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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 임병호

내가 만난, 사람 임병호 김 지 섭 1 나는 고등학교 때 ‘학원’잡지를 읽으면서 문학에 관심을 가졌으나, 내 주위가 문학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20대 초반까지 시 몇 편을 써보았을 뿐. 그러다가 70년대 초반 안동에 드나들면서 초기글밭 동인들과 만나면서 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때 김성영 조용식 임병호 조병국 임명삼 변호섭 같은 내 또래들을 만났고 선배뻘인 소설가 김주영 씨도 만났다. 그때 우리는 술자리에서 만나 문학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였다 한둘을 빼고는 전부 술마시기의 고수들이었고 그중에서도 임병호는 대단한 술꾼이었다. 2 70년대는 우리 또래들이 삶을 찾아 안동을 떠나기도 하고 혹은 다시 돌아오기도 하였으나 언제나 술자리는 질펀하게 벌어졌다. 초기에는 신시장 싸리집, 용..

김지섭 제3시집 : 어디 어찌 그것뿐이랴

시집을 엮으면서 그 젊은 날 언젠가부터 시는 내게로 왔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행성에 던져진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자각하고서부터였을 것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부터 나의 시는 아마도 그렇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는 나에게로 왔다. 철 따라 저 산과 들에서 무시로 피고 지는 나뭇잎이나 꽃들처럼, 바람 불면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저 대양의 물결처럼, 광대무변한 우주의 저편에서 명멸하는 무수한 별빛들처럼, 시는 가끔씩 그렇게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젊은 날 한때 나는 시가 땅 위에서 가장 빛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체로 시는 신산辛酸한 내 삶 속에서 베어나오는 아픔과 절망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이..

김지섭 제2시집 도리포가는길

시인의 말 파란만장한 내 일생처럼 나의 시도 그러하였다. 예순 가까운 나이에 낸 첫 시집에서 나는 ‘해도 많이 기울었으니 여생을 시작에 힘쓰리라’고 썼다. 그러나 채 일 년이 안 되어 나는 정말로 희유稀有한 법문法門을 만나게 되면서 시를 그만 두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광대무변한 이 법문을 만나기 위해 시라는 먼 오솔길을 에돌아 왔던 것이다. 이후 십 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 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그 대신 시보다 더 멀고먼 수행修行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첫 시집에서 미룬 작품들과 이후의 작품들을 모아 두 번째 시집을 묶어 내 고달픈 시력詩歷을 정리한다. 외로웠던 내 시의 길에 정말 큰 힘이 되었던 손병희 교수님의 고마운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두 번이나 흔쾌히 해설을 주신 유성호 교수님..

김지섭 1시집 안토니오 코레아의 알비마을

약력 1948년 예천에서 났고 아직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글밭 동인. 민족문학작가회원 주소 0737kim@hanmail.net 010-4502-0737 첫째 마당 삼월에는 밤바람 속에서 그 겨울의 끝 관계 바람 歲月馬 이 봄날을 위하여 꽃에게 자동 보일러 소식 장미에게 시간 속에서 이름나무 창을 열면 평촌 어른 귀뚜리 소리 들린다 둘째 마당 그때 숙명론 나무뻐꾸기 이야기 꽃은 피고 지고 마지막 우리들의 겨울 동요를 들으며 변방에서 마지막 날 산다는 것은 내 노래 충주호에서 사랑은 어둠처럼 내린다. 눈물 출신 셋째 마당 보도다 황혼 달밭골에서 산과 물 눈 내린 날은 화진포 기행 소식 개나리꽃 보며 눈 온 날 동백 우포늪에서 그리움 사루비아 겨울산을 오르며 숲마을 정경 수수밭의 봄 백로 무렵 저물녘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