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달 살기 (기행문)

15. 브라이스 캐년의 기이한 모습, 그 너머로 장대하게 펼쳐지는 산맥들

저 언덕 넘어 2026. 7. 4. 10:03

 

 캐년의 들머리에는 키가 큰 침엽수들이 군락을 이루었다. 얕으막한 언덕길을 오르는 길섶에도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었고 그 아래에는 솔방울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나무들이 있다. 그 사이로 또 처음보는 이상한 잎을 단 교목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신기한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야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도대체 이 무슨 일이냐? 이상한 나라, 아니라 이상한 세계가 눈앞을 가로막는게 아닌가? 층층이 진황토흙을 겹겹이 쌓아올린 수천 개의 헤아릴 수 없는 언덕들이 수십 리에 펼쳐진다.

  하느님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다. 하늘 나라의 수많은 거인들이 그 딸을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땅으로 내려가서 하루 동안  탑쌓기 내기 시합을 하였다. 하루해가 저물 때까지  가장 아름답게 탑을 쌓은 거인이 하느님의 딸에게 청혼을 하기로 하였다. 거인들은 제각기 아름다운 탑을 쌓느라고 야단이었다. 이 사실을 안 하느님이  진노하여 급히 하늘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 후로 지금까지 거인들은 땅만 내려다보고 자기가 쌓은 탑을 내려다 보고만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뒤로 풀과 나무들의 씨앗이 바람에 날려와 자라게 되었다. 아주 아름다운 탑에만 풀과 나무들이 자라났다. 그래서 하늘나라의 아름다움에 땅의 아름다움이 더 보태졌다고 한다. 

  나는 이런 환상에 빠져들어 그것들을 내려다 본다. 절벽 가까이로 가다가 너무 아찔한 깊이에 놀라 제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 브라이스캐니언 국립공원(Bryce Canyon National Park)은 미국 유타주에 있다. 브라이스 캐년은 해발 약 2,400~2,700m에 위치한다. 이 공원의 면적은 남북으로 35km나 된다. 브라이스캐니언은  후드라는 수만 개의 기둥을 가진 여러 개의 반원형 극장의 집단과 같은 모습이다. >

   <  이 후드(기둥)들은 약 5천만 년 전 호수와 범람원에 쌓인 석회암·실트암·사암 등이 굳어진 뒤, 고원이  융기하여 솟아오르고 비와 눈, 그리고 얼었다 녹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만들어졌다. 특히 브라이스 캐년은 1년 중 약 200일 가까이 낮에는 영상, 밤에는 영하가 되는 날이 많아 얼음이 바위를 쪼개는 작용이 매우 활발하다. 후두는 마치 첨탑이나 사람, , 탑처럼 보이는 돌기둥이다. 높이는 작은 것은 몇 미터, 큰 것은 60m에 달하기도 한다. 암석 속에 있는 광물 때문에 여러가지 색깔을 띤다. 철이 많으면 붉은색·주황색, 망간이 섞이면 보라색이나 짙은 색조, 석회암은 흰색을 띤다. >

< 브라이스(Bryce)라는 이름의 유래>

  브라이스 캐년의 이름은 Ebenezer Bryce라는 사람에게서 유래했다그는 1830년대 United Kingdom에서 태어난 뒤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몰몬교) 신자가 되었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1870년대 몰몬 개척자들이 남부 Utah를 개척할 때 그는 지금의 브라이스 캐년 근처에 정착했다목수였던 그는 도로를 만들고 관개수로를 파며 주민들을 도왔다당시 사람들은 그가 살던 계곡을 "Bryce's Canyon(브라이스의 협곡)"이라고 불렀고, 이 이름이 오늘날 Bryce Canyon으로 굳어졌다흥미롭게도 그는 이 험준한 지형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소를 잃기 딱 좋은 곳이다." ("A hell of a place to lose a cow.") , 아름답지만 너무 복잡하고 험해서 가축을 찾기 어려운 곳이라는 뜻이었다.

 원주민 파이우트족의 전설 >

  브라이스 캐년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Southern Paiute 사람들이 살았습니다그들은 후두(Hoodoo)를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가 돌로 변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옛날 이곳에는 '전설의 사람들(To-when-an-ung-wa)'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동물의 성질도 함께 가진 존재들이었습니다처음에는 평화롭게 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욕심이 많아지고 서로 속이며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서로를 해치는 행동을 계속하자, 창조주인 코요테(Coyote)가 그들을 벌하기로 했습니다코요테는 그들을 하나씩 모두 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오늘날 브라이스 캐년에 수천 개 서 있는 후두들은 바로 그 사람들이 돌이 된 모습이라고 전해집니다그래서 파이우트족은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여기며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다.밑바닥에는 시퍼라고 부르는 향나무의 일종인 Utah Juniper가 무성하다. 전망대가 설치된 8천피트 내외의 지대에는 Ponderosa Pine이라는 소나무들이 즐비하며, 9천피트의 정상부에는 Douglas Fir White Fir 등의 전나무 종류가 있어 자태를 뽐낸다. 황무지이므로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지만, 유타 프레리도그, 큰까마귀, 가지뿔영양 등 59종의 포유류, 175종의 조류, 11종의 파충류가 공원에 서식하고 있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92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공원은 미국의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장소로 꼽히고 또 밤하늘의 별울 보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다 >

   생성과 소멸은 우주 만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원리다. 생성된 것은 반드시 소멸의 길을 간다. 그런데 그 소멸은 끝이 아니라 그것은 또다른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은 어느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을 그리면서 돌고 도는 것이다. 돌기둥은 침식과 풍화로 점점 마모되어 간다. 돌은 흙이 된다. 그러니까 이 지구상의 흙은 조상이 돌이다. 돌은 흙의 어머니인 것이다.그리고 저 부스러져 생긴 흙이 쌓여서 압력을 받으면 또 돌이 된다. 순환하고 윤회하는 것이다.

