성”이라 하고, “비교하고 대조하는 작용을 지성”이라고 한다면, 강수완의 시는 감성으로 쓴 시라고 할 수 있다. 감성이 녹슬지 않게 신체의 모든 감각기관을 열어 놓은 듯이 강수완의 눈에 포획된 풍경은 시가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풍을 맞은 노인의 걸음새에서 삶이 허무함을 대비시켜 비틀어 놓는다.

몹쓸 풍으로
걸을 때면 펄렁대는 손발이 
나비 같아지는 저 노인

무슨 급한 볼 일 있어서
염천에 대로를 저리 펄럭댈까마는

쳐다보는 이 아랑곳없이
  펄렁대는 요 세상 살아 있어서 
목숨이 영판 나비 같지 않겠소?

- 강수완 <풍경> 전문

  “서로 많이 가지려고 안달 난 세상에/ 배꽃 같은 너를 만나/ 나를 뭉텅뭉텅 자르다 보면/ 나도 이제 대낮 같은 길이 되는/ 길 알고 싶어서/ 가만히 숨 고르는 애틋한 봄 밤.”에 “내가 처음 당신 곁을 서성여 이루어진 인연이었다면/당신이 내가 서 있는 풍경 속으로 단풍 지듯 들어왔던 거라면/ 사랑이 이런 거라면," "나 없이도 그대, 한 세상 무탈하시길.”

내가 처음 당신 곁을 서성여 이루어진 인연이었다면
당신이 내가 서 있는 풍경 속으로 단풍 지듯 들어왔던 거라면 
사랑이 이런 거라면
윤사월 산불처럼 번져가는 선운사 꽃무릇 
나 없이도 그대, 한 세상 무탈하시길.

-강수완 <선운사 꽃무릇> 중에서 일부분

  아이칭은 시론에서 “예술과 생활이 통일과 조화를 얻도록 노력하기 위하여, 시인들은 항상 현실과 이상의 중간에 자신을 던져 놓아, 마치 물 따라 나아가는 배가 거슬러 거꾸로 부는 바람의 시련에 저항하듯, 자신의 생명을 불안정과 흔들림 속에서 나아가게 한다.”고 했다. 시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들의 삶 또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해야 된다. 어느 한쪽에 안주하거나 치우치게 되면 삶의 조화는 무너지게 된다.
임관혁의 시<아버지>에서 보듯이 흙을 떠나고 싶지만 칠순이 다 되도록 밭을 갈고 계시는 아버지를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서성거림이 찐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몇 년을 벼루고
몇 십 년을 벼루고 
손 탁 털고
흙먼지 탁 털고
밭고랑 안 뵈는 곳에 가 
논도랑 잊고 한번
남 사듯이 사신다더니
논 내음 밭 내음 못 잊고 
흙 내음 차마 못 잊고 
밭갈이 논갈이로
칠순 넘기신 아버지

- 임관혁 <아버지> 전문

  하지만 <가는 길>에선 우리들의 걸어가야 할 그 길을 흙은 밟고, 모래는 털고, 자갈돌은 차고, 돌산은 돌아가 보지만 상처를 입는 사람과 상처를 입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상처 입지 않는 사람은 상처 난 사람의 아픔을 모른다.

흙은 밟고 지나 간다 
모래는 털고 지나 간다 
자갈돌은 차고 지나 간다 
돌산은 돌아 지나 간다
부딪침이 없는 발은 상처가 없고 
상처 없는 사람은
상처의 아픔을 모른다

- 임관혁 <가는 길> 전문

  권오규 시인은 삶 자체가 바로 시다. 시인 글에서도 “생활 자체가 시다. 어설프게 문자로 나타낼 필요도 없다. 그래도 적어야 했다는 것이, 아픔이었다.” 고 고백한다.
  그는 <가야산 실개천>에서 “언제나/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동지여!//어디서 와서/무엇을 가지고/어디로 가는가/미더운 생의 이웃이여!”라고 노래한다. <가야산 실개천>을 통해 아무도 모르는 우리들의 생이지만, 언제나 우리들과 함께하는, 우리의 동지는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들의 미더운 생의 이웃일 수밖에 없다. 권오규 시인은 <참꽃>에서도 이렇게 고백한다.

