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가면서
이제 이번 여행에 대한 지루한 이야기에서 나가자.
살아있는 사람들은 늘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순간순간 흘러가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착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안타깝게도 다 기억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사진 기술도 없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그냥 찍는다. 하노이와 하롱배이에서, 호치민 광장에서 이색적인 풍광을 담기에 나는 흠뻑 빠졌다. 그러나 기계다루기에 신경을 쓰기 싫고 서툰 나는 실수로 그때까지 찍은 사진을 날려버렸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200여장은 넘었을 것이다. 글감이 될만한 것들을 찍었는데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 찰나의 한 순간에 그 많은 영상들은 어디로 무엇으로 사라졌는가? 그것을 다시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나는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곧 잊기로 했다. 산다는 것도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온갖 고생 다하면서 살다가도 어는 한 순간에 문득 죽음의 시간을 맞는 것이다. 제행무상을 사진을 잃으면서 또 한 번 절감하였다.
톤레샾 호수의 배위에서 - 이번 여행단의 모습
기억의 집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간다. 물론 그것들은 우리의 표면의식에 다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하노이를 갈 일이 있을까? 그렇게 되면 잃어버린 사진의 그 풍경들이 기억의 집에서 섬광처럼 살아날 것이다.
이 번에 같이 간 일행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영양의 백기협 형 가족, 강석주형 부부. 한철희형 부부. 박병한 형 부부, 박 용재 선생, 시돌 선생 부부, 피재현 선생 부부, 김헌택 선생 부부, 나와 집사람… 모두들 한 마음이었다.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끝.
* 본문 중 < > 의 글은 인용된 것으로 인터넷에서 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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