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기발간분 26

글밭 38집 2015년도 상반기

우리들의 말 봄날이 찾아 왔습니다. 봄날은 우리들 마음으로 왔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봄날은 꽃에서 꽃으로 왔다가 가기도 합니다. 올해도 마당 옆 화단에 금낭화, 분꽃, 백장미, 참나리, 할미꽃을 심었습니다. 꽃들은 저마다 색깔이나, 모양에 따라 자신만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올해 심은 꽃들은 그동안 심어져 있던 다른 꽃들과 조화를 이루며 멋진 화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루지진 않습니다. 꾸준하게 가꾸고 정성을 들여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며칠 전 집 마당에 단풍나무도 심었습니다. 단풍 색깔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아침저녁 들여다봅니다. 잎이 나왔다고 환성을 지르고, 색깔이 조금씩 변해갈 때마다 좋아합니다. 봄날에 가..

글밭 기발간분 2024.03.20

글밭 37집 2014년도 하반기

우리들의 말 우리 글밭은 약속한 대로 연 2회 출간 계획을 지켜 이렇게 37집을 내게 되었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작품을 많이 쓴다는 것은 글을 더 잘 쓰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이 일을 계속하여야 하겠다. 그런데 젊은 날 그렇게 많던 文靑들은 다 어디 갔는가? 그리고 많은 문인들이 나이가 들수록 왜 자꾸 붓을 꺾어버리는 것일까? 피곤한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때문일까? 문학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까? 이유야 여러 가지일 테지만 무엇보다 그런 문인들은 누구보다 훌륭한 작품을 써서 제일의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간의 속성 가운데 가장 큰 결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남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서 꼭 남을 앞서야..

글밭 기발간분 2024.02.22

글밭 36집 2014년도 상반기

우리들의 말 지방문단의 한 주축으로서 오랜 역사를 지녀온 글밭이 1985년 8집 복간 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는 매년 1회를 간행하여 왔다. 일 년에 동인지 한 권을 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나 언제부터인가 일 년에 두 권을 내자는 생각을 우리는 해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시도를 해보지는 못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연간 2회를 발간하자고 결정하고 원고를 모았다. 안타깝게도 몇 분이 원고를 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으나 이렇게 책을 내게 되었다. 특히 기쁜 일은 초창기 글밭 동인으로 7집까지 작품을 내고 40여 년을 쉰 조용식 동인이 다시 시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글밭 동인들이 얼마나 저력 있고 동인지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사람이 늘 걷던 길을 가기는 쉽다. 그 길에 익..

글밭 기발간분 2024.02.03

시동인지 34호 2012년도

우리들의 말 사람들은 한국 현대 문단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 동인지로 글밭을 꼽는다. 역사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지역 시동인지로 출발한 글밭은 그간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긴 세월의 강을 건너왔다. 그 동안 많은 동인들이 떠나기도 하고 혹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으며, 많은 이들이 이 글밭 문을 드나들기도 하였다. 우리 글밭은 한때는 왕성한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근자에 와서는 좀 침체된 분위기가 이 글밭 언저리를 감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는 영고성쇠가 있고 변화무쌍한 것이 무릇 모든 존재의 실상이니 어느 한 시점에서 일희일비할 일은 못되지만 아쉬운 그 무엇이 가슴을 허빈다. 전반적인 대중문화의 발달로 갓길로 밀려난 듯한 문학, 특히 시단의 침체..

글밭 기발간분 2023.12.12

시동인지 35호 2013년

우리들의 말 봉숭아 한 포기 지난 봄 앞뜰에 싹을 틔웠다. 어디서 날아온 씨앗이었을까? 귀여운 여린 잎새들이 점점 자라나 줄기가 튼실해지면서 자꾸 가지가 벋어나면서 여름을 맞았다. 장마를 거치는 동안 더욱 무성하게 자라나더니 무더운 날들이 겹칠수록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피어 뙤약볕 아래서 울긋불긋 한창이다. 화려한 꽃시절을 맞은 것이다. 때로 타들어가는 가뭄에는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다시 의연하게 살아나 세력을 더욱 키워 한여름이 지나도록 무수한 꽃봉오리를 마음껏 피운다. 줄기 밑 부분에는 마침내 꽃 진 자리마다 줄줄이 씨방을 매달더니 나중엔 그 무게에 겨워 몸체가 비스듬히 기울면서도 연신 꽃을 피워 올린다. 어느 날 번개 천둥소리 요란하게 폭우가 지나가더니 한쪽 뿌리가 허옇게 드러났다. 그런 와중에도 간간..