내 별로 나쁜 감정은 없소이다. 
얘한테 만큼은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 권오규 <참꽃> 전문

  이 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를 읽는 독자라면 화자가 보여 주고자하는 여백의 의미와 침묵의 공간에 대해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이 시를 읽는 순간 “만지지도, 안을 수도 없이, 다만, 맞고만 서 있어야 하는” 눈처럼 그대 자신에게도 눈처럼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물이 얼어서 내린 것에 불과한 것인데 
비가 얼어서 내린 것에 불과한 것인데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평소의 마음이 깨끗지 못했음을 말하는 것이니라

만지지도
안을 수도 없이 
다만
맞고만 서 있어야 하리

- 권오규 <눈(雪)> 전문

4. 풍경, 자아로 다가오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린왕자>에 수록되어 있다. 중요한 진실은 어디인가 숨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마음을 열고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라면, 아니 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갈 것이다.
  이선남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의 꿈은 어둠 속에서 달빛바다 물결의 은빛 떨림보다 더 가늘어 안타까울 뿐인데, 자판 앞에 앉아 있으면 까만 바다만이 떠오른다. 좀 더 자신한테 솔직해야 하나보다 보이지 않던 주변이 어둠에 익숙하면 보이듯이,”

  “내 상처는 곪아 터질 것 같다/아픈 곳을 자꾸만 쑤셔댄다/불개 미 늙은 개미 왜 나를 자꾸만 건드리시나/난 아무 힘도 없는데 난 다가오는 겨울이 무서운데/아직 굴도 파지 않은 불개미가 아직 먹이를 저장하지도 않은 늙은 개미가/내 주위에 남아 있는 수액을 빨아 먹고 있다(중략)다 가져가라 그러나 나의 자존심만은 건드리지 마라/내 자존심은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는 것이다./ 제발 내가 죽기 전에 물러 나거라/다 가져가라 내 자존심만 남겨놓고/추운 겨울이 무서운 나는 이제 상처를 감출 마지막 잎까지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 가족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 시에서 화자는 개미를 의인화시켜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지 말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만은 남겨달라고 애원해지만, 현실은 상처를 감출 수 있는 마지막 잎까지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이선남의 시<처음>에선 풀잎에 맺힌 빗방울을 통해, 부끄러워 견딜 수 없는 떨림을 처음 느꼈던 당신 앞에 마음을 들킬까봐 조바심 내는 화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빗방울을 담은 풀잎이 무거워 보이네요. 
빗방울을 먹은 풀잎이 추워 보이네요.
잊어질 것 같은 모습이 안타까워
두 눈을 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 자리에 눈물방울 담은 당신이 앉아 있네요. 
손수건을 꺼내 눈물방울을 닦던 당신이 앉아 있네요.
다가가 손을 내밀어 어루만져주고 싶던 당신이 앉아 있네요. 
당황한 나의 모습을 들킬까봐 맛도 알 수 없던 음식에 손이 갔네요.

- 이선남 <처음> 전문

  김수영 시인이 <시여 침을 뱉으라>에서 주장한 “온몸의 시학”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다음 시를 못 쓰게 된다. 다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여직까지의 시에 대한 사변을 모조리 파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형복 시를 보면 자아에 대한 발견과 더불어 온몸으로 접근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제부터 나를 다스리는 것을 배우고 너그러움과 용서를 배우려 한다. 머리로 쓰려고 하지 않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남기고 싶다.”고,
  “오랫동안 마음에 빗장을 잠가 두고 살았다/더러는 귓전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신경이 쓰여/ 코드를 뽑아 버리고 휴대폰 배터리도 빼 버렸다/세상과 담을 쌓고 싶은 생각에//가끔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천정의 무늬를 따라 미로 게임을 한다./머리가 복잡해지면/벌떡 일어나 머리를 방바닥에 박은 채/벼룻빡에 다리를 올려 물구나무를 한다//내장의 모든 것이 뒤집혀져 난장판 되고/오랫동안 통풍되지 않았던 아랫도리로/공기가 방향을 바꾸어 역류하여/시원함과 더불어 야릇한 쾌감까지 느낀다.”고 했다.

