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아침밥을 먹으려고 숙소를 나선다. 도시는 벌써부터 깨어나 있었다..
지나간 밤 라스 베가스는 어둠을 밝히는 휘황한 불빛으로 찬란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끙끙대면서 버티던 사람들은 괴로움과 허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셨다. 그리고 춤을 추면서 밤을 보냈다. 아니면 고난을 이겨내고 성취한 보람에 취해 술을 마셔대던 사람도 쓰러져 잠든 밤이었다. 어떤이는 생계를 위해 하루일을 마치고 조용히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또는 일상을 벗어나새로운 세계를 동경하여 먼 나라에서 온 나그네는 이국의 정서에 취해 잠을 설쳐댄 밤이었을 것이다. 그가 누구든 아침이 되면 다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하루 일을 시작하는 새나 벌레들처럼 일상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도시를 떠난다. 라스 베가스가 이름표를 달고 우리를 배웅하고 있다. 도심을 벗어난 차는 조금은 한적한 외곽으로 나아간다. 도회를 둘러싸고 있는 산맥이 멀리서 우리들한테 손짓을 한다.

도심을 벗어나 한참을 달리니 외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은 더러는 작은 취락을 이루기도 하고 소규모의 터전을 일구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띄엄띄엄 보이들은 인가가 거의 보이지 않고 평원의 풍경만 이어진다. 토질은 거의 모래 성분이 같아 보이나 모래만은 아닌 것 같다.
키가 낮은 풀들이 아주 제멋대로 나서 자라고 있다. 내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저것이 초원지대라면 키 낮은 풀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인데 그게 아닌 것이다.
차를 내려 가까이 볼 수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냥 이상한 모습을 한 풀들이다. 색깔도 어떤 것은 초록을 띠고 있었지만 누릇누릇하거나 대개는 회청색이나 검푸른 색깔 등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더 강하다. 키가 낮아 꼭 짓눌린 듯한 느낌이 든다. 부드럽고 넓은 곡선의 잎을 달고 있는 게 아니다. 칼날처럼 억세고 거친 모양을 하고 있다. 또 그게 잎인지 줄기인지 구분이 따로 없는 듯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풀과 키가 닞은 나무들은 서로서로 손을 잡고 어깨를 겯고 더불어 살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하듯 보이는 모습이다. 사이가 좋지 않아 외면하면서도 할 수 없이 같이 살고 있는 이웃 같다. 그것들은 점점이 흩어져 따로따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사이가 좋지 않아 각방을 쓰면서 살거나. 차마 이혼을 할 수가 없어 같은 처마 밑에 살지만 이미 남남이 되어버려 말조차 섞을수 없는사람들의 모습 같다. 풀과 나무들은 그런 모양으로 광대한 평원지역을 덮어가고 있는 것이다. 멀리서 볼 때도 몸집이 좀 큰 것들도 있지만, 키가 큰 것 같지 않다. 휘어지고 꺾이고 구부러져 보였다.
그런 평원이 끝나는 곳에서 산맥은 우뚝하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때로는 높은 산맥이 이어지다가 이내 싫증이 나는 듯 낮은 산맥들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산들은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가시처럼 사나운 모습을 한 풀과 키가 낮은 나무들이 사는 거대한 분지가 끊임없이 계속된다. 꼭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이런 땅에도 하늘이 비를 내리시는 일이 있었다는 듯, 어떤 곳에서는 물이 흐른 흔적을 알려주는 것처럼 움푹 파인 도랑이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곳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멀리 간혹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거기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거기에 사람이 살다가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떠나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그렇게 삭막한 평원의 한가운데에 그어진 넓지도 아니한 도로를 오가는 차가 가끔 보인다. 대개는 대형 트럭일 뿐이고, 버스 같은 것는 거의 보이지 않고 다만 승용차가 이따금 보일 뿐이다.
사람 사는 땅에 어찌 이런 곳이 다 있나? 이런 곳을 몇 시간이나 달려 우리가 보려고 하는 것은 무얼까? 그래도 이 삭막한 벌판의 어느 끝에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가끔씩 저 멀리 거대한 송전탑이 보인다. 곳에 따라서는 전신주들이 이 외롭고 삭막한 평원을 가로질러 우리와 동행하다가는 또 멀어진다..

(나)
이러구러 우리는 네바다주를 벗어나 유타주로 들어왔는 모양이다. ( 멀리 Mesquite 라는 도시를 지났다는데 나는 졸았던지 보지 못했다. 1시간 반 가량 지나 두 주 사이의 경계에서 볼 수 있는 도시이다.)
나는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지역이 사막지대라는 것을 그뒤에 알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막에 대한 정보는 아주 단순하다. 끝없이 펼져지는 모래 언덕. 낙타를 타고 가는 사람이. 그 여정의 끝에서 기다리는 아름다운 오아시스. 이제껏 나는 한번도 사막에 가본 적이 없고 그림으로만 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 연간 강수량이 250mm 이하인 지역을 사막으로 분류한다. 사막의 종류에는 모래 사막, 자갈 사막, 암석 사막, 한랭사막이 있다. 낮에는 40℃ 이상까지 오르기도 하고 밤에는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 매우 추워져서 일교차가 크다. 선인장, 관목 등 물을 저장하는 식물들이 살고, 낙타, 여우, 도마뱀, 전갈 등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동물들이 서식한다. 지역에 따라 사막의 특징도 다 다르다 >
그렇게 두어시간이 지나갔을까 지형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끝없이 이어지던 평원과 그 평원을 멀리서 둘러싸고 이어지던 산맥들이 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들은 여러가지 암석으로 어우러져서 메마른 흙이 조금 보일 뿐이다. 거기에도이끼인지 풀들이 조금 붙어 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다. 산과 산 사이를 좁은 시내가 흐르는 듯 풀과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

어디선가는 흐르는 물이 제법 고여 도랑을 이루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곳에는 초록빛이 짙어져 제법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드너른 평원에는 제법 풍성한 풀과 키가 낮은 나무들이 어우러진다. 그 들판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도 보인다. 머지 않은 곳 어디엔가에는 인가가 나타날 듯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삭막한 벌판을 지나오면서 나는 사람의 마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 저 멀리 보인다. 드디어 몇 시간만에 작은 도시가 보이고 있다.

라스베거스에서 약 190km의 거리를 2시간 너머 달려 왔다. 조금 큰 도시를 만났다. 성 죠지 라고 하는 도시다. 인구 10만의 도시다. 우리는 이 즈음에서 유타주를 개척한 몰몬교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가이드는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 놓았다.

<1840년대 몰몬교 신도들은 미국 동부와 중서부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았습니다. 지도자였던 Brigham Young 은 신도들을 이끌고 서부로 이동하여 1847년 현재의 유타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당시 이곳은 사막과 황무지가 많아 다른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았지만, 몰몬 개척자들은 관개시설을 만들고 농업을 발전시켜 마을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유타주는 몰몬교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Salt Lake City 는 세계 몰몬교의 본부가 있는 곳입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가 사는 고장에는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미국 청년들이 똑같이 붙어다니는 몰몬교 선교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도 기특해서 나는 그들과 조금 대화를 해 본적이 있다. 어떻게 그런 어린 학생들이 큰일을 하려고 외국까지 다니는 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다. 유타주가 내게는 참 인상적인 곳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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