글밭 기발간분 2023.12.05

시동인지33집 2011년

우리들의 말 33집, 그 만만찮은 연륜과 반성 ‘글밭’ 동인지 33집을 낸다. 1969년도에 창간했으니까 햇수로는 40년이 넘었다. 한두 권씩 내고 그만 두는 무수한 동인지에 비하면 참으로 우직할 정도 로 꾸준한 활동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문학지 ‘문학사상’은 2001년 12월 ‘문단진출의 길-등단제도 비교분석’이라는 특집에서 당시 국내 동인지 중 20년 이상 활동한 시 동인지로 ≪죽 순≫(대구, 1945), ≪시와 시론≫(서울,1955), ≪동국시집≫(서울 1960), ≪흑조≫(목포, 1966), ≪글밭≫(경북, 1969), ≪표현시≫(강릉, 1970) 등이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더라도 ‘글밭’은 우리나라 동인지 가운데서 다섯 번째 장수 하는 동인지로 꼽히고 있다...

글밭 기발간분 2023.11.24

시동인지 32 집 2010년도

우리들의 말 글밭의 향기 글밭에도 향기가 있다면 어떤 향기일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기억 속에 새록새록 돋아나는 청보리밭의 풋풋한 향기가 아닐까?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밤이면 몇몇 동인들은 우물가에 앉아 소주 한 잔을 마신다. 빈 속 위장의 짜릿함은 낮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말갛게 헹구어 주고, 푸른 소주병 속의 소주는 청보리밭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적은 동인들이 참여하였지만, 청보리밭처럼 풋풋한 향기가 나는 글밭 32집을 펴낼 수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글밭은 ‘황소처럼 고집스럽고’(16집), 때론 ‘밭을 일구는 농부처럼 진솔하고 투박한’(21집, 31집) 힘으로 이제껏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매월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준 노래하는 시인 천승현 님의 시와 이위..

글밭 기발간분 2023.11.16

시동인지31집 2009년도

시 동인지 글 밭 제31집|2009 김윤한 권오규 임관혁 권기태 강희동 강수완 이형복 이선남 김혜원 전대진 김성재 김진회 글밭동인회 우리들의 말 바쁜 일상의 틈새를 비집어 시심(詩心)을 뿌리고 일궈온 ‘글밭’ 31집을 엮어낸다. 전문 시인들처럼 삶의 지혜를 일갈(一喝)하는 깨달음이나 가슴을 후려치는 미학을 드러내놓지는 못했는지 모르지만, 늘 그러해 왔듯이 ‘글밭’의 시들은 투박하고 진솔하다. 서울도 부산도 아닌 지역 안동에서 창간 이후 40여년 동인지를 펴내온 ‘글밭’의 걸음은 한결같다. 대단한 시 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척박한 삶 속에서 시심을 일깨워주는 시야말로 대단한 시라는 소박한 믿음이 그것이다. 대중 속의 친근한 시에서 전문 영역 속의 낯선 시로 미끄러져 달아나는 오늘날 시들의 행렬을 일탈해,..

글밭 기발간분 2023.11.05

시동인지30집 2008년도

우리들의 말 글밭 30집, 두께와 깊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동인지를 만들어 왔는데 어느덧 30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30이라는 숫자가 갖는 무게가 어느 때보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다. 글밭이 창간된 것은 1969년이었다. 그러고 보니 동인회의 연륜도 어느 덧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록하게 되었다. 글밭이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참으로 여러 가지로 파란과 어려움도 많았다.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안동문학 창간을 위하여 휴간하기도 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1985년 8집을 복간하면서 글밭의 저력과 명맥을 다시 잇게 되었다. 동인지 창간 초기에는 그래도 독자들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있었고 시인들도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오히려 대단했었다. 동인 활동을 희망하는 문학청년들도 지금보다는 층이 더 두..

글밭 기발간분 2023.10.28

시동인지29집 2007년도

우리들의 말 해마다 그래 왔듯이 계절은 끊임없이 바뀌고 빈 들판과 옷 벗은 나무들과 거대한 침묵들만 하늘을 향해 무겁게 버티고 서 있다. 한 해를 정리 하는 이 계절은 우리에게 온갖 세상사에 대하여 사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세상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란스럽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당연히 그렇겠지만 뉴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을 전하는 뉴스의 기본 줄거리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름들만 조금씩 바뀌어 나타날 뿐. 글밭 29집을 세상에 내 놓는다. 우리나라 동인지로는 드물게 오랜 지령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한 편으로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연륜에 버금가는 작품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혹자..

글밭 기발간분 2023.10.28