비가 오면
두부 장수 딸랑이 종소리 더욱 정겹고 
초록 들판 풀들의 소록소록 샘솟는 소리가 
더욱 힘차게 들린다

날지도 못하는 오리가 날갯짓을 퍼덕 거리자 
개구리는 졸린 듯 하품을 한다.
덩달아 여물역에 있는 소도 한번 힘차게 울어 보지만 
괭가리는 내내 잠만 잔다

부엌에서는
허리 구부러진 할매의
고무신 게우는 소리가 자박자박 
빈대떡 굽는 소리에
입안엔 벌써 군침이 사르르.

- 이형복 <비 오는 날> 전문

  옥타비오 파스는 ‘시적인 언어’는 일상으로부터 일탈 할 때 태어난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에 “부엌에서는 허리 구부러진 할매의 자박바박 고무신 게우는 소리와 빈대떡 굽는 소리”가 어울려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입안엔 군침이 돌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인들 중에서 가끔씩 듣는 소리다. 슬럼프에 빠져 시 한 줄 못 쓴다고, 그리곤 그 슬럼프를 어떻게 하면 탈출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볼 때가 있다. 사실 시인들에겐 슬럼프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를 쓸 때마다 슬럼프이기 때문이다. 진정 시를 쓰고 싶다면 슬럼프마저 사랑하고 즐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권기태 시인은 시작메모에서 “가을은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친구를 생각하게 하고, 그리 독하지 않는 몇 잔의 술을 그립게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처럼 노래라도 불러보고 싶단다. 이 가을에 묻혀 사는 시인들을 생각하고, 이 가을 진정한 시를 낳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무거운 죄인이 되어 가는가 보다.”라고 했다.

외진 골짜기 토막집 한 채 
저승길에 동행하는 넋들이 
우글거린다
낮에는 박쥐가 낮잠을 자고 
밤에는 살쾡이 피 냄새 그리워 
찾아오는 곳
등 넘어 솔숲에 부엉이 울어대고 
앞 냇가 용바위에는 물귀신이 
인어 되어 나온다
물안개 논 뚝 길 따라 피는 
가을걷이 나들이 길에
하늘 문이 열리고 
저승사자 나오는 소리 
오늘은 뉘를 데려 가는지 
북녘하늘 마른벼락 치고 
천둥소리 솔숲에 진다

- 권기태 <곳집> 전문

  권기태 시 <곳집>을 읽다보면 저승사자가 튀어나와 저승길로 데려 갈 것만 같다. 지금은 장례문화가 바뀌어 곳집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시골 동네에선 간간히 볼 수 있는 빈 곳집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릴 적엔 그 주변만 가도 소름이 끼쳤던 곳집, “오늘은 뉘를 데려 가는지, 북녘하늘 마른벼락 치고, 천둥소리 솔숲에 지고”있다.

  <퇴직 이후>엔 지나온 삶의 흔적을 하나하나 지운다. 하지만 지나 온 삶의 흔적은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가슴 구석 어느 한자리에 똬리를 틀고 숨어 있다. 현실에서 물러나 바라보는 또 다른 세상은 무성한 황무지를 달리는 허기진 늑대가 된다. “혼란한 속에서도 침묵하며 살아온 삶들이/가치를 상실하고 하나 둘 지워져간다/일상에서 격정의 사랑들을 하늘로 날렸다/응어리진 갈등과 애욕도 강물에 띄웠다/외롭고 쓸쓸한 파도가 온몸에 밀려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긴 여정이였다//손때 묻어 정겨운 책장에서 지워지는 애증들/40년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먼지를 닦아 낸다/김을 메고 씨뿌리는 머슴으로 시작하는 일들/오늘은 체념하지 못해 허기진 늑대처럼/잡초가 무성한 황무지 한가운데 들길을 달린다/숲속에서 들쥐 메뚜기 고라니들이 도망친다//”고 노래하고 있다.

