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달 살기 (기행문)

9. 시카고 피자와 핫도그

저 언덕 넘어 2026. 6. 16. 18:17

                                                                                 (가)

    시카고에 오면 피자와 핫도그를 꼭 맛봐야 한다네!  ( 재미있게 꾸며대어 하는 표현이지만) 정언명령을 주장하는 칸트처럼 친구가 말했다. 다른 볼일로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나를 데리고 한 가게를 찾았다. 나는 이런 류의 음식에는 관심이 별로 없지만 은근히 호기심도 생겼다.

그 유명하다는 포티요스의 간판이 보인다. 차들이 빼곡하게 서 있다.

   가게 안은 여러가지 장식으로 꾸며 놓아서 좀 어수선한 분위기다. 포티요스는  63년 조그만 가판대에서 시작해서 시카고가 자랑하는 거대 브랜드가 되었다. 아니 이제는 단순한 푸드점을 넘어 시카고 음식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60년대쯤의  풍물과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을 많이 전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발상이 특이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케네디의 초상을 여기에서 모처럼 만에 본다. 케네디가 63년에 죽었다니까. 이 가게의 체인점들에는 이런 역사적 장식물이나 벽화 미국 중서부 문화를 주제로 한 골동품 등, 가게 마다 다른 장식 테마에 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 접수대 풍경> ㅡ 사진을 찍어도 되냐니까 흔쾌히 허락한다. 사업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게 되면 참 신이 날 일이다. 추운 겨울 거리 가판대에서 핫도그를 만들면서 간절히 손님을 기다리던 20대의 가난하던 주인 Dick Portillo (본명은 Rlchard Portillo 는 그 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사업가로 미국사회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2014년에 회사를 10억달러에 가까운 금액으로 매각했다.  80대 후반의 나이로 아직도 그는 생존해 있다.

    그후 그는 부동산 사업에 상당한 자산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이 분도 지역사회에 많은 기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빌 게으츠나 워렌 버핏처럼 대규모 자선가로 알려진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지만 또 누가 알아? 좋은 일을 많이 하고도 겉으로 나서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지,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여튼 돈을 많이 모으면 그 돈을 남을 위해 써야 빛이 나지. 왜? 자기 금고 안에 쌓아둔 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

    사람이란 그렇다. 가게 분위기가 아주 그럴 듯하고, 저만큼 백인 손님들이 서로 담소하며 핫도그를  즐기는 이 가게 안이다. .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를 핫도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볼 게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그런 분위기에 조금씩 젖어들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맛이 괜찮다.  < 초콜렛 한 조각을 갈아만든 쉐이크의 달콤함. 크링클 컷 감자튀김. 포티요스의 명물인 초콜릿 케이크. 양귀비 씨앗이 박힌 부드러운 빵, 달콤한 다진 피클, 매콤한 고추, 캐첩을 뿌리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 나는 핫도그 세대도 아니고 해서 검색해 보니까 나온 단어들이다. . 친한 친구가 사주는 원산지 시카고 피자라고 생각하니 정말 더 맛이 있었다.

                                                                                         (나)

   친구의 친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 거기다가 같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대구가 고향인 토니 조는 자주 친구집을 들락거린다. 내가 여기서 만난 첫 친구다. 내가 여기에 오래 있다면  친구가 되어도 무난할 사람이다. 우리보다는 한 칠팔 년 아래지만 그게 무슨 탈인가. 그는 내가 언뜻 보아도 착하고 순진한 시골사람처럼 보여 호감이 갔다. 그간 이국으로 이민 와서 반 세기가 흘렀다.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오면서 궂은 비와 세찬 바람이 얼마나 많이 그를 스쳐갔을까? 그런데도 아이들처럼 순수한 눈빛을 간직하고 있다니. 참 드문 일이다. 피터는 친구의 부인과 동갑내기고 친구를 잘 따르고 해서 가족끼리도 서로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가 오늘은 피자를 산다고 한다. 가게에 가지 않고 집으로 가져 와서 (이럴 때는 팁도 안 줘도 된단다) 만찬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시끌벅쩍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카고 피자를 즐겼다. 만약 가게에 갔더라면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이런 분위기가 날까? 역시 음식이란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중요하지. 친구는 아껴두었을 좋은 포도주를 가끔씩 마셔가면서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뭇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모르는 자세한 이야기를 어제 일인 것처럼 실감나게 한다. 주고 받는 카톡에서도 친구는 어린 시절 고향 이야기를 자주 했지.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왜 그날 사진이 한 장도 없지?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사진 생각이 난다. 사람들은 이렇게 잊어버리면 안 될 일을 깜박 잊어버릴 때가 있다. 아마 망각의 요정이 인간을 질투할 때가 있는가 보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날의 일은 기억의 창고에서나 꺼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