  부스러진 흙위에 어디선가 풀이나 나무의 씨앗이 날아와 저기 저렇게 침엽수 한 그루로 살아간다. 척박한 환경이다. 그래도 그 어려움을 뚫고 초록의 생명으로 살아간다. 햇빛을 받고 이슬과 비를 맞으면서 자라난다. 장대하게 자라나 청청한 생명을 뽐내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극한의 환경을 맞으면 결국 죽어 고사목으로 서서 버티다가 쓰러진다. 저기 부러져서 말라가는 나무 등걸처럼---. 그리고는 서서히 썩어간다. 천 년을 살던 나무는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는 데도  천 년이 걸린다고 하지. 신생 성장 사멸의 역사는 유정물은 물론 무정물도 똑같다. 

  그러니 유한한 생명을 살다 죽어가는 인간의 역사도 이와 같다. 이런 순환, 윤회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돌아가는 것이다..그렇게 보면 모든 생명에는 끝이 없다. 영원한 우주의 섭리에 따라 갖은 우비고뇌를 겪으면서 살아가는 이 사람의 목숨이 유한함을 슬퍼하고 아파할 필요도 없다. 밤과 낮이 영원히 되풀이 되어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처럼...그러니 처음이 따로 없고 끝이 따로  없다. 테어나도 태어난 일이 없고 죽어도 죽는 일이 없다. 영원속에서 돌고 돌며 그냥 되플이 하는 것이다.

<  포장된 도로가 공원 전체에 깔려 있어 13개나 되는 전망대에 들르기 편하다. 대표적인 전망대로는 선라이즈 포인트, 브라이스 포인트, 선셋 포인트, 페얼리랜드 포인트 등이 있다. 브라이스 캐년을 가장 잘 느끼려면 암석 사이를 직접 걸어보는 것이 좋다. Navajo Loop Trail 가장 유명한 코스다. Queen's Garden Trail은 초보자에게 알맞다. 이 두 코스를 연결하면 약 4.5km 정도로 브라이스 캐년의 핵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 

. 수많은 후드들로 이루어진 풍경이 멋지다, 그런데 시각의 렌즈를 좁혀 어느 한 부분을 단면적으로 살펴본다..이건 무슨 반추상의 벽화처럼 보이지 않는가?. 나무들만 보면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일찍이 보지 못한 저 돌탑들의 어울림을  보면, 신비한 느낌이 감돈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돌과 나무들이 어울려 이루어진 자연물도 오랜 세월 동안 햇빛과 달빛, 비바람과 눈비에 침식과 풍화를 일으키면 신비한 예술품이 된다..오랜 역사속에서 대자연의 숨결이 만든 멋진 예술 작품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예술품보다 더 위대한ㅡㅡㅡ. 

  이 흙이 이루어 놓은 위대한 브라이스 캐년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다가 나의 시선은 저 멀리 펼쳐진 장대한 산맥으로 옮겨갔다. 거대하고 장엄하게 이어지는 산맥들의 멋진 풍경 또한 브라이스 캐년에 뒤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아니 브라이스 캐년의 풍광의 뛰어남은 저 멀리 펼쳐지는 장엄한 풍광을 한 배경 때문에 더 빛나고 있다. 비록 그 둘이 형상과 색조에서 너무나 큰 대비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울려서 또한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지 않는가?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도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잡는다. 자기의 모습은 좋은 배경 때문에 멋지게 살아날 수 있다.  나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다른 것과 함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생각을 잘 못한다.  언제나 남들보다 내가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부나 권력이나 명예를 가진 자는 가난한 사람이나 힘없거나 이름없는 사람들의 앞에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그가 돋보인다. 있는 자들은 없는 자들 때문에 자신들이 빛나고  그의 그늘이 다른 사람들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다람쥐 한 마리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느라고 정신이 없다. 귀엽지만 너무 살이 쪄 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 의지해서 야성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무에 오르고 숲을 뛰어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편하게 먹이를 얻으면 동물은 생명의 활력을 잃어버린다. 

  돈을 벌기 위해 바쁜 생활을 하는 서민들은 아플 새가 없다.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란 아이들은 어려움에 닥치면 그걸 극복할 힘이 약하다. 그러면 참된 삶의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다. 편하게 먹이를 먹어 살이 오른 다람쥐가 재 잘못을 부끄로워 하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는 듯 자꾸만 얼굴을 숨긴다.

  아름다운 브라이스 캐년의 풍광을 더 보고 싶지만 우리는 돌아서서 내려왔다.소나무 전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어디론가로 떠나가는 우리를 부러운 듯 내려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