5. 풍경, 의식 속에 갇히다

  흔히 시는 청춘의 장르이며, 소설은 연륜의 장르라는 속설이 있다. 시는 과연 청춘의 장르인가, 밀란 쿤테라의 말을 빌리면 시는 혁명이나 젊음, 연애 등과 밀접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삶에 대해 서정적인 태도, 즉 때 묻지 않은 고민과 진지한 믿음,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공유하게 된다고 했다. 여기 세 사람의 젊은 청춘의 시의 열정이 보인다.
  김진회는 “시를 못 쓰는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 밖에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말”에 의미를 두면서도 “아직 아버지에 대해 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실패한다 해도, 무서운 세상에, 무서운 말을 낳고, 무섭게 살아갈 것을 알기에 또 아버지를 시로서 고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인의 말’의 의미를 새겨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숙연해짐 을 느낀다.
  <제일 먼저 기계가 되어 돌아 온 건 아버지였다>는 시에서“사년 제 대학을 졸업하고/구직광고란을 뒤적이고/그 사이/아버지의 어금니 사이에도/녹이 슨다는 진실은 애써 외면한다//기계가 되기 위해 집을 나서던 날/녹슨 팔을 삐그덕 흔들던/모습을/불편한 진실처럼/ 애써 외면한다/고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아버지에게는 사과향이 나 
도시에서 자라 몇 번 본적 없는 
사과꽃이 떠오르지

사과꽃을 처음 만난 우연한 여름 
향기를 기억 못한 우리는
거짓에 대해 속삭이기 바빴고 
땀을 많이 흘려
붉게 익지 못한 사과들이 
상품이 되어 대량으로 
팔려나가기 바빴지

- 김진회 <사과 사세요> 중에서 일부분

  “아버지에게는 사과향이 난다”고 했다. 그 향을 기억하지 못한 채“오랜 겨울 난 아버지를 떠나 참 오래도 살았다”, “잊혀 질 만큼 오랜 시간 중에도, 아버지의 존재감은 무한하다. 그 존재감은 김진회 시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깃발 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나는 아버지를, 아버진 나를 팔며, 생을 이어” 나가고 있다.

오랜 겨울 난 아베를 떠나 참 오래도 
살았다. 아베가 나를 떠난 건지 내가 
아베를 떠난 건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심 하나가 가슴에 산다. 

잊혀 질만큼 오랜 시간 중에도 
나는 아베를, 아베는 나를 
팔며 생을 이었다.

- 김진회 <낡은 계절> 중에서 일부분

  김성재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아버지는 현실을 살고 있는 나와, 문학적 장치들로 발현되는 나의 시 사이에서 나타나는 괴리감을 없애주었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의 그늘을 빠져나오고자 한다. 아버지를 가슴에만 간직한 채, 언젠가 아버지가 가슴 밖으로 나오는 날은 내 창작이 영글어 ‘시’가 되는 힘을 가질 때” 라고 했다.
  시<보고싶고미안하고고맙고사랑하는데>에서 보듯이 아버지는 아직 가슴속에 살아있다 “뒷태가 지 애비랑 똑같다고/할머니 눈물 훔치게 만들고/못된 것만 닮아서 돈도 왼손으로 센다고/엄마한테 야단맞고/한 올, 두 올 벗겨지는 머리카락 보면 사람들이/천상 아버 지라는데”

마흔 살의 아버지를 예쁘게 
앉혀두고
그 곁에 서른 살 사진을 여투어 두었다
드르륵, 창을 닫으면 
서른 살 아버지의 얼굴에 
스물 넷 아버지가 겹친다 
창에 얼룩이 진다

- 김성재 <납골당 짓던 날> 중에서 일부분

  <납골당 짓던 날>에선 마흔 살의 아버지가 서른 살이 되는 것은 사진의 이미지이지만, 서른 살 아버지 얼굴에 스물넷의 아버지가 겹쳐지는 건 아버지를 빼닮은 화자의 모습이다. “윷놀이나 하고 고스톱이나 치지/뭐 좋은 거라고 맨날천날 술이로/할머니 술상을 봐오며 한마디 하신다/마할 김가 놈들 술만 잘 처먹어/아이고 어메요/핏줄이 그란걸 어야니껴/ 김씨네 남자들은 그렇게/주구장창 술을 펐다.”<추석날>에 오랜만에 만난 집안 식구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풍경이 사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 시의 주체인. 할머니의 의식 속에선 술로 인해 세상을 등진 아들의 짠한 그리움이 그대로 녹아 있다.

  전대진의 시에서 나타나는 의식세계는 동굴에 갇혀버린 햇살 같다. 누군가 손을 뻗쳐 잡아주고 싶은데, 스스로 그 안에서 “발갛게 타는 몸으로, 기어다니고 깨물면서, 내 몸을 깍아 내고 있다.”
  “그 순간 그녀의 아가미 사이를 빠져나온/물고기들이/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내/눈 속을 파고들어와 퇴화된 아가미를 지나/맥박을 두드린다/그들은 개미였고 잠자리였고/푸른 지느러미의 열대어였다/누수된 수도꼭지처럼/눈물을 뚝뚝뚝뚝”......

