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가난한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천국
유럽 네 나라들이 다 비슷하지만 프랑스는 사회보장제도가 아주 잘된 나라다. 출산율이 낮아 아이를 낳으면 출산수당이 많이 나온다. 물론 가족수당이 나오므로 자식은 거의 정부의 돈으로 거저 키우는 셈이라고 한다. 그 외에 의료수당 주택수당 실업수당 퇴직수당 등이 완벽하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에는 학비도 없다. 정말 우리나라에 비하면 이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들으면 아마 기를 쓰고 여기 와 살려고 할 테다. 요새 젊은 부모들은 자식 키우는 일이 어려워 자식을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
그런데 나이가 열여덟이 되면 무조건 독립하여야 한다. 학생은 용돈을 자기가 벌어야 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무조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우리하고는 정반대다. 결혼해서 살집까지 마련해 주느라고 뼈빠지게 고생하는 우리 부모들이 이 이야기 들으면 전부 프랑스로 가고 싶을 것이다. 어른들이 모두 바캉스―휴가라는 뜻의 이 말이 프랑스어에서 나왔다―를 떠나는 계절에는 젊은이들은 땀흘리고 일을 해야 한다. 돈이 없는 젊은이들은 점심 때 햄버거나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는 수가 많다. 그래서 그럴까? 빵을 먹으면서 길을 가는 젊은이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런 젊은이들이 한국 사정을 알면 보따리 싸들고 올라 나는 겁이 났다.
실직을 하면 실직수당이요, 퇴직을 하면 연금제도가 완벽하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는 늙은이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교원들이 65세 정년을 60세로 하자고 데모를 했다고 한다. 일 그만 하고 연금생활하면 더 편하니까. 어떻게 우리와 이렇게 정반대일까? 노인들은 이제껏 번 돈과 연금으로 살고 또 자기가 살던 집을 세를 주고 자기들은 작은집에 산다. 그러니 부유하고 풍족한 생활을 하며 노년을 안락하게 보낸다고 한다. 나는 형편만 된다면 그만 여기 눌러 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물론 그들이 젊었을 때 월급의 3할이나 4할을 세금으로 내기는 했겠지만 늙어서 안락한 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말이다. 하기야 젊은이들이 살기 바쁘기 때문에 노인들의 말년은 외롭다고는 하지만…
나는 19세기 초엽의 발자크가 남긴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생각이 났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사랑스런 두 딸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면서 자기의 모든 재물과 정성을 바치고 희생하면서 일생을 살아가는 고리오 영감. 그러나 딸들은 행복하기는커녕 호화로운 생활에 연애질이나 하는 방탕한 생활로 불행에 빠진다. 그는 딸에 대한 비분과 오뇌를 속으로 삼키면서도 남에게는 일제 내색을 하지 않는다. 누가 물으면 자기 딸들은 잘 살고 있노라고 한다. 결국 마지막 병상에도 찾아오지 않는 딸들에게 저주를 퍼붓다가도 그들이 행복하기를 울면서 축복해 주면서 음습한 빈민굴에서 고독과 절망을 삼키고 홀로 비참하게 임종을 맞는 고리오 영감…. 사람은 때를 잘 만나야 한다. 만약 고리오 영감이 백 오십 년만 뒤에 살았더라면 얼마나 축복 받는 노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고생을 통해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아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다는 말일 터이다. 그리고 힘이 없는 노인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그러므로 그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합리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무수한 고리오 영감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문제가 정말 심각해 가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는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서 핵가족화가 이루어져 홀로 사는 독거 노인과 병든 노인들,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이 쓸쓸하고 외롭고 한 많은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문제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는 수평적 재분배를 통하여 어느 정도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이 나라의 사회보장제도의 역사는 프랑스 대혁명의 발발과 계몽사상의 대두로 인해 싹이 텄다고 한다. 그 뒤 프랑스 산업혁명(19세기) 뒤 가족 및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각종 사회문제들이 출현하여 생산 분야와 노동자의 복지 분야 양측에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그 후 꾸준히 발달하기 시작해 1940년대 중반이후 확립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지금 지나친 사회보장제도로 인한 재정의 부족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국민의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배려를 좀 하려고 했으나 가진 자들은 한사코 반대했다.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한다는 자본의 논리만 횡행했다. 아직도 더 잘 사는 날까지 빈곤층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려죽고 아파서 치료도 못하고 죽어가는 절대 빈곤층의 삶은 소수의 배부른 자들의 집에서 갖은 호강을 다하며 크는 노리개 강아지 신세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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