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스 캐년을 떠나 차는 이동한다. 약 두 시간에 걸친 차창풍경의 변화를 보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미국 서부 구경을 하면서 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한다. 황량한 자이언 캐년을 지날 때는 흙은 붉은 사암이 주조를 이루면서 암석 졀벽이 계속된다. 그러다가 만난 초원에는 목장도 있고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도 한다. 브라이스 캐년에 이르니 또 사암 일색의 암석 지대를 만난다.
이제 . 브라이스 캐년을 나오니 다시 초원이 나타나고 숲이 보이고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도 한다. 외딴 농가들이 보이고 어떤 곳에서는 소규모의 취락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토질이 척박한 산들이 능선을 드러내었다. 산에는 숲은 듬성듬성 보일 뿐이다. 암석층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니 대체로 매마른 박토이다. 산아래의 땅들은 흙이 조금은 깊어서 풀과 나무들이 왕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거기에 사람들이 깃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산협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모여 시내가 되고 시냇물이 모여 저수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내가 사는 땅도 대체로 그렇다. 결국 인간은 물이 있고 먹이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것이다.







다시 사막지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산들은 황량한 박토의 늑골을 드러내고 평지에는 풀과 관목들이 겨우 삶을 유지하는 유타주 사막의 전형적인 형상을 보인다. 먼 지평선 위에는 구름이 어디로 무슨 소문을 들으려 떠나는지 떼를 지어 지나간다.
아까 지나오던 사람이 사는 지역은 말하자면 오아시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경험한 유타주는 미국 서부의 황량한 대지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막의 어디엔가는 오아시스가 있듯이, 사람이 깃들어 사는 곳이 유타주에서는 오아시스인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오아시스가 그것만이 아니지. 자이언, 브라이스, 레드 캐니언도 오아시스다. 경이로운 얼굴을 하고 우리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으니까.하늘이 땅을 만들 때에 아무렇게 만들지 않았나 보다. 모든 것을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어 놓았다
우리들 인생의 삭막한 구비길 어디에도 오아시스는 있다. 우리들의 세상살이가 팍팍하더라도 우리가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거기가 오아시스가 아닐까? 그러니 삶이 주는어려움에 쉽게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말아야 겠다. 길가에 핀 한 송이 꽃에서도 우리는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릏 향하여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아시스가 아닌가?
미국 서부의 사막을 달리던 관광버스는 끝없이 이어지는 황갈색 대지를 가르며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름 모를 사막의 풀들과 낮은 관목 너머로 지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도 서녘 하늘에 조금씩 기울어 간다.





브라이스 캐니언을 뒤로하고 버스는 두 시간쯤 걸려 카납 시내 변두리를 천천히 지나갔다. 멕시코 음식점 'Los Tapatios'를 지나자 곧이어 'Peekaboo Canyon'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협곡 입구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협곡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이었다. 서부의 작은 마을에서는 협곡과 식당,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선 곳에서 Peek-A-Boo Slot Canyon은 카납 시내에서 차로 약 15~20분 정도 떨어진 사막 지역에 있다고 한다.우리는 그냥 여기를 통과할 뿐이다..
< 'Peek-a-boo'는 영어로 아기와 하는 '까꿍' 놀이를 뜻한다. 협곡은 그 이름처럼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다. 평평한 사막 한가운데 갈라진 틈이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좁은 틈 아래에는 수백만 년 동안 빗물과 홍수가 붉은 사암을 깎아 만든 또 하나의 세상이 숨어 있다. >
< 슬롯 캐니언이라 불리는 이 협곡은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곳도 있다. 햇빛이 머리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면 붉은 암벽은 주황빛과 황금빛으로 물들고, 바위는 마치 살아 있는 불꽃처럼 색을 바꾼다. 자연은 단 한 번의 붓질도 하지 않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해 놓았다.>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누가 다 볼 수 있으랴! 더구나 이국의 나그네는 갈 길이 멀다. 이 나라의 사람들이야 다시 찾을 수도 있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올 수가 없으니 더욱 아쉽다. 그렇지만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다하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못해 본 것이 어쩌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낚시터에서 놓친 고기는 어부의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가보지 못하고 떠난 이 캐년애 대한 기억은 내 가슴 깊은 곳에 더 오래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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