절규, 내 귀는
철창처럼 뾰족했기에
그녀의 속삭임이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물을 먹지 못한 목소리는 
나오다
갈라지다

추락했다 문득 
눈에 걸린 
그녀
눈물 없는 또 한잔의 
어제를 마신 채 막막히 
앉아있다
늘어져버린 팔다리를 
달빛이

조용히 손톱에 
차오른다

- 전대진 <화분 1> 중에서 일부분

  이 시에서의 백미는 “달빛이, 조용히 손톱에 차오른다.”의 마지막 연이다. 시를 윤기 나게 하는 것은 시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절묘한 비유나 묘사는 시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그것에 내포되어 있는 정신은 스스로 나타내고자 하지 않아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6. 글밭을 나오면서

  누군가 말했다. 시는 누가 쓰느냐고? 시를 쓰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여기에서도 명쾌하게 답을 내리기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부인이 차단된 공간에서 혼자 앉아 피눈물을 짜내며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기 마음속에 있던 시어들을 이 세상으로 쏟아 내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 문집에 실린 시어들 또한 그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엄경희 교수의 경험의 시학에서 다소나마 그 의문을 풀 수가 있다. 시는 누가 쓰느냐고? “애인에게 버림받은 자,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자, 자신이 속물이라고 염증을 내는 자, 거짓 세상을 혐오하는 자, 권력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자, 무신경한 타인들 속에서 혼자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위로해야 되는 자, 세상에게 배신당한 자, 삶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고 자신과 싸워야만 하는 자, 가족과 고향을 잃어버린 자, 없는 것이 없는데도 허무한 자, 비인간적인 세계를 견딜 수 없어하는 자, 이들은 모두 삶의 균형감을 상실하고 소외된 자들이다.”
  시인은 현실로부터 이런 의식을 하는 순간에, 고통이 시작되고 절망감이 찾아든다. 그러나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면 맹목적이 되어 버린다. 그 맹목은 자아상실로 연결되고, 이러한 맹목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온몸으로 울고 있는 자들이 시인이다.
  박미라도 <치유하는 글쓰기>란 책에서‘미친년 글쓰기’를 주장하였다. 이것의 전제는 ‘상처를 통해 이야기하기, 흉터를 감추지 않고 말하기, 자신이 미쳤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이다. 미셀 푸코의 말처럼 가두고 감춤으로써 오히려 광기를 지닌 대상을 심각하게 왜곡 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라면 좌절과 절망을 딛고 또 다른 세계를 꿈꾸기 위해 스스로를 부정하고 상처를 낸다. 이 고통의 과정이 완성되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곳으로부터 꿈꾸기의 시작이다. 현실에 주저앉기를 거부하고, 일상의 편안함보다 고달픈 자유를 사랑하는 자 그가 바로 시인이자 글밭 동인들이다.
  시와 놀기 위해 글밭 속에 들어갔다가, 한바탕 일전을 치루고 나온 느낌이다. 글밭 동인들의 새로운 시 쓰기에 대한 열정은 앞으로도 쭉 계속 되리라 믿는다.




글밭 略史


1969.
4.
10.
조병국ㆍ임명삼ㆍ변호섭ㆍ김성영 등이 모여 문학동인회 발



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
1969.
5.
3.
「청포(靑葡)문학동인회」라는 명칭으로 발족, 회원 김성영ㆍ변



호섭ㆍ이홍범ㆍ임명삼ㆍ임병호ㆍ조병국ㆍ발족기념 향토문학의



밤 개최, 향토인사 權五寅ㆍ金學濬ㆍ邊相豪ㆍ李相年 이상 네



분을 고문으로 모심.



제1회 정기총회.
1969.
5.
4.
초대 회장에 김성영을 선임. 회칙과 동인지 발간 구상
1969.
7.
30.
<글밭>이라는 제목으로 동인지 제1집 창간.



