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40분경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쉼 없이 줄기찬 비행을 계속하였다. 잠을 자고 있는 건지 피곤에 지쳐 꿈속을 헤매고 있는지 모를 시간이 몇 시간째 흘러가고 있다. 아마도 아홉 시간쯤 지날 무렵이었을까, 눈을 조금 붙였든지 혼곤한 잠에서 깨어 창쪽을 보았다.

멀리 붉은 빛이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를 비치고 있다. 밤이고 고도마저 높으니 분명하게 구별을 할 수 없지만 바다인 듯하였다. 한식경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계에 변화가 왔는데 분명히 비행기는 바다 위를 벗어나서 육지 위로 날고 있었다. 아하! 이제 태평양을 여의고 미대륙으로 들어서는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비행기는 인천 공항을 날아올라서 일본 열도를 지나 기수를 줄곧 알레스카의 앵커리지쪽으로 향하다가 거기서 캐나다쪽으로 꺾어 태평양 연안으로 날아 대륙으로 날아 내려왔을 것이다.
그리고는 운무를 깔고 지나, 또 서너 시간을 날았을 것이고 나는 잠이 깨었고 시야에는 가끔 아득히 육지의 모습이 들어오고는 했다. 그러다가 이제 사위는 완전히 밝아 아침 햇빛이 가끔 비치고 있었다. 한 시간쯤은 지났을까? 비행기는 고도를 조금씩 낮추는 듯 간헐적으로 흔들리다가 조용하다가를 번갈아 되풀이한다.
아직은 지상의 모습은 분간도 되지 않는데 벌써 기장의 착륙중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시계가 차츰차츰 트여간다. 비로소 저기 아득히 시카고 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아득한 지평선이 어스름하게 보이고, 죽 뻗은 길과 구불구불한 강줄기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땅위에는 울창한 숲인 듯 초록빛이 짙은데 초록빛으로 둘러쌓인 건물의 형체들이 보인다. 언뜻 과수원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조금씩 지상의 것들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자 덜커덩 소리를 내면서 착륙을 한다. 오헤어 공항의 높은 관제탑이 멀리 보였다. 무려 열세 시간을 날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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