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영원히 꺼지지 않는 홍등가의 불빛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상가 근처에서 버스 속에서 늦게 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우리의 일은 구경하는 것이었으므로 눈은 거리의 사람들에게 가 있었다. 웬 아가씨 하나가 길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다. 사람들이 가끔씩 지나다녔는데 그 중에 중년의 남자(?)―다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을 보면 나이를 잘 짐작 못할 때가 많다― 하나가 아가씨와 무슨 말을 주고받는다. 길을 묻기라도 하는가?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다른 남자 하나가 그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지나가 버린다. 조금 있다가 아가씨는 담배를 빼어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줄곧 흘낏흘낏 살피고 있었다. 허름한 청바지를 입은 편한 차림새였다. 행동거지를 보면 약간 불량끼가 있어 보이는 소녀 같기도 하였다. 하여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좌석에 앉은 이도 돌아보면서 저 아가씨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하였다.
버스가 출발해서 길 하나를 굽어 돌아갔다. 아직 날이 어둡지는 않았는데 벌써 불이 들어와 있었던 같다. 간판 하나를 보니 ‘색스샵’이라는 붉은 간판이 있었다. 그리 풍경이 여느 상가와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짐작하건대 홍등가가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이탈리아에서도 보았다. 이천 년 전의 고대 도시 폼페이 유적에도 좁은 골목에 홍등가는 유적으로 남아 있었다. 입구를 들어가면 좁은 통로를 좌우로 방들이 죽 이어져 있는데 벽에는 여러 가지 춘화가 그려져 있었다. 안료(顔料)가 얼마나 좋았으면 하고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윤곽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아마 그 거리와 실내에도 분명코 붉은 조명등이 켜져 있었으리라.
어느 시대 어디에든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홍등가는 있었으리라. 미풍양속을 헤친다고 아무리 법으로 막아도 되지 않는다. 법으로 막으면 오히려 더 지하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갖은 불법으로 성매매는 독버섯처럼 피어나 오히려 더 큰 사회문제를 만든다. 나중에 알아보니 벨기에 네델란드 독일에서는 허가받은 성매매에 대해서는 합법화하고 있다고 한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원조교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의 성인 싸이트에 어린 아이들이 무제한으로 노출되어 있어 성에 대한 비뚤어진 지식을 얻고 있다. 정말 큰 문제다.
이렇게 본다면 홍등가 문화는 인류사에 영원히 피고 지는 악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기독에서 말하는 인간의 원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씨가 있으면 그 씨는 언제나 싹이 돋고 자라나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시대의 고금에 관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성문제, 지금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성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인간에게 있어 성문제보다 더 어려운 숙제는 없다. 잘못하면 사람을 패가망신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에이즈 같은 성병은 사람을 한 순간의 잘못으로 무덤까지 데리고 간다.
들은 이야기 한 자락을 덧붙인다. 옛날 일본의 어떤 마을에 한 여자가 흘러 들어왔다. 그 여자는 혼자 살았는데 자기를 원하는 남자가 있으면 그 여자는 언제든지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사람들은 그 여자를 향해 험담을 해대며 돌을 던졌다. 그리고 그 여자를 내쫓으려고 했으나 그 여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그 여자도 죽었다. 그 뒤로 이 마을에서는 성범죄로 해서 갖가지 좋지 않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그제야 그 여자를 아마 관세음보살의 현신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모양대로 상을 만들어 동네의 한적한 곳에 세워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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