회 명칭을 「글밭동인회」로 개칭.
1969.
8.
10.
8월 월례회 및 제1집 작품평회.
1969.
9.
2.
글밭 제2집 편집 회의



윤인순ㆍ이동윤 입회.
1969.
10.
10.
글밭 제2집 발간.
1969.
12.
9.
12월례회 및 제2집 작품평회.
1970.
1.
1.
동인 박시교 입회, 1970년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1970.
2.
14.
안동 제1회 문학제전 개최.



초청강사:이상현 교수, 이가원 박사, 김종길 교수, 이동영



교수, 유중선 교수
1970.
4.

박시교 현대시학지에 추천.
1970.
6.
5.
임시총회. 조용식ㆍ권기태ㆍ송준탁 회원으로 입회.
1970.
6.

글밭 제3ㆍ4집 발간.
1970.
12.

가을, 겨울호 제5집 발간.
1971.
1.

제1회 회원 시화전 안동 산업센터 전시관에서 개최.
1971.
1.

한국,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한 이오덕 본회 가입.








1971.
3.
26.
제3회 전국 순회 문학 강연회 안동개최.



백철ㆍ양명문ㆍ이호철님 강연후 제5집 작품 평회 및 좌담회



중, 한국 문인협회 안동지부 설치에 관한 제반 사항 논의.
1971.
6.

62년 시집「별밤에」를 상재한 신승박 본회 입회.
1971.
7.

정기총회.



염순규, 박영교, 임수민, 김현, 홍영표, 김정한 제씨 본회 입회.
1971.
7.

김현, 현대시학 추천.
1971.
9.
9.
지난 4월 본회가 중심이 되어 승인 신청한 한국 문인 협회 안



동지부가 제3차 문협 이사회에서 인준됨. 지부장:이동희, 사



무국장:김성영, 시분과위원장:김원길, 소설분과위원장:김주



영, 시조분과위원장:박시교, 아동문학분과위원장:권정생, 평론



수필분과위원장:이석구, 감사:김시백, 염순규.
1971.
12.

가을, 겨울호 제6집 발간.
1972.
1.

김성영,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당선.
1972.
3.

봄, 여름호 제7집 발간.
1972.
.

김성영, 현대문학 시 천료.
1972.
9.
15.
「안동문학」 창간호 발간.
1972.
12.
31.
글밭문학동인회, 「글밭」 제7집으로 발전적 휴간, 이후



「안동문학」 발간에 주력함.



본회 휴간 중, 임명삼 「말」 창간 참여.



임명삼 「안동수필」 창간 참여.
1985.
5.

「안동 문학」 제5집까지 참가했던 권기태, 김성영, 김시박,



김윤한, 김지섭, 변호섭, 이홍범, 임관혁, 임병삼, 임병호,



조병국, 조용식 등은, 순수 시문학 활동을 위해 글밭 동인지



「글밭」 을 연 1회 시 전문지로 속간하기로 함.



「글밭」 제8집 속간
1986.
6.
6.
임시총회, 김진택 본회 입회.





1986.
6.

「글밭」 제9집 발간.
1987.
7.
15.
임시총회, 백승초, 강윤섭, 박희용, 금학수 본회 입회.
1987.
12.

「글밭」 제10집 발간.
1988.
12.
28.
임병호 「실천 문학」 추천.
1988.
6.

「글밭」 제 11집 발간.
1989.
11.
10
임시총회 권영하 본회 입회.
1989.
12.

임병호 시집 「누가 에덴으로 가자 하는가. 사상 공단」 상재.
1990.
9.
9
「글밭」 제12집 발간.
1990.
12.
20.
「글밭」 제13집 발간.
1991.
11.
20.
동인지 「글밭」 발간을 위한 문예 진흥원 진흥기금 지원을 받음.
1991.
11.

정기총회, 임두고, 권중한, 권철 본회 입회.
1992.
3.

故 신승박 회원 시비건립 추진위원회 결성.
1992.
5.
1.
93. 8월 건립 예정으로 모금착수.
1992.
8.
15.
「92. 글밭 시창작 워크샵」을 경상북도 문예진흥원 진흥 기

~ 16.
금 지원으로 문화 회관에서 개최. 초청강사:신세훈(펜클럽 부이사장), 김태수(시인), 김용락(시인), 안상학(시인), 김성영 (시인)

1992.
12.
5.
「글밭」 제14집 발간.
1992.
12.

동인지 「글밭」 발간을 위한 문예 진흥원 진흥기금 지원을



받음.
1993.
7.
3.
시비 건립을 위한 「글밭 詩와 그림 아랑 이호신 전」 개최.

~12.
안동시립 도서관, 경상북도 지원.
1993.
10. 23.
故 신승박 동인 시비 제막(영호루 경내) 및


故 신승박 유고 시집 「하늘의 詩」 상재.
1993.
11.
임시총회 김명동 본회 입회.
1993.
11.
동인 임두고 1993. 겨울 「우리문학」 신인상 수상.
1993.
11. 25.
「글밭」 제15집 발간.








1994.
1.

동인 임명삼(혜봉) 「친일 불교사」 刊.
1994.
8.
27.
「글밭 시와 그림전」 안동시립도서관 개최. 경북도 지원.


29.

1994.
9.
10.
동인 임명삼(혜봉) 「불교사 100장면」 刊.
1994.
11.
25.
「글밭」 제16집 발간,
1995.
3.

동인 김윤한 1995. 봄「자유문학」 신인상 수상.
1995.
11.
25.
「글밭」 제17집 발간. 경북도 지원.
1995.
12.
20
동인 김성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상재
1996.
1.

정기총회 김여선 본회 입회.

5.

동인 임병호 「한겨레시읽기운동연합회」 창립 및 월간



「시를 읽자 미래를 읽자」 창간
1996.
10.
31
「글밭 시와 사진의 만남전」 사랑방 전시장. 경북도 지원.
~ 11.
3.
1996.
12.

「글밭」 제18집 발간. 경북도 지원
1997.
12.

「글밭」 제19집 발간. 경북도 지원
1998.
9.
5
본회 회원 「안동민족문학회」 창립 참여
1998.
9.

정기총회, 김시현 본회 입회.
1998.
12.

「글밭」 제20집 발간. 경북도 지원
1998.
12.
29
「글밭」 30년 기념 송년 시낭송회
1999.
5.
5
동인 임병호 제2시집 「저 숲의 나무들이 울고 있다」 도서출



판 맥향 상재
1999.
10

임시총회 류민기 본회 입회
1999.
11.
10
동인 임명삼(혜봉) 「그 누가 큰 꿈을 깨었나」 「천고에 자취



를 감춘 학처럼」 가람기획 刊
1999.
11.
25
「글밭」 제21집 발간. 경북도 지원
1999.
12.
18
「글밭」 제21집 출판기념회. 송년 시낭송회
2000.
11.
25
「글밭」 제22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0.
12.
20
「글밭」 제22집 출판기념회. 송년 시낭송회
2001.
11.
25
「글밭」 제23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1.
12.
20
「글밭」 제23집 출판기념회
2001.
12.
21
정기총회 강희동 본회 입회
2002.
2.

동인 임두고 시집 「나는 니 추억의 표지로 남고 싶다」



한국문연 출간
2002.
11.
30
「글밭」 제24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3.
5.
1
동인 임병호 지병으로 별세
2003.
11.
30
「글밭」 제25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3.
12.
20
정기총회 김금숙 본회 입회
2004.
5.
1
임병호 1주기 추모 기념 행사
2004.
8.
1
육사탄신 100주년 ‘육사문학 토론회’ 참가
2004.
11.
20
강수완 입회
2004.
11.
30
「글밭」 제26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5.
6.
25
김지섭 「안토니오 코레아의 알비 마을」



강희동 「손이 차가워지면 세상이 쓸쓸해진다」



김윤한 「세느강 시대」 시집 발간
2005.
11.
1
「글밭」 제27집 발간, 경북도지원
2006.
4.
9
백승초 동인 별세
2006.
10.
23
권오규 회원 동인 가입
2006.
11.
10
「글밭」 제28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7.
11.
1
이선남, 이형복, 김혜원, 김진회 동인 가입
2007.
12.
1
「글밭」 제29집 발간, 경북도 지원
2008.
12.
1
「글밭」 제30집 발간, 안동시 지원
2009.
12.
20
「글밭」 제31집 발간, 경북도 지원













글 밭 제31집
––––––––––––––––––––
2009년 12월 20일 인쇄
2009년 12월 20일 발행
저 자 / 글밭 동인회 발행인 / 글밭 동인회 발행처 / 도서출판 영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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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인지는 경상북도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발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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